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들, "먹을 거 더줘~"(하천오리 시리즈91)

2019. 3. 4. 12:05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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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는 야일이 아파서 주말에도 매일 하천가를 찾았습니다. 

조금씩 나아지니 다행입니다.

토요일 오후, 이날은 마침 유기오리커플을 돌밥상 주변으로 불러 누룽지를 줄 수 있었습니다. 

시래기물이 든 누룽지라서 색깔이 노랗습니다.

평소처럼 잘 먹네요.

순식간에 기장만 남았습니다. 

오리들이 식사를 끝내도록 남겨주고 서둘러 오리 세 식구를 찾아갔습니다. 

가는 길에 흰뺨검둥오리를 만났습니다. 

아름답고 혈색도 좋아보이는 젊은 오리들같네요.

철새가 아니라 텃새라서 철새인 오리들이 떠난 후에도 이 오리들은 남아 유기오리들 영역 사이에서 지냅니다.

오리 세 식구가 지낸 곳 근처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오리들을 구경하고 있습니다. 

오리들은 이미 우리를 알아보고 이동하기 시작합니다. 

농원이 선두. 그리고 농투. 야일은 천천히 뒤따릅니다. 

평소라면 물을 지치고 날아서 농원 뒤를 바짝 쫓아왔겠지만 기운이 없어서인지 뒤처진 채 따라옵니다. 

야일이 평소대로 기장을 먹으러 다가와서는 함께 기장을 먹습니다. 

이 날은 농원도 구박을 하지 않고 야일도 눈치를 덜 보면서 기장먹기에 합류합니다. 

야일이 기장을 더 잘 먹는 모습에 안도하며 지켜보았습니다. 

야일이 기운이 좀 낫는지 농투를 부리로 꾹꾹 찌르며 식사를 하네요. 

확실히 기운이 난 모양입니다. 

농투는 떠내려간 기장을 찾아 아래로 내려갑니다.

농투가 헤엄치며 여기저기 떠내려온 기장을 먹는 모습이 기특하네요. 

한 톨도 떠내려보내지 않겠다,는 의욕넘친 모습이랄까요.

기장을 다 먹은 듯 해서 친구가 기장을 더 꺼내서 농원과 농투를 위해 물가에 뿌려주고

조금 떨어져 물 한복판에 있는 야일에게도 따로 기장을 뿌려주었는데,

농원이 어느새 알아차리고 잽싸게 야일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 야일의 기장까지 탐을 냅니다. 

농원과 야일이 함께 물 속의 기장을 찾아 먹습니다. 

친구는 아무래도 다른 전략이 필요하겠다 합니다. 

우리가 각자 역할 분담을 해서 한 명이 농원과 농투의 시선을 끄는 동안 또 한 명이 야일에게만 따로 기장을 주자는 것이지요. 

농투는 묵묵히 물가의 기장 먹기에 집중합니다. 

그래도 야일이 전날보다 훨씬 기장을 많이 먹습니다. 

확실히 나아진 거겠지요?

물 속 기장 찾아 먹기가 끝나자 야일이 다시 물가로 나와서 기장 먹기를 계속합니다. 

살아난 야일이 사랑스럽네요. 

야일의 말려 올라간 꼬리가 그 어느 때보다 사랑스럽기만 합니다. 

말린 꼬리는 수컷 오리의 특징이라고 합니다. 

이제 농원도 물가로 와서 다시 기장먹기를 계속합니다. 

셋이서 열심히 기장 먹는 모습이 다시 평상시로 돌아온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합니다. 

기장 먹기는 끝낸 농원과 농투가 다시 뭍으로 올라옵니다. 

더 달라는 뜻인데, 줄 것이 없네요. 

매일 식사를 제공하고 있으니 너무 과하지 않게 주려고 노력합니다. 

사실 야일이 아파서 매일 하천을 들러 먹이를 주고 있는데, 덕분에 농원과 농투까지 잘 먹게 되었네요. 

내일 주겠다고 약속하고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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