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오리, 어린 청둥오리와의 기싸움에 패배(하천오리 시리즈 154)

2019. 7. 14. 23:26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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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가네요. 

그사이 오리들 이야기를 바로 전해드리지 못하고 시간만 보냈습니다. 

어쩌면 월요일, 화요일날 진행된 하천가 나무들의 죽음(아니, 학살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질 지경입니다) 때문에 기운이 좀 빠진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월요일(7/8), 오리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바로 사진 속과 같이 잘려진 나무들이었습니다. 

벌써 전부터 많은 나무들이 붉은 끈으로 묶여 있어 혹시 이 나무들을 자를려고 하는 걸까?하는 의심을 해보았지만 

그 의심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정말 속상하네요. 

잘린 나무들 때문에 기분이 나빠진 상태에서 터덜터덜 걷다 보니 어느덧 오리섬2에 도착했습니다. 

가는 동안 동번과 서번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오리섬2로 제일 먼저 헤엄쳐 온 오리는 농투. 

농투가 혼자 오리섬2에 도착하고 

뒤이어 농원과 야일도 헤엄쳐 왔습니다. 

이날은 친구가 오리섬으로 오던 길에 딴 한삼덩굴잎을 잡곡과 함께 줘보았습니다. 

혹시 같이 먹지 않을까?해서요. 

잡곡을 주고 한삼덩굴잎을 주면 잡곡을 먹고 자리를 떠나 버려 한삼덩굴잎을 먹지 않게 되서 함께 주면 어떨까?하고 시도해본 것이지요.  

농원과 농투, 야일이 다함께 잡곡을 먹습니다. 

그런데 한삼덩굴잎을 함께 먹지는 않는군요. 

먼저 잡곡부터 먹고 나중에 한삼덩굴잎을 먹으려나... 했습니다. 

인간처럼 밥과 반찬을 같이 먹는 식으로 먹지는 않나 보네요. 

잡곡을 먼저 먹고 나중에 풀이나 다른 먹을거리를 먹나 봅니다. 

야일의 모습이 정말 통통합니다. 

농원은 깃털이 엉망으로 뒤엉켜 있는 모습입니다. 

더워서 깃털을 내팽개친 걸까요?

오리들은 순식간에 잡곡을 먹어치웠습니다. 

가만히 오리들이 식사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런데 하류쪽에서 오리가 다가옵니다. 

청둥오리 삼둥이 중 한 마리인 부긴입니다. 

삼둥이는 아예 이곳에서 먹이를 구하기로 작정을 한 것인지...

삼둥이가 근처에 있다는 것도 의식하지 못하고 오리 세 식구는 자신들의 식사에 집중합니다. 

잡곡을 어느 정도 먹었는지 오리들이 한삼덩굴잎도 먹기 시작합니다. 

오리들이 한삼덩굴잎을 먹는 장면은 제대로 담질 못했어요. 아쉽네요.

삼둥이 중 한 마리가 오리 세 식구의 잡곡을 향해서 살금살금 다가갑니다. 

벨이 용기를 내서 다가가니 스윅도 따라오네요. 

하지만 농원이 이 오리들에게 잡곡을 허락하지 않는군요. 

농원에게 쫓겨났지만 멀리 달아나지는 않고 오리섬2에서 딴청을 피웁니다. 

이제 오리들이 어느 정도 잡곡 식사를 끝냈는지 물가의 풀잎을 따서 먹습니다. 

고마리잎으로 보입니다. 

야일은 계속 잎을 따 먹고 농원은 이제 자리 이동을 하려는 건지 다른 곳을 바라봅니다. 

농원이는 어딜 바라보는 걸까요? 

삼둥이도 각자 떨어져 있지만 마음은 아마도 잡곡을 향해 있겠지요. 

부긴이 제일 멀리 떨어져서 잡곡이 있는 쪽으로 오질 않고 물 속에 머물고 있습니다. 

삼둥이 어미가 있었을 때는 어미가 이렇게 떨어져 있었는데, 지금은 부긴이가 어미처럼 떨어져 있네요. 

농투는 벌써 오리섬1로 이동해갔습니다. 돌들 사이에서 다른 먹이를 구합니다. 

농원과 야일의 물가 식사는 아직도 끝이 나질 않았습니다. 

농원과 야일이 잡곡에서 조금 떨어져 있으니, 청둥오리가 다시 잡곡에 접근해 봅니다. 

마침내 잡곡 먹기에 성공했네요. 

아직 농원과 야일은 알아채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때 농원이 청둥오리를 발견합니다!

농원이 다시 잡곡 있는 곳으로 내려옵니다. 

농원이 심하게 공격하지도 않았지만 청둥오리 새끼는 지레 겁먹고 달아납니다. 

농투는 홀로 오리섬1을 이리저리 다니면서 먹이찾기를 계속합니다. 

비둘기가 오리섬1에 내려앉았습니다. 

달아났던 청둥오리가 오리섬1을 경유해서 이번에는 농원과 야일 뒷쪽으로 물가 풀 근처에 나타났습니다.

또 한 마리는 오리섬1에서 머뭇거리며 눈치를 보다가 날아서 물가 풀 근처로 합류합니다. 

세 번째 청둥오리 부긴이 오리섬1로 헤엄쳐옵니다. 

농원과 야일이 삼둥이와 숨바꼭질을 하는 동안에도 농투는 혼자 먹이구하기에 여념없습니다. 

청둥오리는 농원과 야일의 눈치만 보고 있습니다. 

농원과 야일이 다시 물가 풀 근처로 다가가니 청둥오리들이 놀라 달아납니다. 

그리고 농원과 야일도 식사를 중단하고 헤엄쳐갑니다. 

농투도 식사를 중단하고 헤엄쳐 가네요. 

삼둥이들이 각자 흩어집니다. 

삼둥이 중 두 마리(벨과 스윅)은 다시 오리섬1로 올라가서 눈치를 봅니다. 

오리 세 식구는 일단 오리섬2에서의 식사는 끝을 낸 것 같습니다. 

'부케' 풀 쪽으로 함께 이동합니다. 

그동안 눈치를 보던 삼둥이들이 이제 오리 세 식구가 완전히 떠났다고 생각하며 

다시 오리섬 2 잡곡이 있는 곳으로 이동합니다.  

벨과 스윅이 잡곡을 먹기 시작합니다. 

아직 부긴은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벨이 스윅에게 눈치를 줍니다. 귀찮다는 몸짓을 합니다. 

부긴은 아직 홀로  진흙 속에서 먹이를 찾고 있습니다. 

벨에게 눈치를 받은 스윅은 물가 풀 쪽으로 이동한 후, 

마침내 부긴도 잡곡 먹기에 합류했습니다. 

이제 삼둥이가 다 함께 잡곡을 먹습니다.

왼쪽이 부긴, 가운데가 벨, 오른쪽이 스윅입니다. 

부긴과 스윅은 다시 자리를 옮겨 물가 풀 쪽으로 이동하고 벨 혼자 남습니다. 

벨은 혼자서 끝까지 잡곡을 먹습니다. 

농원을 연상시키네요. 언제나 끝까지 남아서 잡곡을 먹던 농원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농원과 야일이 오리섬5로 함께 이동했는데, 농투는 떨어져 다시 오리섬1로 돌아옵니다. 

아직 잡곡에 미련이 남았나 봅니다.

농투가 벨에게 '꽥꽥' 하면서 다가갑니다. 

하지만 벨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질 않고 잡곡 먹기에 열심입니다. 마치 '난 너 따위 신경도 안 써.'하며 무시하는 모습입니다.

농투의 '꽥꽥'은 '내 밥인데...'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벨이 생까는 모습에 기가 꺽여서 돌아섭니다. 

무안해 하면서 물가로 이동했다 포기하고 헤엄쳐 떠납니다. 

제 잡곡도 못챙기는 농투의 뒷 모습이 짠하네요. 

어린 벨이 농투를 기싸움에서 이겼습니다.

우리는 농투가 불쌍하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했습니다. 

떠나가는 농투를 바라보다 우리도 집으로 떠났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다행히 동번과 서번을 큰다리1 아래서 만났습니다. 

동번과 서번에게 잡곡을 나눠주고 멀찌감히 떨어져서 잠시 살펴보았습니다. 

동번과 서번은 요즘 경쟁자가 없어 편안할 것 같습니다. 

삼둥이 가족도 이제 큰다리 1 근처로 오지 않으니까 식사를 독점할 수 있으니까요.

어쨌거나 동번과 서번은 겁쟁이라서 소리가 날 때마다 고개를 잠깐 잠깐씩 들었다 식사를 하다 합니다. 

동번보다 서번이 더 겁이 많으니 고개를 드는 일이 더 많습니다. 

오리들이 원래 겁이 많은 동물이긴 하지만 그 중에서도 더 겁이 많은 녀석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동번과 서번 중에서는 서번이, 오리 세 식구 중에서는 농투가, 삼둥이 중에서는 부긴이가 겁이 특히나 많은 것 같아요. 


이날은 청둥오리 벨에게 농투가 확실히 참패한 날이었습니다. 

농원은 삼둥이 그 누구에게도 자기 밥을 빼앗기지 않지만 

농투는 어린 청둥오리 벨에게조차 자기 밥을 지키지 못하는 바보오리로 판명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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