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의 서열은 몸집에 따라 정해진다 (하천오리 시리즈175)

2019. 8. 9. 14:47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반응형

오늘도 낮 기온은 35도! 정말 더운 날들이 계속됩니다. 

무더위 덕분에 낮에는 실내에 갇혀 지내는 중입니다. 

너무 더우니까 일이고 독서고 사람 만나는 일까지 낮에는 모두 내팽개치고 있습니다.

오리들을 위해서나 제 자신을 위해서나 어서 폭염이 물러나길 바라는 마음이 큽니다. 

오늘의 이야기에는 오리들 이외 특별출연으로 참새 똑똑이가 나옵니다.^^

지난 화요일 저녁, 큰다리1 아래서 평소처럼 동번과 서번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오리가 있었어요. 야생오리겠지만... 누구인지...?

동번과 서번도 우리가 반가웠겠지만 우리도 오리들이 반갑습니다. 

동번과 서번이 식사를 하고 있는 중에 청둥오리가 천천히 근처로 다가옵니다. 

이 오리는 "오리야~"하고 불렀을 때 동번과 서번이 대답하고 오는 동안 이 오리도 "꽥꽥!"하고 울면서 대답을 하더군요. 

아무래도 에밀리로 보입니다. 

바로 삼둥이의 어미 청둥오리지요. 

지난 7월 초 에밀리는 세 자매를 두고 사라졌습니다. 

그 이후 돌다리1 근처 어딘가에서 에밀리을 보았다 싶었는데... 아무튼 에밀리를 제대로 본 것이 거의 한 달만이네요.

새끼들을 독립시키고 이제 혼자서 지내나 봅니다. 에밀리의 남편은 어디로 간 건지?

요즘은 돌다리5 근처 오리섬1에서 지내는 오리 세 식구, 다들 잘 지냅니다. 

물이 좀더 빠져서 잡곡을 전날처럼 양쪽으로 나눠주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평소와 다름 없는 오리 세 식구의 식사시간, 

야일은 밥먹기에 방해가 된다 싶으면 농원이나 농투를 부리로 쪼며 자기 식사 챙기기에 여념없습니다.

그때, 멀리서 청둥오리가 날아옵니다. 

청둥오리 벨이네요. 에밀리의 딸이자 삼둥이 중 한 마리인 청둥오리 암컷. 

삼둥이 중 가장 체격이 좋고 예쁘고 영리한 오리입니다. 

오리 세 식구 중 가장 벨에게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며 쫓는 오리는 바로 농투. 

아마도 혼자 식사하다 벨에게 당한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농원과 야일이 청둥오리들을 신경도 쓰지 않고 잡곡 식사에 집중하는 동안에도 

농투는 청둥오리 자매 벨과 스윅을 견제하느라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바쁩니다.

오리 세 식구가 잡곡식사를 하는 동안, 청둥오리 자매들은 기회를 엿보면서 근처에서 왔다갔다 하지만

작은 몸집을 이용해서 살금살금, 몰래몰래 잡곡을 훔쳐먹고 있는 또 다른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참새. '똘똘이'입니다.

어찌나 영리하게 잡곡을 잘 챙겨먹는지 그렇게 이름을 붙였지요.

이번에는 야일과 농원도 청둥오리 자매 쫓기에 동참합니다. 

청둥오리는 풀 숲에 숨어서 가만히 잡곡과 오리 세 식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때가 되면 놓치지 않고 잡곡을 먹기 위해서죠.

농투는 정말 청둥오리들이 싫은가 봅니다. 요즘 농투는 청둥오리자매를 쫓느라 부쩍 식사에 집중을 못합니다. 

하지만 청둥오리 자매는 자신들에게 경고하고 쫓는 농투를 그다지 두려워하지는 않습니다.

이제 농원은 어느 정도 충분히 잡곡을 먹었나 봅니다. 

자리 이동을 하려 합니다.

농원과 야일이 떠나고 농투만 홀로 남아 계속해서 청둥오리 자매를 쫓습니다. 

농투가 청둥오리를 신경쓰는 동안 잽싸게 나타난 참새 똘똘이. 

집오리 농투와 청둥오리 자매들 간의 잡곡 쟁탈전 속에서 이득을 챙기는 것은 참새 똘똘이입니다. 

농투와 청둥오리자매와 참새가 서로 잡곡을 경쟁하든 말든 농원과 야일은 물가에서 각자의 식사에 몰두할 따름입니다. 

농원과 야일이 식사를 끝내고 오리섬1로 건너가는 것을 본 농투도 얼른 뒤따라 헤엄쳐갑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청둥오리 벨과 참새 똘똘이가 잡곡을 챙겨 먹습니다. 

뒤늦게 나타난 청둥오리 스윅도 합류합니다. 

스윅은 벨의 눈치를 보면서 식사를 합니다. 

그래서 한 자리에 머물러 잡곡을 먹는 벨과 달리 스윅은 벨 주위를 뱅글뱅글 돌면서 식사를 합니다. 

이미 벨과 스윅 사이에는 확고한 서열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벨은 삼둥이 가운데 가장 체격이 컸습니다. 그래서 곧바로 자매들 가운데 서열1위가 된 거지요. 

오리들 형제자매의 서열은 체격으로 결정된다더군요. 

청둥오리 자매가 남은 잡곡을 먹는 것은 그냥 두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더 챙겨주지 않기로 했지요. 야생오리들이니 스스로 먹이를 구해서 먹을 능력도 있고 

또 그렇게 살아야지 적절한 몸매를 유지하면서 잘 날아 다닐테니까요. 

벨은 스윅에게 눈치를 주고 스윅은 벨의 부리쪼임을 당하지 않으려고 애써 피하면서 식사를 합니다. 

아무래도 눈치를 보면서 식사를 하는 스윅은 원래도 벨보다 체격이 작았던 데다 먹이도 더 챙겨먹을 수 없으니 몸집 차이가 더 나겠지요.  

지금의 농원과 농투가 그렇듯이요. 

농원이 주도적으로 잡곡을 챙겨먹고 농투는 농원의 부리쪼임을 당하지 않으려고 주위를 배회하면서 먹을 수밖에 없었지요.

그래서 현재 농원의 몸집과 농투의 몸집은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벨이 스윅에게 양보하지 않고 계속 쫓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형제자매간의 먹이경쟁이 더 치열하고 더 이기적인 태도가 나타나는 것 같아요. 

어느 정도 자라니까 형제 자매 간의 먹이경쟁은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서열이 정해져서 그런 것인지...?

어쩌면 먹이가 지속적으로 공급된다는 확신이 있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 농원과 농투 사이에서 서열이 앞서는 농원이 농투에게 부리쪼기를 하는 법은 없습니다.

오히려 배고픈 농투가 농원에게 부리쪼기를 할 때는 있어도 말이지요. 

그리고 동번과 서번도 현재 둘은 서로 먹이경쟁을 하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몸집이 큰 동번이 서번에게 부리쪼기를 했었지요. 

내년 즈음이면 벨과 스윅 사이의 먹이경쟁도 없어지게 될까요?


어쨌거나 청둥오리 자매가 오리 세 식구 주변에서 계속 살게 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잡곡이라는 먹이맛을 본 이상, 그 식량을 포기할 수는 없겠지요. 

우리 농투도 조금씩 이 상황에 적응해야 할텐데요. 

청둥오리들이 합심해서 오리 세 식구의 잡곡을 뺏어먹지 않고 남은 것만 먹는다면, 

이 오리들의 세계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서로 조율해서 적당한 질서를 만들어내겠지요.  

당분간 그냥 지켜볼 생각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