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의 배가 불룩한 이유는 알 때문?(하천오리 시리즈146-2)

2019. 6. 28. 08:00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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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화요일(6/25)의 오리 세 식구 소식을 전합니다. 

마침내 오리 세 식구가 머무는 오리섬1에 도착했습니다. 

저녁 7시 40분이 넘었습니다. 일몰시간까지 얼마남지 않은 때였습니다. 

오리섬1에 농투와 농원의 모습이 보입니다. 

농투는 벌써 알아채고 이동할 준비를 하고 있구요. 농원은 풀 속에 숨어 있습니다. 

농투가 앞장서서 물살을 타고 출발하니까 농원과 야일도 뒤따라옵니다.

언제나 그렇듯, 야일은 조금 더 떨어져 있습니다. 

농투가 잽싸게 달려나옵니다.

도대체 언제부터 농투가 이렇게 날쌘돌이가 되었을까요?

농원은 발을 다친 이후 좀 느리고 둔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날이 하천가 풀들이 무성해지고 있습니다.

풀 때문에 돌다리5는 오리섬2에서 잘 보이질 않네요. 

야일의 부리찌르기는 심하지는 않지만 계속되고 있구요. 

지금으로서는 자기 자리를 확보해서 먹이를 먹으려는 생존의지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야일의 부리찌르기에도 불구하고 오리들의 식사는 평화로운 편입니다.

어쩌면 야일이 아주 배고프지는 않은 것일 수도 있겠어요.

곁에서 지켜보던 동생이 농투의 뒷배쪽이 불룩하다면서 "아픈 것 아닐까?"합니다. 

글쎄요... 활발한 움직임을 본다면 아픈 것은 아닌 것 같고, 

혹시 알을 배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암컷 오리들은 성숙기가 되면 수컷과의 성관계와 무관하게 일단 알부터 속에서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수컷과 성행위를 하면 유정란을 낳고, 그렇지 못하면 무정란을 낳는 것이지요. 

농투가 암컷 오리일까요? 아직도 농원과 농투의 성별을 알지 못합니다. 

어쩌면 지난 번 물 속에서 발견했던 알도 농투가 낳았던 것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 

24시간 카메라를 설치해서 지켜보지 않는 한 알 길이 없군요. 궁금하긴 하지만요.

물 속에서 등지느러미를 드러내고 걷다시피 헤엄치는 물고기가 신기하기만 합니다. 

동생은 "물고기가 걷고 있는 것 아냐?" 합니다.^^

어쩌면 걷고 있는 건지 모르겠네요. 하하.

잡곡을 얼마 먹지 않고 오리들이 물가로 이동합니다.

농투는 풀을 먹고 야일은 물 속에서 먹이를 먹고, 농원은 깃털을 고릅니다. 

풀을 조금 먹더니 농투가 헤엄쳐 가버립니다. 

농투가 떠나니 야일과 농원도 뒤따라 가버리네요. 

"오리들아~" 불러도 오리들이 다들 헤엄쳐 가버립니다. 

7시 50분. 제법 어두워졌습니다. 

우리가 좀 늦게 오긴 했나 봅니다. 

오리들은 오리섬2와 오리섬5 사이에서 자라난 풀무리근처에서 먹이를 구합니다. 

그곳에 먹을 것이 많은가 보네요. 

이 풀무리를 '부케풀'이라고 부르렵니다. 

오리들이 혹시 다시 잡곡을 먹으러 오려나 기다려봅니다. 

기다리는 동안 주위를 둘러봅니다. 

해지는 하천가 풍경이 평화롭네요. 


오리들이 잡곡을 많이 남기고 떠났지만 어쩌면 이날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을 것도 같습니다. 

이미 해가 기울고 있어 잡곡이 잘 보이지도 않을테고, 

어쩌면 누군가 이미 먹을 것을 나눠주어 충분히 먹었을 수도 있구요. 


다시 돌아오지 않는 오리들에게 야속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오리들의 편안한 밤을 기원하면서 우리도 하천가를 천천히 떠났습니다. 


일몰의 시간에도 기온은 25도를 넘었습니다. 

새벽에도 20도가 넘으니 정말 본격 여름날씨네요. 

그래도 지난 수요일부터 장마철에 접어들었으니 당분간 비가 오락가락해서 오리들이 그나마 지내기가 나쁘지는 않겠지요?


작년 8월 농삼이 죽고 너무 마음 아팠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네요.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일입니다. 

오리들이 한 마리도 죽지 않고 7,8월 여름을 무사히 잘 나길 기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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