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0. 12. 11:50ㆍ동네에서 만난 식물/하천가
어제는 조금 더 멀리 산책을 다녀왔는데 하천가 일부를 완전히 뒤덮은 이 덩굴식물을 처음에는 오이덩굴인가 잠시 착각했지요.
알고 보니, 이 덩굴식물은 한해살이 가시박이었습니다.
줄기에 털이 있고, 열매에 긴 가시가 있습니다.
이 가시를 이용해서 동물에게 붙어 이동하며 번식한다는군요.
가시박 꽃은 여름부터 10월까지 핀다고 하는데, 아직도 꽃이 보입니다.
꽃에는 벌들이 잔치를 벌이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벌은 꿀벌은 아니고... 말벌일까요? 벌이 크네요.
아니면 쌍살벌?
어찌나 벌이 많은지! 쏘일까봐 조금 두려웠어요.
아직도 꽃이 너무 많아서 벌이 몰리나 봅니다.
가시박의 잎자루는 길고 어긋납니다.
잎에는 털이 있고 잎가장자리에 잔톱니가 있습니다.
암꽃과 수꽃이 함께 핍니다. 수꽃은 긴 꽃차례 끝에 총상꽃차례로 피고, 암꽃은 꽃자루가 짧습니다.
가시박이 [두산백과]에는 80년대에, [한국식물생태보감1]에서는 90년대 전후로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고 하네요. 신귀화식물인거죠.
[두산백과]에서는 생명력이 강하고 번식력이 좋아서 오이 등 접붙이용으로 수입했다고 되어 있습니다.
북아메리카원산이라고 합니다.
가시박은 유해식물이라고 하네요. 다른 식물이 자라지못하게 하는 분비물을 내서 생태계를 교란한다구요.
가시박의 덩굴길이가 5미터가 넘고 한해살인데도 땅속에 종자를 잔뜩 남겨둬서 다음해 또 다시 기세등등하게 자라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하천가를 따라서 급속도로 퍼졌다고 하지요.
일본에서도 이 가시박을 제거하기 위해 온갖 연구를 다한 모양이지만 결국 가시박을 없애지는 못했다고 하지요.
나무를 마치 포장하듯 덮어버리는 모습이 무섭긴 하네요.
그런데 가시박이나 한삼덩굴이나 습기가 있고 부영양화된 땅을 좋아하는 같은 습성을 지니고 있어 우리 하천가에서 둘의 경쟁이 치열하겠네요. 제가 사는 곳쪽에는 한삼덩굴로 다 뒤덮혔는데, 하천가의 또 다른 쪽은 이렇게 가시박이 뒤덮었어요.
지금까지 가시박을 알지 못해서 우리 동네 하천가에서는 가시박이 없구나, 생각했었는데, 산책에서 돌아오면서 보니까 우리 동네 하천가에도 가시박이 자란다는 사실을 알고 좀 놀랐습니다.
이 기세등등한 덩굴식물을 제거하기는 벅찰 것 같습니다.
현재 하천가를 장악하고 있는 한삼덩굴과 며느리배꼽, 새로이 존재감을 드러낸 가시박, 도대체 누가 하천가의 더 많은 곳을 장악할지 궁금합니다.
('한삼덩굴', '며느리배꼽'으로 내부검색하시면 이 덩굴식물에 대한 정보와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충) 우리 하천가에서 가시박을 본 적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사진을 들춰보다가 2019년 사진 속에서 하천가 가시박 사진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알지 못해서 알아보지 못했던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