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오리들의 시큰둥(하천오리 시리즈178)

2019. 8. 14. 20:00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반응형

아직도 한낮에는 34도에 이르는 무더운 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월요일(8/12)에는 새벽에 비바람이 몰아치고 오전에도 비가 내렸지요. 

하지만 그날도 무더위는 만만치 않았습니다. 습한 무더위 때문에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흐르는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리들이 밤사이 잠을 잘 자지 못하고 전날 밥을 주지 못해서 잘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배고프고 피로하면 힘들 것 같아 밥을 주자,며 길을 나섰습니다. 

하천가 산책길은 채 마르지 못해 젖은 상태였습니다. 

하천은 완전히 흙탕물이었습니다. 

자라돌을 살펴보며 하천 수위를 가늠해보려하는데...

자라돌이 조금 물 위로 나와 있구나, 생각하려는 순간, 알고 보니 자라돌이 아니라 자라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천수위가 높아져 이미 자라돌은 물 속에 가라앉았던 거죠. 

그런데 자라가 조금이라도 등을 말리려고 그 돌 위에 올라와서 등을 조금 내밀어 보인 것인데...

멀리 거북돌은 보입니다. 그런데 그 돌위에도 자라가 몸을 말리고 있네요. 

오전 내내 비가 내려 미처 몸을 말리지 못한 자라들이 늦은 오후 햇살이 나는 동안 등을 말리려고 올라온 모양입니다. 

큰다리1을 지나 밥돌 근처에서 바라보니 동번과 서번이 처음 버려졌을 때 지내던 곳에 서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친구가 열심히 오리들을 불러 보지만... 오리들이 못 들은 척합니다. 

친구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오리들을 부릅니다.

오리들이 우리를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고개를 돌리고 있는 야속한 동번과 서번. 

분명 누군가 앞서 먹이를 주고 가셨겠지요. 

배부르면 먹지 않는 지혜 정도는 오리들에게도 있는 거죠. 다행입니다.^^

오리들이 무사한 것으로 기뻐해야지요. 

밥주기를 포기하고 터덜터덜 걸어가는 친구의 뒷모습이 처량하네요. 

하천가 산책길이 아직 충분히 물이 빠지지 않아서 도중에 벚나무길로 올라가서 걸었습니다. 

멀리 습지를 내려다 보니 터오리 한 마리가 깃털을 다듬고 있습니다. 

습지가 어느 정도 고쳐지고 난 다음 다시 습지로 돌아오는 오리인가 봅니다. 

원래 습지 주변에는 터오리들이 살았거든요. 

습지공사 때문에 강제로 쫓겨났던 터오리들이 하나 둘 돌아오면 좋겠습니다. 

돌다리5에 도착해서 다리를 살펴보니, 완전히 잠기진 않았지만 부분적으로 잠겼네요.

오리 세 식구가 어디 있을까요? 오리섬1의 풀 속에 셋이서 모여 앉아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친구가 오리들을 부르니까 청둥오리 자매가 헤엄쳐 옵니다. 

그런데 오리 세 식구는 고개만 들 뿐 움직이질 않네요.

야일이 제일 먼저 몸을 일으켰습니다. 

평소와 달리 재빨리 일어서서 다가오지 않는 걸 보니, 아무래도 이 오리들도 뭔가를 먹은 듯합니다. 

농원이 출발하니까 그제서야 야일도 뒤따라 헤엄칩니다. 

뒤늦게 농투도 따라옵니다. 농투의 배를 보니 이미 뭔가를 먹어 불룩합니다.

농원이 먼저 도착해 잡곡을 기다리는 동안 청둥오리들이 다가오지만 곧 야일과 농투도 도착하니까 청둥오리들이 자리를 피합니다.

오리들의 격렬한 환영의 소리가 없는 것을 봐도 그다지 배가 고프지 않은 것 같네요.

농원이 잡곡을 먹기 시작하고 다른 오리들도 따라옵니다. 

친구의 말이 농투가 떨어져 있던 빵조각을 먹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휘파람 아주머니께서 다녀가신 모양입니다. 

뒤늦게 도착한 야일이 농원과 농투 사이를 파고 들며 농투와 농원를 부리로 쪼면서 자기 자리를 확보해 식사를 하는 평소의 광경이 펼쳐지고

청둥오리들도 다가와 기웃거려봅니다. 

하지만  오리 세 식구가 식사를 시작한 이상 끝날 때까지 자기 몫을 챙기기가 어렵다는 것을 청둥오리들도 알고 있겠지요?

조금 떨어져 벨이 오리 세 식구를 지켜봅니다.

청둥오리 자매는 오리들이 언제 식사를 끝내나 왔다갔다 엿보면서 

잡곡에 관심 없는 척도 해 보고 물도 마시고 다른 먹을 것도 먹어가며 다시 힘든 기다림을 해야 합니다 .

오리 세 식구는 언제 배가 불렀냐는 듯 잡곡 식사에 집중합니다. 

청둥오리를 신경쓰는 농투만 빼구요.

그런데 왜 배가 부른 데도 청둥오리들에게 식사를 양보하지 않는 걸까요?

청둥오리에게 잡곡식사의 기득권을 빼앗길까봐 그런 걸까요?

청둥오리들이 없었다면 오리 세 식구도 동번과 서번처럼 불러도 오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청둥오리들이 있어 마지못해 잡곡을 먹으러 온 것 같은 인상이 듭니다.

청둥오리들이 식사하는 오리 세 식구 아주 가까이 다가옵니다. 

농투는 청둥오리를 계속 신경씁니다. 

농원이 벨을 쫓고 식사를 끝낸 야일은 스윅을 쫓습니다. 

야일은 일찌감치 식사를 끝내고 자리를 뜹니다. 

농원은 정말 열심히 먹는 오리입니다. 

청둥오리들이 계속 오리 세 식구가 떠나기만을 기다립니다. 

잡곡 식사를 끝낸 야일은 풀을 먹는 중.

아니... 잡곡을 거의 다 먹어치웠네요!! 

농원과 농투도 이제 충분히 먹었는지 자리 이동을 합니다. 

스윅은 오리들이 이동한 틈을 타서 풀무리를 에둘러 나타나 잡곡을 먹습니다. 

하지만 농원이 스윅이 잡곡먹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쫓습니다. 

농원이 스윅을 쫓는 동안 벨이 잡곡 쪽으로 이동합니다.

이번에는 농투가 발견하고 다시 잡곡쪽으로 이동하니까 벨이 피합니다. 

먹보 집오리들이 배가 부르면서도 청둥오리들에게 잡곡을 남겨주지 않으려는 심산인가 봅니다.

조금 먹더니 농투는 배가 부른지 다시 떠나버리고 농원만 홀로 남아 잡곡을 먹습니다.

벨은 야일 근처에서 물가의 먹이를 찾고 있고

농원이 자리를 옮기자마자 스윅은 잡곡이 있는 곳으로 잽싸게 등장.

하지만 농원은 잡곡을 먹지도 않으면서 잡곡 근처를 떠나지 않네요. 

도망간 스윅이 풀 뒤에서 숨어 지켜봅니다. 

이제 다들 떠나려는 걸까요?

다시 스윅이 잡곡 있는 곳으로 내려와서 조금 남은 잡곡을 먹습니다.

농투가 벨에게 간헐적이고 소극적인 경고음을 내며 눈치를 주는 동안, 농원과 야일은 오리섬1로 헤엄쳐갑니다 .

농투도 뒤따라가네요. 

스윅은 조용히 홀로 잡곡을 먹습니다. 

뒤늦게 잡곡을 먹으러 온 벨. 스윅이 알아서 자리를 피합니다.

오리 세 식구는 오리섬1로 가서 깃털도 고르고 머리에 물도 축이고, 기지개도 폅니다. 

오리섬1이 정말 많이 잠겼네요. 물살도 제법 거셉니다. 

오리섬1 귀퉁이 자리잡은 야일, 아직도 물 속에서 깃털고르기를 계속하는 농원과 농투...

아마 오늘 하천은 수위가 많이 낮아졌을 것 같습니다. 물도 맑아졌을테구요. 

오리 세 식구가 어제, 오늘 무더위를 잘 견디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오리들이 자기전 몸단장을 하는 동안, 천둥오리들은 조금 남은 잡곡을 깨끗이 먹어치웁니다. 

잡곡을 조금 더 줄까?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야생오리들의 삶에 너무 개입하지 말자,로 마음을 다잡습니다. 

이제 천둥오리 자매의 식사도 끝이 나려 합니다.

기다린 것에 비해 먹을 것이 너무 적어 좀 안됐네요. 스스로 다른 먹이를 구해먹겠지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친구가 동번과 서번에게 다시 밥을 주겠다고 합니다. 

동번과 서번은 앞서 있던 자리에 그대로 있네요. 

친구가 다시 "오리야~"하고 불러보지만, 오리들은 대꾸를 하지 않습니다. 

친구가 좀 실망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배부른 오리들이 밥에 무슨 관심이 있을까요?^^


돌아가면서, 우리가 아니더라도 오리들에게 밥을 주는 사람들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든 오리들에게 밥을 제공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우리가 밥을 줄 수 없을 때도 굶지 않을테니까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