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들이 되찾은 평화로운 식사시간 (하천오리 시리즈 156)

2019. 7. 16. 16:06하천오리 시리즈

정말 비가 계속 오네요. 본격 장마인가 봅니다. 

지난 목요일(7/11)에만 해도 기온이 30도 아래도 떨어져서 여름이지만 지낼 만하다 생각하고 

이제 오리들에게 밥도 이틀에 한 번씩만 주자 생각했었지요. 

그래서 수요일은 건너뛰고 목요일날 오리들을 만나러 갔습니다. 

월요일과 화요일날 벌어진 하천가 나무들 베기의 흔적은 하천가에 그대로 남겨져 있었습니다. 

큰다리1 아래도 나무가 잘려서 훨씬 황폐한 느낌이 듭니다. 

동번과 서번이 보이질 않네요. 

오리들이 어딜 갔나?하고 큰다리를 지나오는데 밥돌 주변에서 오리들을 만났습니다.

그 주변에는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나온 한 아저씨가 앉아 있었습니다. 

얼룩 강아지는 오리들에게 무척 관심을 보였지만 오리들은 개를 무척 경계하는 모습입니다. 

강아지 때문에 할 수 없이 밥돌에 잡곡을 놓아주기 어려웠습니다. 

강아지가 닿지 못하는 바윗돌에 잡곡을 올려두었고 동번과 서번는 무사히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곁에 앉아 있던 아저씨와 친구가 대화를 이어가던 중, 

아저씨가 말씀하시길, 죽은 오리들을 보았고, 아마도 너구리나 라쿤의 짓이 아닐까 싶다고!

아직 다니면서 죽은 오리를 본 적은 없었는데, 게다가 라쿤이 산다고요!!

원래 까치와 물까치가 지내던 나무들이 모두 사라진 곳에서 까치와 물까치를 발견했습니다. 

베어진 나무토막 위에 앉은 까치, 얇디얇은 가지에 출렁이며 앉아 있는 물까치들... 

정말 애처로운 모습이네요. 

베어쓰러진 나무의 가지들 위에 앉아 있는 물까치들. 

이 물까치들은 아직도 강제퇴거당한 후, 자신들의 잃어버린 집을 그리워하는 걸까요?

큰다리1 아랫길로 좀더 내려오다가 보니까 청둥오리 한 마리가 눈에 띱니다. 

사진 상으로 잘 보이질 않아요. ㅠㅠ

돌다리 건너편 작은 바위섬에 또 다른 청둥오리 한 마리가 앉아 있네요. 

조금 더 내려가서 습지 근처에 다다랐을 때 건너편 물가의 작은 섬 풀 속에 청둥오리 한 마리가 숨어 있는 것이 보입니다. 

근처에 또 한 마리가 보이네요. 

모두 네 마리의 청둥오리를 발견했는데요, 이 오리들은 삼둥이는 아닌 것이 분명하고 다둥이 중 일부인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돌다리5를 지나고 오리섬2 근처에 도착했을 때 멀리 오리섬1에 오리 세 식구가 함께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우리 발자국 소리에 오리들이 고개를 빳빳하게 세우고 걸어갈 준비를 하는 모습입니다. 

밥을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군요.

어제도 이렇게 기다리고 있었을까요?

오리섬1에서 빠른 물살을 타고 내려와서는 다시 물살이 약한 곳은 거의 뛰다시피합니다.

오리들이 잡곡을 먹으러 다가옵니다. 

언제 보아도 편안한 풍경. 

하천, 섬, 다리, 그리고 밥먹는 오리들. 

잘 먹네요. 배가 고팠는지...

농원과 농투는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고 하천에서 동고동락한지 벌써 1년 반이 다 되어가는 사이라서 그런지 

서로 눈치를 주거나 쫓는 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농삼이 죽고 뒤늦게 합류한 야일은 식사에 방해가 된다 싶으면 농원과 농투를 부리를 찌르면서 쫓습니다. 

특히 배가 고프면 더 심해집니다. 

그런데 길가에서 사람소리가 들리면 오리들은 고개를 들고 식사를 잠시 중단합니다. 

야일과 농원은 차례로 고개를 들었다 식사를 하다가 하네요. 

농원과 야일은 주변의 소리가 많이 신경쓰이는 것 같은데 농투는 신경도 쓰지 않고 식사에만 집중합니다. 

겁쟁이 농투도 야일과 농원의 곁에서는 모든 것을 이들에게 맡기도 자신은 편안히 식사에만 집중하려나 보네요.

야일은 잡곡 식사를 중단하고 물가로 가서 풀을 뜯어먹습니다.

야일은 언제나 잡곡식사를 제일 먼저 끝내고 물가로 이동합니다. 

풀도 먹고 물도 먹고 진흙속 먹을거리도 찾아먹으면서 다음 식사를 계속합니다.

농원과 농투가 계속해서 잡곡을 먹는 동안 야일은 물가를 떠나 이번에는 물 속에서 먹이를 찾아먹습니다. 

야일은 먹이구하는 능력이 농원과 농투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것 같아요. 

야일을 통해서 농원과 농투는 먹이찾는 법도 배우고 있습니다. 

요즘은 농원과 농투도 먹이구하는 능력이 좀더 늘어난 것 같거든요.

농원과 농투의 잡곡 식사는 계속되고

야일 나름의 식사도 계속되고...

오리들이 식사하는 동안 지난 화요일처럼 물까치떼가 지르는 비명소리도 들리지 않구요,

삼둥이가 곁에서 배회하면서 신경을 거슬리는 일도 없구요,

이 하천에는 오리 세 식구뿐인 듯 평화롭습니다. 

농원이 식사를 하다 말고 벌떡 일어나 날개를 털어줍니다. 

기지개 한 번 켜고 다시 식사를 계속하는 농원, 농투도 쉬지 않고 먹고 또 먹기만 합니다. 

야일은 야일대로 열심히 식사중.

농원의 날개깃이 많이 회복되었습니다. 예쁜 파랑색 날개가 보입니다. 

오리들의 식사가 제법 길어집니다. 

방해꾼이 없어서 그런지...

아니면 너무 배가 고팠는지...

그런데 오리들을 불편하게 하는 소리가 들렸는지 깃털을 고르던 야일도, 식사를 하던 농원과 농투도 다들 차례로 고개를 듭니다.

조그만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오리들입니다. 

농투는 갑자기 우리를 향해 다가옵니다. 

먹을 것을 달라는 몸짓이지요. 주지 않으니 바로 고개를 돌리고 방향을 틀어 풀쪽으로 이동해서는 풀을 먹는 척 해봅니다.

요구를 거절당해 무안해서일까요?

농원과 농투는 다시 식사를 이어가고,  야일도 다시 깃털을 고릅니다.  

오리들 곁 풀 숲에서 오므라든 분홍 애기메꽃이 보이네요.

농투가 다시 우리를 바라봅니다. 

이번에도 더 먹을 것을 주지 않으니 슬쩍 돌아섭니다. 

이날은 농투의 조르기가 몇 번이나 반복되었습니다. 


언제나 더 달라고 조르는 오리는 농투뿐입니다.

그 만큼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뜻이지요. 

다른 오리들 앞에서는 겁이 많은 오리지만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조를 때는 가장 용감한 오리입니다.

농원과 야일의 식사가 끝났나 봅니다. 고개를 들고 오리섬1쪽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천천히 물속으로 걸어들어가...

헤엄쳐 오리섬1로 가버립니다. 

농투도 뒤따릅니다. 

친구가 오리들을 부르면서 던져준 한삼덩굴잎이 오리들이 먹어주지 않아 둥둥 물 위로 떠내려 흘러갑니다. 

오리섬1쪽은 풀이 너무 무성해진 상태입니다. 

예전에는 오리섬1쪽에서 오리들 밥을 주었는데, 올 여름에는 풀이 너무 자라서 그곳에서 밥주기가 힘든 상태입니다. 

농원과 야일은 오리섬1로 올라갑니다.

농투는 아직도 식사에 대한 미련이 남은 것인지...

농투는 계속 먹이를 찾아다닙니다.

야일의 깃털 고르기에 이어 농원도 깃털을 고르고...

야일도 다시 풀을 뜯어 먹네요. 

이제 조금 있으면 오리들 모두 휴식을 취하고 잠들 시간이라서 우리도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길에 들어서서 오리섬1를 바라보니, 야일은 계속해서 풀을 뜯고 있네요. 

거리가 있어 화면이 좀 흔들립니다...


이 날은 오리 세 식구의 평화로운 식사시간을 지켜보았는데요, 

돌아가는 길에 삼둥이 생각을 했습니다. 

그동안 농원이 깃털이 빠지고 더워서 열이 오른 모습이라서 도와줄 겸 매일 하천에 나가 식사를 제공했었지요.

그러다 보니 오리들이 잡곡을 남겨서 청둥오리 삼둥이에게까지 잡곡을 제공하는 상황이 되서 

기온이 30도 이하로 떨어진 김에 매일 잡곡을 주지 않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런데 삼둥이가 보이질 않으니... 마음이 쓰입니다. 어딜 간 걸까요? 북쪽으로 날아갔을까요?

아니면, 강아지산책 시키던 아저씨가 말했던 죽은 오리가 혹시나 삼둥이였을까요?

걱정과 불안은 또 다른 모습으로 꼬리를 뭅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커질수록 불안과 걱정도 더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