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가 너무 아픈데 무얼 해야 할지...?(하천오리 시리즈128)

2019. 5. 29. 07:00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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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5/27)에는 저녁을 먹고 하천가를 향했습니다. 

비가 온종일 부슬부슬 내리다 말다를 계속한 날이라서 조금 일찍 하천가에 가야 할까?했지만

비록 비가 와서 흐린 날이긴 했지만 해는 늦게 질테니까,하고 조금 늦장을 피웠지요.


그래서 이날 사진은 빛이 부족해서 엉망이 되었습니다. 

우선 청둥오리 귀염이의 남편인 숫컷 청둥오리 사진도 제대로 나오질 못해 그냥 소식만 전합니다. 

귀염이와 새끼들을 두고 어딜 가버렸나 했었는데, 여전히 하천가에서 오가고 있더군요. 

그런데 왜 수컷은 양육에 참여하지 않는 걸까요?

큰다리1 근처에 오니 왜가리, 흰뺨검둥오리도 다 함께 있네요. 

비가 온 뒤라 하천물이 조금 더 높아졌습니다.

동번이와 서번이가 서둘러 달려왔어요.

식사하는 동번과 서번을 두고 서둘러 농원을 향해 갔습니다. 

주말을 잘 보냈는지 궁금해서요.

그런데 오리들이 보이질 않네요. 

오리섬1에 오리들이 없습니다. 

하늘은 먹구름이 끼어 찌푸리고 있습니다. 

일단 오리섬3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풀이 너무 자라서 제 키를 넘어 하천을 넘겨다보기가 힘들 지경입니다. 

오리섬3에도 오리가 없어 다시 오리섬1 쪽으로 되돌아 오니 오리들의 소리가 들립니다.

친구는 벌써 오리들에게 잡곡을 주었고

오리들은 식사를 이미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농원이가 지난 목요일처럼 한 발로 식사를 합니다. 

발이 아직 낫질 않았고 여전히 아픈 게 분명해보입니다. 

흰뺨검둥오리가 오리섬1에서 꽥꽥 소리를 지릅니다. 

오리의 동작이 마치 여기는 내 땅이야 하듯이요.

조금 짜증이 나려 하네요. 

오리섬1은 오리 세 식구의 영역인데...

급기야 농원은 풀썩 주저앉아버렸습니다. 

한 발로 지탱하기도 너무 힘이 드는 모습이었습니다. 

다시 기운을 내며 한 발로 서 보려고 애씁니다. 

농원은 한 발로 지탱해보다가 절뚝거리면서 걸어가다가 풀썩 주저앉고...

정말 너무 힘들어 보입니다. 

친구와 동생과 다같이 안타깝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식사를 중단하고 물 속으로 헤엄쳐가던 농원은 물 속에서도 균형을 잘 잡질 못하고 기우뚱 헤엄치다가

근처 물 속에 주저앉았습니다. 

그리고 농투와 야일의 식사가 끝나기를 기다렸습니다. 

정말 마음이 안 좋네요.

농투와 야일은 계속해서 식사를 이어갑니다. 

농투와 야일의 식사가 끝이 나자 셋이서 헤엄쳐가는데, 

농원이 영 제대로 헤엄치질 못하네요. 


이날은 야일도 농원에게 심한 공격을 하질 않더군요. 

마치 네가 아프니까, 내가 널 괴롭히지 않을께, 하듯이.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착찹했습니다. 

요며칠 날씨가 너무 더워서 농원이 회복하는 데 힘이 든 것이 아닐까?

어쩌면 주말에 아무도 오리들에게 밥을 주질 않아서 발이 아픈 농원이 제대로 먹질 못해서 기운이 없는 것은 아닐까?

혹시 계속 상처가 낫질 않아 농원이 죽는 것은 아닐까? 등등


그렇다가 농원을 잡아서 동물병원에 데려다줄 수도 없는 일이고...

약초라도 찾아볼까?

아니면 집에 있는 약상자에서 소염제를 찾아 먹여볼까?

별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너무 농원을 걱정해서였는지 꿈조차 오리들이 나오는 꿈을 꾸었습니다. 

세 마리의 작은 오리들이 빨갛게 변해 있는 모습을 보고 너무 더워서 오리들이 붉어졌다고 생각해서

저는 둥근 그릇에 얼음을 가득 넣고 그 위에 쟁반을 놓고 쟁반 위에 오리 세 마리를 놓아두었습니다. 

그제서야 오리가 나아지는 걸 느끼고 마음이 편안해졌지요. 


도대체 농원을 어떻게 돌봐야 할까요?

모든 것은 자연에 맡기고 그냥 지켜만 봐야 할까요?


그래도 매일 가서 밥을 줄 수는 있겠지요. 

조금이라도 농원이 식사를 편히 할 수 있도록 돕는 정도는 할 수 있겠다 싶습니다. 

그래도 식사는 거부하지 않으니까요.


작년 무더운 여름 농삼이 행방불명되었고

그 직후, 농투가 깃털을 잃을 정도로 너무 아팠던 적이 있었고,

얼마전 야일이 아파서 스스로 식사를 거부했던 적이 있었지요.  

이번에는 농원이네요. 


야생에서 살아가는 일이, 아니 사는 것 자체가 고비를 넘나드는 힘든 일이겠지요.  

농원이 무사히 이 고비를 넘어가길 기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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