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7. 27. 09:00ㆍ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지난 토요일날 저녁, 또 부지런히 오리들에게 먹이를 주러 하천가로 향했습니다.
평소 오리들 집인 작은 섬에는 오리들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돌다리 위에는 파란 옷을 입은 부자만 보일 뿐입니다.
아버지는 날아다니는 잠자리들을 향해 매미채를 휘두르고 있고 아이는 곤충채집통을 가지고 곁에 서 있는 모습입니다.
오리가 어디 있을까 하며 하천을 멀리까지 둘러 보았습니다.
도무지 보이질 않네요.
건너온 돌다리를 다시 건너가서 오리들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멀리 파란옷 부자가 보입니다.
아버지는 여전히 매미채를 휘두르고 있고 아이는 아버지를 곁에서 지켜보고 있는 모습입니다.
지나가면서 아이에게 곤충은 잡았는지 물어보니,
아이는 한탄하는 듯한 모습으로 껍질 밖에 없다고 합니다.
곤충 채집통 속을 보니, 매미허물만 잔뜩 들어 있었습니다.
아이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저는 속으로 아버지가 잠자리를 잡지 못하길 바라면서 지나갔습니다.
잠자리가 불쌍하잖아요.^^
조금 걸어내려가다 보니 오리들이 보입니다.
전날에는 이 자리에 왜가리가 쉬고 있었는데, 이날은 용케 그 자리를 차지했더군요.
그곳이 풀이 우거져서 좀더 시원할 것도 같았습니다.
작은 섬에 머물러 있는 오리들, 벌써 저녁 휴식에 들어간 걸까요?
좀 늦었나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친구가 큰 목소리로 "오리야~ 오리야~"하고 불렀습니다.
농2가 앞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뒤 이어 농3도 활발하게 헤엄쳐 옵니다.
하지만 농1은 시컨둥..그냥 날개만 한 번 펼쳤다 접어 봅니다.
별 관심 없다는 듯.
귀찮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농1도 뒤따라 오네요.
항상 농2가 우리를 향해 먼저 달려오지만 농3가 가장 적극적으로 먹이흡입에 열심입니다.
오늘도 다르지 않네요.
하지만 농 1은 멀뚱멀뚱 먹을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농2와 농3가 신경쓰지 않고 기장 먹기에 몰두합니다.
농1은 예의상 한 번 먹어볼까하는 정도의 태도를 보일 뿐입니다.
어쩌면 농1은 경계심이 많아서 먹이를 얼른 먹지 않는 것일지 모릅니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특히 기장을 먹지 않았는데...
어쩌면 여기가 물이 약하게 흘러 흙이 모이는 곳이서 그럴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하수구에서 나오는 나쁜 오염물질이 흙에 남아 있을 수도 있겠지요.
그렇다면 농1처럼 먹이에 덤비지 않는 것이 현명한 태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에는 이곳에서 기장을 주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농2,농3가 배탈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자리를 떴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일요일은 우리동네에서 올여름 들어 가장 무더운 날이었습니다.
낮 최고 38도!
더위에 지쳐 하천가 가기를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하천가를 가지 못했습니다.
오리들이 무더위를 잘 견뎌주길 바라는 마음으로요.
오리, 닭은 체온이 41도인데 땀샘이 없고 깃털이 두터워서 더위를 유독 많이 탄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농장의 새들이 하루에 수없이 죽어가는 기사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다행히 농1,2,3는 하천가에서 자유롭게 지내니까 농장 오리나 닭과는 처지가 다르겠지만
그래도 비가 오지 않아 나날이 하천물이 말라가는 중인 데다가
무더위가 너무 심하니까 염려가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수요일 저녁, 해가 진 다음 오리들을 잠시 보러 갔습니다.
이미 식사도 몸단장도 끝나고 휴식을 취할 시간이라 방해하지 않고 잘 있나만 살펴볼 생각이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멀리 오리들이 보였습니다.
하천의 물이 줄어들어 새로이 섬이 되고 있는, 평소 오리집 근처의 모래땅 위에서 쉬고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직 잠든 모습은 아니었구요,
잠들기 전 휴식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거의 저녁 8시 반이 된 시간인데도 잠들지 못한 걸 보니...
오리들의 수면리듬이 무더위로 바뀐 모양입니다.
아무튼 우리는 생존을 확인하고 자리를 금방 떴습니다.
그래도 잘 견뎌내고 있구나, 안심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