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구하기 작전-소염제와 한삼덩굴(하천오리시리즈129)

2019. 5. 29. 15:12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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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5/28)는 발을 다친 농원을 위해서 무얼 할까 하다가 

항생제를 구할 수도 없으니, 일단 집에 있는 소염진통제를 좀 먹여보자 싶었지요.


물론 사람이 먹는 소염진통제가 과연 오리에게 효과가 있을지...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얼마나 먹여야 할지...

혹시 오리가 약 때문에 죽지나 않을지...

만약 먹여야 한다면 어떻게 먹여야 할지...

여러 의문들이 머리 속에 가득찼습니다. 


집에 있는 소염진통제는 액체상태였고, 성인의 경우, 하루 2알, 한 번에 1알을 복용하라고 적혀 있었지요.

성인이 한 알을 복용하는 것이니, 오리처럼 작은 생명체, 인간의 아이보다 작은 생명체는 아마도 아주 적은 용량을 복용해야 할 거라 추측해보았습니다.

우선 알약의 7분의 1 정도를 먹여보기로 하고, 

먹이는 방법은 삶은 멸치의 꼬리를 액체약에 적신 후 던져주기로 했습니다. 

물론 물에 던져서는 안 되고 땅 위에 던져야겠지요. 


다리 밑에서 만난 동번과 서번에게는 얼른 잡곡을 뿌려주고

오리들이 잡곡을 먹기 시작하자 서둘러 자리를 떠났습니다. 

오리섬 1 근처에 있는 야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근처에 있는 농원두요.

친구는 여동생과 이야기를 나누며 오느라 저보다 늦어져서

제가 먼저 오리섬2로 내려가려고 하니까 오리들이 모두 헤엄쳐 옵니다.

농원이 아직 다리를 회복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어제보다는 기운을 차린 것 같습니다. 

제가 풀을 가르고 내려가니 오리들이 다시 멀찌감치 달아나네요.

농원은 힘이 드는지 물가에 머뭅니다.

오리들이 시끄럽게 밥달라고 울어댑니다.

야일이 아픈 농원을 부리로 찌르는 모습에 좀 화가 났습니다. 

농원은 전날보다 한결 나아진 모습입니다. 

두 발로 서서 먹기도 하네요. 

잡곡을 좀 먹더니 오리들이 모두 자리를 떠납니다.

농원의 헤엄치는 모습도 전날보다 훨씬 나아졌습니다. 

전날은 균형을 제대로 잡기 어려워했거든요.

오리섬1에 청소년 비둘기들이 날아왔습니다.

오리들의 잡곡을 노릴까봐 좀 염려가 되었지요.

다행히 오리들이 돌아와서 식사를 계속합니다.

야일은 일찌감치 식사를 끝내고 떠났습니다.

농원은 두 발로 버티고 먹다가 다시 한 발을 들고 먹다가 합니다. 

가운데 발가락의 발톱이 좀 덜렁거리고 살은 부은 듯합니다. 

많이 아파보이네요.


농투를 친구가 누룽지로 유인하고 그 동안 저는 농원에게 멸치를 주기로 했습니다.

멸치 두 마리의 꼬리부분을 소염제에 찍어서 주었지요. 

다행히 농원이 별 의심하지 않고 잘 받아먹었습니다. 

그런데 농투가 멸치주는 것을 재빨리 알아채고 달려옵니다. 

알고 보니 농투는 누룽지보다 멸치를 더 좋아했던 모양입니다. 


농투에게도 충분한 멸치를 나눠주었더니 실컷 먹고는 혼자 헤엄쳐 갑니다. 

농원이는 혼자 남아서 열심히 잡곡을 먹습니다.

잘 먹고 회복해야지, 하는 마음가짐이 엿보이네요.

멀리 왜가리 한 마리가 천천히 걸어갑니다. 

농투는 건너편 물가 나무아래로 헤엄쳐갑니다. 

농원은 식사하다 말고 다시 발을 듭니다. 아픈가 보네요.

왜가리는 오리섬 1을 건너 돌다리쪽으로 이동합니다. 

이제 농원도 농투가 있는 물가로 헤엄쳐갑니다.

야일은 오리섬5 부근에서 혼자 열심히 물 속에서 먹이를 구해먹고 있습니다. 

다시 농원과 농투가 오리섬1근처로 이동해옵니다.

어릴 때는 물흐름이 빠른 곳에는 잘 가지도 못했는데, 이제는 빠른 물살에도 버티고 먹이를 구해먹을 수 있을 만큼 자랐네요. 

농원이 아픈 발에도 잘 버텨냅니다.

농투는 어딜 가는 걸까요?


우리는 오리들이 떠난 사이 한삼덩굴잎을 따서 오리의 잡곡 위에 올려다 두었습니다. 

한삼덩굴은 오리들이 어릴 때부터 즐겨먹던 것이지요.

게다가 이 한삼덩굴이야말로 자연산 항생제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혹시나 농원의 발이 회복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농원의 뒷모습을 보면서 농원을 애타게 기다렸습니다. 

농투와 농원이 다시 우리쪽으로 헤엄쳐 오네요. 

농원이 다시 잡곡을 먹기 시작합니다. 

농투까지 합세해서 함께 잡곡을 먹습니다. 

농원이 한삼덩굴잎을 잘 먹네요. 안심입니다. 

농투는 잡곡 사이에 던져둔 누룽지를 챙겨먹고 떠납니다. 


멀리서 야일이 "꽥꽥"하며 오리들을 부릅니다. 

그리고 물 속으로 떠난 농투도 농원을 부르듯이 "꽥꽥" 소리를 지릅니다. 


다들 농원에게 그만 먹고 빨리 와~하는 듯하네요. 

농원이 조금 나아진 모습에 마음이 편안합니다. 

소염제가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진통효과라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쩌면 한삼덩굴잎이 더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작용 없는 항생제라고 하니까요. 


아무튼 빨리 낫기만을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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