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살된 동백나무가 마침내 피워낸 꽃 한 송이

2023. 4. 19. 16:10동네에서 만난 식물/아파트 화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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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살된  동백나무

친구가 선운사 동백나무 숲에서 어린 동백나무 모종을 가져다 와서 키우기 시작한 동백나무가 베란다에서 자라다가 아파트 화단에 자리잡은 지 여러 해가 흘렀지요. 26년을 살면서 단 한 번도 꽃을 피운 적 없는 동백나무입니다. 

홑동백꽃

원래라면 사진 속 동백나무처럼 홑동백꽃을 피워야 하는 나무지요. 

홑동백꽃을 피우는 동백나무

아파트 화단의 홑동백꽃이 필 때마다 제가 심은 동백나무는 언제 꽃을 피우나?하고 아쉬워하곤 했지요. 

동백나무

아파트 화단의 홑동백꽃이 활짝 핀 3월 말이었지요. 

26살 된 동백나무에 꽃눈 하나가 맺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직 겨울티를 벗지 못해서 잎이 갈색빛으로 꼴도 보기에 안 되었는데... 꽃눈이 맺히다니요!
너무 반가워서 동백나무에게 26년만에 이름도 지어줬습니다. 선운사 동백나무 숲에서 데려왔으니까  '선운'.

홑동백나무

4월 초, 화단의 홑동백나무는 계속해서 붉은  꽃들을 피우고 있는 동안, 저는 계속해서 선운의 꽃눈을 지켜보았습니다. 

 홑동백꽃을 피우는 동백나무 바로 곁의 또 다른 동백나무의 꽃눈이 아직 꽃을 피우지 않은 것에 안심하면서 선운의 꽃눈도 천천히 꽃을 피우겠지 했습니다.
위 사진 속 동백나무도 바로 곁에 키큰 나무가 있어서 햇살을 충분히 받지 못해서 꽃이 늦게 피는 것 같습니다. 

동백 꽃눈 23.4.5. 오후

선운이도 바로 곁에 큰 감나무가 햇살을 가려서 일조량이 부족해서 그동안 꽃눈을 맺지 못했나 봅니다. 

작년 감나무가 베어져 햇살을 좀더 받게 되서 올봄에 꽃눈을 -비록 꽃눈 하나지만-맺은 것 같아요.
일조량이 얼마나 식물에게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지난 수요일에 보니까 선운의 꽃눈이 좀 붉어졌습니다. 

어제 낮에 보니까 꽃눈에게 붉은 꽃잎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23.4.11. 오전(아이폰 촬영)

오늘 강풍을 동반한 비가 내린다고 해서 비가 내리기 전 아파트 화단을 살펴보았습니다. 

23.4.11. 오전(아이폰 촬영)

꽃눈이 조금 더 커지고 벌어졌네요. 

혹시나 비바람에 꽃을 채 피우지 못하고 떨어질까봐 걱정을 했습니다.

23.4.12. 12:43(아이폰 촬영)

황사가 지독한 12,13일에도 동백꽃 촬영에 열을 올렸죠.

23.4.14.16:32(아이폰 촬영)

동백꽃잎이 살짝 벌어지면서 노란 수술이 보입니다. 

23.4.15.13:17(아이폰 촬영)

그 다음 날에도 동백꽃은 활짝 피지 않고 오히려 꽃잎이 시들어가는 듯합니다.

그 다음날도 동백꽃은 크게 변화가 없습니다.

23.4.16.15:27(아이폰 촬영)

같은 날 아이폰으로 촬영한 동백꽃을 보면 꽃잎이 더 시들어졌을 뿐, 꽃은 활짝 피질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지난 월요일에는 동백꽃 사진을 찍지 않았는데, 동백꽃이 크게 달라지지 않아서였어요. 

지독히도 천천히 꽃을 피우는 동백꽃을 매일 바라보면서 동백꽃이 활짝 피려면 더 시간이 필요하려나 보다 생각하고 어제는 동백꽃을 살펴보지 않았습니다. 

23.4.19.13:26

그런데 좀 전 외출을 하러 나간 김에 동백꽃을 살펴보니까, 꽃이 없습니다!

어제 동백꽃이 활짝 피고 떨어진 것인지? 아니면 활짝 피지 못한 채 시들어 떨어진 것인지? 확인할 수가 없네요. 

어제 동백꽃을 살펴보지 않은 것에 대해서 스스로를 한탄헸습니다. 

사실 오늘 아침에 깨어나서 불안한 느낌이 들긴 했습니다. 

어제는 낮최고 기온이 18도 였는데, 오늘 오후에는 낮최고기온이 28도까지 오를 정도로 가파르게 기온이 상승하니까 동백꽃이 서둘러 피어나서 떨어지지 않을까?하는 염려였지요. 

어쩌면 오늘 아침에 꽃이 활짝 피었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이제 내년 봄을 기약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내년 봄에는 동백꽃을 한 송이 이상 피우지 않을까? 혼자 기대해 봅니다. 

어쨌거나 올봄 첫 꽃송이를 피우고 열매를 맺은 26살된 동백나무가 정말 기특하기만 하네요. 

26년만에 꽃을 피운 탓에 그 꽃을 활짝 피우기가 그리도 힘들었던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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