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6. 6. 12:34ㆍ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집오리 농원이 발을 다친 지도 오늘로서 딱 보름이 되는 날입니다.
그동안 매일 농원을 살펴보러 나갔었지만, 어제는 하천가에 가지 않았습니다.
농원이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좀 나아보였기 때문입니다.
내일은 비바람이 대단하다고 하니, 오늘 오후에는 한 번 가 봐야겠습니다.
월요일(6/3), 동번과 서번을 만나지 못해 바로 오리 세 식구가 사는 오리섬1로 향했습니다.
친구는 가는 길에 열심히 한삼덩굴잎을 채취했고, 잡곡과 함께 한삼덩굴을 주었지요.
농투는 일찌감치 잡곡식사를 끝내고 떠나버렸습니다.
농원이 두 발로 지탱하고 있는 모습에 마음이 조금 편했습니다.
농원은 배가 부른 지 금방 잡곡 식사를 중단하고 물가로 이동합니다.
오리들의 식사를 살펴보면, 잡곡을 먹고 풀이나 물가나 물 속 진흙 속에서 먹을 것(수생곤충 또는 풀뿌리?)을 구하고
다시 잡곡 식사를 하고 또 물가나 물 속으로 이동해서 먹고.. 를 반복합니다.
농투도 농원도 떠난 자리에서 야일이 식사를 계속하는 걸 보니,
이날은 야일이 충분히 먹지를 못했나 봅니다.
평소라면 잡곡식사를 제일 먼저 끝내는 녀석인데요.
농원이 물위를 헤엄치는 모습이 안정적이고 편안해 보입니다.
확실히 발이 좀 나아진 것 같네요.
뒷편에 보이는 바위들 근처가 농원과 농투가 어린 시절, 밥을 주었던 곳이지요.
오리섬 1 근처에서 농원과 농투가 이리저리 헤엄치며 휴식을 취합니다.
작년과 오리섬1의 모습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야일의 식사가 길어집니다.
농원이 다시 오리섬2로 천천히 다가옵니다.
그런데 절뚝절뚝 걷습니다. 보기가 안 됐어요.
계속 장애오리로 살게 될런지, 아니면 나아질런지...
다시 농원이 잡곡식사를 하려고 왔습니다.
발이 아픈지 오른발을 살짝 들고 있습니다.
야일은 농원이 아프거나 말거나 자신의 식사에 방해가 된다 싶으면 농원을 부리로 쪼아댑니다.
농원이 몸을 일으키고 날개를 털어봅니다.
아픈 발로 제법 버티는 것을 보니... 좀 나아지긴 한 거겠죠?
농투는 오늘 확실히 배가 부른 걸까요? 다시 오질 않네요.
그런데 농투가 다시 잡곡식사를 하러 돌아왔을 때, 야일이 충분히 식사를 했는지 떠납니다.
농원도 농투도 잡곡을 먹으면서 한삼덩굴잎도 먹습니다.
농원과 농투가 잡곡 식사를 이어가는 중 농투가 어딜 갔나 했더니 바로 뒤편 풀 사이에서 혼자 다른 식사를 하는 중이었습니다.
(동영상이 너무 흔들리네요. ㅠㅠ canon ixus 160의 경우는 줌을 뽑아 촬영하면 이렇게 흔들립니다.
아주 가까운 곳의 동영상 촬영이외에는 동영상촬영에는 부적합한 카메라로 생각됩니다.)
농원이 한삼덩굴잎을 3장을 먹는 것을 보고 좀 안심했습니다.
한삼덩굴잎이 농투의 발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는 믿음 때문이지요.
이제 식사를 끝낸 오리들이 모두 오리섬 2를 떠나 건너편 물가 풀과 나무 속으로 사라집니다.
농원은 물풀 뒤로, 농투는 물가로 드리워진 나뭇가지와 잎 덤불 속으로 가버렸습니다.
이제 우리도 떠날 시간입니다.
가는 길에 만나지 못했던 서번을 돌다리2에서 만났습니다.
장을 보러 가는 참에 돌다리를 건너려는데, 서번이 근처에서 헤엄치고 있어 깜짝 놀랐습니다.
돌다리 끝에 잡곡을 놓아주었더니 잘 먹네요.
식사하는 서번을 놓고 우리는 돌다리2를 건너왔습니다.
서번이 밥을 잘 먹고 있나 뒤돌아보는데...
친구 말이 "서번이 우리를 따라와~"합니다.
아니, 밥을 먹다 말고 우리를 왜 쫓아오는 걸까요?
이렇게 쫓아오다가 잡곡을 놓아둔 자리를 잊어버릴 수도 있는데... 잠시 걱정했습니다.
오리들이 생각보다 머리가 나쁘기도 하거든요.
다행히 우리가 자전거도로를 지나가니까 서번이 다시 잡곡을 둔 곳으로 돌아갑니다.
사람들이 돌다리를 건너갑니다.
분명 서번이 놀라서 달아날텐데... 식사를 잘 하기가 쉽지 않을 것만 같군요.
사람들이 돌다리를 건너면 달아났다가 다시 돌아오고를 반복하네요.
아주머니 한 분이 오리가 밥 먹는 모습이 신기한지 가던 길을 멈추고 바라봅니다.
서번이 어쩔줄을 몰라 하군요.
아마도 아주머니는 오리 식사를 방해하는 줄 모르실 겁니다.
오리가 귀여워서, 신기해서 그냥 보고 계실 뿐이지요.
하지만 오리는 겁이 많은 동물이라서 밥을 주지 않는 사람이 가까이서 구경하면 식사에 집중하기 어렵습니다.
혹시나 오리가 식사를 하고 있으면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않도록 하는
오리에 대한 배려심을 발휘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