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4. 21. 22:44ㆍ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지난 목요일(4/18), 유기오리 커플이 지내는 곳을 들렀습니다.
물가도 물 속 작은 섬에도 풀들이 파릇파릇 자라올라 녹색이 아름답습니다.
우리가 서 있으니 오리들이 헤엄쳐 다가옵니다.
서번이, 동번이가 거리를 두고 잡곡을 주길 기다립니다.
잡곡을 물 속에 충분히 뿌려주었습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청둥오리 수컷이 지켜봅니다.
이 구역의 대장오리인 바로 그 청둥오리로 보입니다.
동번이와 서번이가 식사를 하는 동안 대장 청둥오리가 주위를 배회하네요.
오리들은 식사에 집중합니다.
어느 정도 식사가 끝이 날 즈음 청둥오리가 유기오리들을 위협하면서 쫓습니다.
대장 청둥오리의 위세가 등등합니다.
청둥오리를 피해서 유기오리 커플이 이리저리 헤엄치는 동안 한 아주머니가 먹이를 주러 다가옵니다.
아주머니는 오리들을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먹이를 줄 생각인가 봅니다.
우리는 오리들을 두고 자리를 피했습니다.
벚꽃과 개나리, 풀들이 잘 어우러진 화사한 봄날입니다.
밥돌 주변에는 개나리꽃과 벚꽃이 모여 물 위를 덮었습니다.
흰뺨검둥오리들이 헤엄치고 있네요.
조금 더 걸어내려가니 멀리 왜가리가 보입니다.
우두커니 서 있는 왜가리, 물 위에 비친 모습까지 멋집니다.
벚꽃 아래 개나리들이 땅 아래로 밀려내려오는 듯합니다.
아직 잎을 꺼내지 못한 뽕나무 아래 자주괴불주머니 군락이 보라빛꽃으로 눈길을 끕니다.
습지를 지나는데, 다리 근처에 농원과 농투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제 농원과 농투는 이곳에서 먹이를 구하기로 마음을 먹었나 봅니다.
그런데 야일이까지 함께 있어 놀랐습니다.
지금까지 야일은 혼자 떨어져 있고 농원과 농투만 이곳에 와서 먹이를 구했었는데, 이날은 야일까지 합세했네요.
제가 오리들을 불렀습니다. 그리고 '가자'라고 하니까 오리들이 저를 알아보고 헤엄쳐 하류로 내려가네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저를 알아볼까? 의심했거든요.
농원이가 앞장서서 헤엄칩니다.
오리들을 데리고 오리섬으로 데리고 가는 제가 마치 피리부는 사나이가 된 듯했습니다.
친구는 오리들을 끌고 가는 제 모습을 보고 무척 놀라는 모습이었습니다.
제가 한참을 앞장서서 가다가 오리들을 돌아보니
갑자기 야일이 날기 시작했습니다.
야일이 날자마자 농원과 농투도 따라서 나는 시늉을 하면서 물을 찼습니다.
농투가 물을 차며 날아오려고 하다니! 정말 처음 보는 광경이었고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농원이 물을 차며 조금 나는 모습은 벌써 두 번 본 적이 있지만 농투가 물을 차며 나는 시늉을 하다니요!
야일이 물을 차고 한참을 날아온 것에 반해 농원과 농투는 조금 물을 차는 듯 싶더니 바로 물에 풍덩 떨어졌습니다.
웃음이 나왔지요.^^
미처 예상하지 못해 그 광경을 동영상 촬영하지 못한 것이 아쉽네요.
오리들이 모두 예전의 영역 경계인 돌다리에 이르렀습니다.
오리들이 다들 오리섬1에 도달했구요.
우리는 오리들을 더 아래로 끌고 내려가면 힘들겠다 싶어서 평소와 달리 오리섬1에서 잡곡을 주기로 결심했지요.
오리들이 잡곡을 맛나게 먹는 모습을 보기 행복하네요.
멀리 오리들이 먹이를 구하면 놀던 다리와 근처 돌다리가 보입니다.
농투가 떠내려간 잡곡을 먹으러 자리를 떠나고 야일과 농원은 계속해서 남은 잡곡을 먹습니다.
농투가 열심히 잡곡을 쫓아다니며 잘 찾아먹네요.
다행히 잡곡이 멀리 이동하지 않았습니다.
벚꽃도 날아와 뭉쳐 있네요.
농투가 얼마나 분주하게 떠내려가는 잡곡을 놓치지 않고 먹는지 보셔요~
제가 오리들에게 삶은 멸치를 던져주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여학생이 다가와서 내게 키우는 오리들이냐고 묻는 바람에 오리들이 모두 달아나 버렸습니다.
야일은 오리섬 끝으로, 농원과 농투는 멀리 헤엄쳐 달아나네요.
오리들이 겁이 많아서 낯선 사람들을 무척 기피합니다.
어느 정도 식사가 끝이 난 때라서 그래도 다행이네요.
오리들이 식사할 때 누군가 나타나면 저까지 좀 긴장하게 됩니다.
오리 식사에 방해가 될까봐요.
오리들이 거의 식사를 끝냈기에 우리는 오리를 두고 떠났습니다.
오리섬1에서 나와서 건너편에서 지켜보니 오리들이 다시 돌아와서 무언가 먹기를 계속합니다.
야일은 또 떨어져서 먹고 있군요.
오리들이 다시 평화를 찾았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해오라기를 만났습니다.
이제 해가 질테니까 해오라기의 본격적인 사냥이 시작되겠지요.
유기오리커플이 지나가는 우리를 발견하고 섬에서 쉬다가 다시 물 속으로 내려옵니다.
우리는 모른 척 얼른 자리를 피했습니다.
건너편 물가 근처에 고양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 흰뺨검둥오리 두 마리가 있네요.
고양이는 오리들을 노리고 있는 걸까요?
광학줌이 충분치 못해서 사진 속 광경이 잘 보이질 않습니다.
고양이가 사진을 찍는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습니다.
시선을 조금 오른쪽으로 옮기니 흰뺨검둥오리들이 있습니다.
이 오리들은 고양이의 존재를 아는지 모르는지...
전체적으로 습기가 많은 오후였기에 하천가 주변 풍경에 물기가 그득합니다.
이날은 오리 세 식구가 나를 알아보고 멀리까지 헤엄쳐 이동해줘서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오리들은 어떻게 나를 알아보았을까요?
저는 옷차림, 그리고 목소리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는데 정확히는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될수록이면 오리를 만나러 갈 때 같은 옷, 덕맘패션을 정해놓고 입고 가고 있거든요.
목소리는 오리들이 기억하는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어쨌거나 다음에도 오리들이 우리를 알아봐주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네요.
비록 날개를 쓰다듬게 해주는 일까지는 기대하지 않지만요...
아참, 그리고 멸치를 제대로 던져주지 못해 바로 앞에 떨어진 멸치를 줍기 위해 고개를 숙였는데 오리들이 모두 달아났습니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니, 오리들이 공격하는 자세가 고개를 숙이고 앞으로 이동하는 자세라서
아마도 제 동작을 공격자세로 오인한 듯합니다.
오리들에게 먹이를 줄 때 갑자기 고개를 숙이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본의 아니게 오리들을 놀라게 해서 미안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