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2. 18:03ㆍ동네에서 만난 식물/아파트 화단
봄마다 아파트 화단 앞을 지날 때면 사랑스러운 튤립을 만날 수 있습니다.
꽃도 우아하지만 흰 빛이 도는 녹색의 꽃봉오리와 잎도 너무나 우아한 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 사랑스러운 꽃은 네덜란드의 꽃이라고 내내 생각해 왔지만 사실 이 꽃의 원산지는 중앙아시아라고 하네요.
16세기말 오스만 제국으로부터 유럽이 튤립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해요.
그런데 왜 우리는 튤립하면 네덜란드를 연상하는 걸까요?
바로 '네덜란드 튤립파동' 때문이겠더라구요.
튤립이라는 꽃이 아름다운데, 그 아름다운 꽃을 얻기가 너무 어려웠던 거죠.
종자로 꽃을 얻기까지 최대 7년을 기다려야 한다니까 인내심이 필요하겠지요.
물론 종자가 아니라 빠르게 꽃을 얻는 방법이 곧 모색되었지만 말이지요.
아무튼 튤립 한 송이가 숙련된 장인인 일년 내내 일해 번 돈의 10배가 넘었다고 한다면!
이처럼 17세기 초 네덜란드에서 튤립이 황금보다 더 비싸진 것에는 사진 속 평범한 튤립이 아니라 돌연변이 튤립이 기여한 바가 컸더군요.
돌연변이로 흰줄무늬가 생긴 튤립. 참으로 독특하고 아름다워보였습니다.
보통의 튤립도 얻기 어려웠지만 돌연변이라면 더더욱 얻기 어려웠겠지요.
희소성이 사람들의 욕망을 부추겼던 거지요.
17세기 초 네덜란드 상인과 귀족은 너도나도 튤립에 투자했다고 하네요.
그러다가 1637년 그 거품이 갑자기 꺼져버린 거지요. 너무 많은 사람들이 튤립 키우기에 나섰으니까 수요보다 공급이 과도해진 때문입니다.
네덜란드 사람들에게 튤립은 아픈 역사의 한 자락이 아닐까 싶습니다.
볼일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 화단을 둘러보다가 우리 화단 여기저기에 튤립이 자라잡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놀랐습니다.
튤립은 여러해살이 식물이니까 화단에 자리를 잘만 잡으면 매년 계속해서 볼 수 있는 거지요.
튤립은 대개 4,5월에 개화한다고 우리 아파트에서는 3월에 이미 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남쪽 햇살이 좋은 자리에 튤립이 자리를 잡은 때문인가 봅니다.
서쪽 화단 한 곳에서 노란 튤립 한 송이를 발견했습니다.
남쪽 화단에 비해 햇살이 좋지 않아 충분히 자라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꽃을 피우는 데 성공했으니 기특합니다.
황매화가 눈부신 노란 꽃을 피운 그 곁에도 노란 튤립 2송이가 보입니다.
아직 화단에는 꽃봉오리 상태인 튤립들이 있어 당분간 튤립 꽃을 감상할 시간이 있겠네요.
한 때 어딘가에서는 너무도 귀한 몸이었던 튤립을 이렇게 아파트 화단에서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사족>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 나오는 장면. 네덜란드에서 피터가 해피가 몰고온 제트기를 타러 갑니다.
이때 화면 가득 채운 튤립밭이 무척 인상적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