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오리 한 마리는 여전히 행방불명(하천오리 시리즈186)

2019. 9. 10. 11:19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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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은 햇살 찬란한 아침입니다. 

그동안 가을장마에 태풍까지... 정말 비가 내리는 나날들이 이어졌었지요. 


지난 주 목요일에도 비가 많이 내려서 하천의 물이 너무 불어나서 오리들이 잘 있을지 궁금해 하천에 나갔습니다. 

하천은 누런 흙탕물로 바뀌어서 세차게 흐르고 있었지요. 

집오리 동번과 서번은 만나질 못했고, 집오리 농원과 농투만을 멀리서 지켜보았습니다. 

야일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지요. 아무래도 죽었나 봅니다...

어쨌거나 농원과 농투가 사람 발소리에 귀를 쫑긋세우고 있어 (그날은 먹이를 챙겨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들키지 않으려고 숨어서 살펴보았었지요. 


그리고 그 다음날(9/6) 먹이를 챙겨서 하천으로 나갔습니다. 

가을장마가 소강상태라서 하천물도 제법 맑아졌습니다. 

하천가 돌다리2 근처에서 바로 동번과 서번을 만났습니다. 

전날 보지 못해서 무척 반가웠지요. 오리들도 우리를 반가워합니다.

친구는 돌다리 중간 즈음에 잡곡을 놓아두었습니다. 

동번과 서번이 사이좋게 잡곡을 먹습니다. 

편안하게 식사를 하라고 멀리 떨어져서 지켜보았습니다. 

친구는 태풍이 온다고 하니까 오리들이 힘들 수 있으니까 잡곡을 더 주고 싶다면서 오리들에게 충분한 식사를 제공합니다. 

오리들이 식사를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가 좋습니다. 

하천물 흐르는 소리가 배경음악이 되었습니다.

풀 숲 뒤에서 오리들을 지켜보는데 마침 지나가던 사람들이 돌다리를 건너려나 봅니다.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돌다리를 건너는 동안 집오리들은 멀리 달아납니다. 

집오리들이 잡곡 있는 돌을 다시 못 찾을까봐 조금 염려했지만...

오리들은 행인들이 지나가자 마자 금방 잡곡있는 돌을 찾아와서 식사를 이어갑니다. 


이 오리들을 두고 다시 오리 세 식구가 있는 곳을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큰다리2 아래를 지나려는 찰나, 뱀 한 마리가 지그재그로 분주히 달아납니다. 

친구는 뱀 때문에 얼어붙었고, 뱀은 뱀대로 놀란 듯하네요. 

비가 너무 와서 뱀굴이 물에 잠긴 걸까요? 

하천가 벚꽃길에서 뱀을 본 이후로 수 년만에 처음보는 뱀입니다.

멀리 왜가리 한 마리가 풀 숲 사이에 서서 우두커니 주변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귀여운 모습입니다. 

오리섬1에 도착했을 때 집오리들이 어디 있나 둘러보았습니다. 

오리땅2에 내려가서 보니 농원과 농투가 오리섬1 끝 자락에 새로 생긴 작은 섬 풀속에 웅크리고 있습니다. 

야일은 보이질 않았습니다.

거리가 멀어서 영상이 많이 흔들립니다. 양해를...

오리들은 우리를 향해 다가올 생각을 하질 않습니다. 

배가 부른 걸까요?

근처 돌 위에 청둥오리 한 마리가 있네요. 

거리가 있어 잘 보이진 않지만 아무래도 벨이 아닐까 싶습니다. 

흰뺨검둥오리들은 유유히 헤엄치고 있습니다. 

친구가 아무리 불러보아도 오리들은 들은 척도 하질 않습니다.

야일이 없어져서 애도하는 걸까요?

오리들도 동료의 상실을 슬퍼한다고 하니 말이지요.

주변에 흰뺨검둥오리들이 많아졌습니다. 

우리가 서 있으니 흰뺨검둥오리들이 다가옵니다. 

아무래도 개사료 할머니가 개사료를 너무 많이 줘서 집오리뿐만 아니라 야생오리들까지 사람들이 주는 먹이 먹는 것에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흰뺨검둥오리도 참 예쁜 오리입니다. 

먹이 없나 주위를 두리번 거리면서 돌아다니는 오리들의 모습에 웃음이 납니다.

 우리는 야생오리들에게는 먹이를 주지 않기로 하고 가만히 지켜보았습니다. 


결국 이날 집오리 네 마리가 무사한 것은 확인했지만 여전히 야일의 행방은 묘연합니다. 

벌써 5,6일째 행방불명입니다. 


아무래도 야일은 죽은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그래도 사체를 확인한 것이 아니니까, 마음 한 구석에는 야일이 살아있기만을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토요일, 태풍이 온다는 예보에 집오리들이 걱정되는 마음을 안고 하천가 산책을 계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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