반려견들, "오리들아, 같이 놀자~" (하천오리시리즈 87)

2019. 2. 28. 19:20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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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목요일, 유기오리커플이 날아오는 모습을 찍기로 했던 것을 까맣게 잊어 버리고 멍 하게 있다가 또 그 멋진 광경을 영상에 담지 못했습니다. 

그냥 재빨리 헤엄쳐 오는 모습만 뒤늦게 담았지요. 쩝.

서둘러 다가왔다가도 누룽지를 돌밥상에 올려두는 동안 잠시 거리를 두기 위해 조금 멀어집니다. 

누룽지와 기장을 섞어서 주니 오리들에게도 영양이 더 잘 공급되고 기장까지 잘 먹는 오리들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마음도 흡족합니다. 

오리들의 먹이는 돌밥상에 올려주는 것이 먹이경쟁을 줄여서 훨씬 공평하게 먹이가 분배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날쌘돌이가 얌전이의 밥까지 가로채기 쉽상이지요. 

갑자기 등장한 하얀 강아지 한 마리. 

다가와서 짖으니 오리들이 얼른 달아납니다. 

강아지가 떠나간 뒤에도 한참 동안 주위를 배회하면서 경계하는 오리들.

강아지는 언제 그랬냐는 듯, 무심히 주인 아주머니와 함께 총총히 사라졌습니다. 

강아지가 오리 세 식구를 식사도 방해할까봐 조금 긴장이 되었어요. 

오리 세 식구들이 식사하는 주변에 다시 야생오리들이 몰려듭니다. 

흰뺨 검둥오리, 청둥오리들.

앗! 갑자기 곁에 나타난 또 다른 강아지!

뜨개질한 멋진 옷을 갖춰입었네요. 

아주머니가 줄을 잡고 있는 데도 자꾸 줄을 당기며 오리들 곁으로 가보려고 버둥거립니다. 

하지만 아주머니가 강아지를 끌고 가시던 길을 갑니다. 다행이예요. 

오리들의 식사가 방해받지 않아서.

그런데 청둥오리가 오리들 주변을 기웃거립니다. 

흰뺨 검둥오리도! 어쩌면 지난 번에 오리들의 식사맛을 본 바로 그 오리일지도 모르겠어요. 

오리들이 기장을 먹는 동안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간 기장을 건져먹는 흰뺨검둥오리.

농투가 청둥오리를 경계합니다. 

청둥오리는 멀리 가지 못하고 주위를 배회하네요. 

오리들이 기장을 먹고 나서 뭔가 더 먹고 싶은가 봅니다. 

야일은 벌써 자리를 뜨고 없습니다. 

물밖으로 뚜벅뚜벅 나오는 농투.

농원은 물 속에서 우두커니 서 있어요. 

우리는 비장의 먹을 거리를 꺼냈다. 삶아 소금기를 뺀 말린 홍합!

다행히 오리들이 홍합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주변에는 청둥오리들, 흰뺨검둥오리들이 헤엄치고 있습니다. 

갑자기 흰뺨검둥오리 한 마리가 뭍으로 해서 살금살금 다가오고 있습니다. 

흰뺨검둥오리는 용감하게 오리들의 기장을 향해 돌진합니다. 

오리들이 잠시 자리를 떠난 사이에도 흰뺨검둥오리는 기장을 먹어보려 애씁니다.

농원은 다시 돌아와서 흰뺨검둥오리를 내쫓습니다. 

절대 기장은 빼앗길 수 없다는 듯이요.

우리가 자리를 떠나려는데, 오리들이 뭍으로 나와서 우리를 따라옵니다. 

최근에 이토록 멀리까지 나와서 우리를 따라온 적은 없었는데... 왜 일까요?

홍합이 너무 맛있어서 우리가 마음에 들어 따라가려고 한 것일까요?

친구는 오리들을 물 쪽으로 내몰았습니다. 

그랬더니 오리들이 놀라서 물 쪽으로 도망갔다가 다시 뭍으로 올라오다가 결국 포기하고 물로 돌아갑니다. 

오리들이 더 어린 시절에는 이렇게 떠나는 우리 뒤를 쫓아오곤 한 적이 있지만 

최근에는 훨씬 우리를 경계했었는데 도대체 오리들의 마음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정말 귀엽네요.


이날은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하천가를 좀더 산책했습니다. 

멀리 걸어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살짝 오리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오리들이 나란히 잠을 청하고 있었습니다. 

중간에 농원이 양쪽으로 야일이와 농투가 있습니다. 

그동안 오리들은 이렇게 섬 위에서 잠을 잤겠지요. 

오랜만에 오리들이 잠자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노숙오리구나,하고 혼잣말을 했습니다. 

정말 오리 세 식구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이렇게 노숙하고 있다 생각하니 좀 가여운 마음이 듭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오리들이 우리 뒤를 따라오던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혹시 살기 힘들어서 어린 시절 아파트에서의 편했던 생활을 떠올려서 우리를 따라가려했던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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