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들, '너무' 배부른 날(하천오리 시리즈 179)

2019. 8. 17. 21:42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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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하루종일 세찬 소나기가 쏟아졌다 그쳤다 하면서 비가 오락가락한 날이었습니다. 

비 덕분에 날씨가 그리 덥지 않아서 좋긴 했지요. 

지난 수요일(8/14), 낮 최고기온이 34도였던 날, 오리들과 덕맘들을 만난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큰다리1 아래서 오리들을 부르니 동번과 서번이 귀여운 걸음으로 달려옵니다. 

동번과 서번 살찌우기 작전을 위해 잡곡을 조금 더 주기로 했습니다. 

오리들의 식사를 끝까지 지켜보질 못하고 오리 세 식구를 향해 부지런히 걸어갔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평소 오리들에게 잡곡을 주는 곳에 어떤 아주머니께서 오리들에게 먹이를 던져주고 계셨습니다. 

시간이 저녁 6시를 조금 넘고 있을 때였습니다. 

아주머니께서 오리들에게 먹이를 주시니 우리는 이 날 먹이를 주지 않기로 하고 멀리서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백로가 근처에서 왔다 갔다 합니다.

흰뺨검둥오리 한 마리도 보이고, 청둥오리 자매도 보입니다. 

그리고 물가에서는 아주머니로부터 먹이를 받아먹고 있는 오리 세 식구의 모습도 보입니다.

그런데 오리들이 식사를 중단하고 오리섬1로 떠납니다. 

아주머니가 더 먹으라고 외쳐보지만 오리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습니다 

충분히 먹은 모양이네요.

농원은 오리섬에 서서 물을 마시고, 농투와 야일은 깃털을 고르는 등, 오리 세 식구는 휴식에 들어갔습니다. 

그때 휘파람소리가 들려옵니다. 

휘파람 아주머니네요. 오리들을 애타게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휘파람 아주머니가 서 있는 돌다리로 이동했습니다. 

친구와 휘파람 아주머니가 대화를 하고 저는 사진을 찍었습니다. 

휘파람 아주머니는 앞서 오리들에게 먹이를 주던 아주머니께서 개사료를 주는 것에 불만을 털어놓습니다. 

개사료는 오리 건강에 나쁠 것 같다면서요.

아무튼 개사료를 주는 아주머니를 '개사료 아주머니'로 명명하기로 합니다. 

이날은 백로들이 여러 마리 보였습니다. 

다시 하천에 백로들이 찾아온 건지...?

아무튼 휘파람 아주머니는 집오리들(농원과 농투)의 주인을 만났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한 번 만난 적이 있는 데, 건빵을 주더라면서... 

집오리 주인이라? 하천에 버린 것이 아니라 하천에서 오리들을 풀어놓고 키우고 계신 거였을까요? 

그 주인이라는 아주머니를 한 번 만나보고 싶네요. 

왜 하천에 오리들을 풀어놓았는지? 물어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휘파람 아주머니도 한 번 밖에 만나지 못했다고 하셨습니다.

이날 우리는 두 사람의 덕맘을 만났고 또 집오리 주인까지 있다는 사실을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오리들에게 밥을 주는 자주 주는 덕맘이 적지 않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래서 요즘 부쩍 오리 세 식구가 살이 찐 모양입니다. 

게다가 이 덕맘들은  농원과 농투, 그리고 야일, 게다가 청둥오리를 포함한 야생오리들까지 먹이를 주고 있습니다. 

우리도 최근,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청둥오리들에게도 먹이를 주게 되는 상황이 여러 차례 벌어졌습니다. 

덕맘들이 모두 떠나간 후 친구가 오리 세 식구에게 잡곡을 주고 가고 싶다며 오리들을 부릅니다. 

오리들은 충분히 식사를 했는데, 잡곡을 또 주겠다는 친구를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두고 보기로 했지요. 

흰뺨검둥오리까지 헤엄쳐 옵니다. 

오리 세 식구는 무척 배가 불러 보이는데, 다가와서 잡곡을 먹네요... 

뒤늦게 청둥오리 자매들도 헤엄쳐 옵니다. 

아니나 다를까, 오리 세 식구들이 금방 떠나버립니다. 

잡곡을 거의 먹지 않고 남겨두고 말이지요. 

친구는 남은 잡곡을 보고 당황했습니다.

오리들을 살펴보면, 배가 너무 불룩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배가 터지기 일보직전인 듯한 모습이네요. 

그런데 오리들은 왜 잡곡을 먹으러 헤엄쳐 온 걸까요?

오리들의 마음을 알다가도 모르겠군요. 

친구는 남은 잡곡이 비가 오면 모두 쓸려가 버릴 것이라고 걱정하면서 

다시 비닐에 잡곡을 맨손으로 담습니다. 

우리는 배부른 오리들을 두고 다시 동번과 서번을 만나러 가기로 합니다. 

큰다리1 아래서 다시 동번과 서번을 불렀습니다. 

오리들은 앞서와 똑같이 달려옵니다.

결국 오리 세 식구가 남긴 잡곡을 동번과 서번에게 주었습니다. 

이 오리들은 배가 충분히 부르지 않았는지 맛있게 잘 먹습니다. 다행이네요. 


집으로 돌아가면서 우리는 오리 세 식구에게 더는 밥을 주지 않기로 합니다. 

그동안 오리들이 너무 살이 찐다고 걱정을 하긴 했습니다.

알고 보니 여러 명의 덕맘이 오리 세 식구를 비롯해서 주위의 야생오리들까지 밥을 과도하게 제공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지요. 

우리까지 오리들에게 밥을 준다면 오리들의 비만을 가속화시켜 건강을 망칠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원래 오리들에게 밥을 제공한 것은 버려진 집오리들이 스스로 식사를 챙길 능력이 없어 굶주릴까봐 걱정해서였는데, 

더는 오리들이 굶주리기 보다 오히려 살이 과도하게 찌는 상황에 놓여 있으니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동번과 서번은 아직 꼴이 형편없으니 밥을 좀더 제공하기로 했지요. 

이제부터 오리 세 식구는 멀리서 잘 있는지 지켜볼 생각입니다. 

게다가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농원과 농투의 소유주임을 주장하는 사람까지 있다고 하니까 그 사람이 오리들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을테지요.

두고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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