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8. 6. 17:25ㆍ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지난 토요일, 8일만에 하천가를 찾았습니다.
소나기가 내리고 일주일만이었지요.
오리들이 잘 지낼까? 그동안 궁금했지만 폭염이 하천가 산책까지 포기하도록 만들더군요.
하천의 물이 표가 나게 줄어들었습니다.
무더위가 심해지면서 오리들이 머물던 섬이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는 오리가 보이질 않네요.
돌다리를 건너서 오리가 앞서 지내던 섬을 살펴보았습니다.
오리들이 보입니다!
좀더 떨어진 물에서는 흰뺨검둥오리가 헤엄치고 있네요.^^
해가 지려고 하는 참이라 오리들이 한가로와보입니다.
오리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 평소 먹이를 주는 곳으로 이동해서 오리들을 불렀습니다.
오리의 첫번째 섬이 장마가 지난 다음, 흙이 쓸려내려갔던 때문인지 물이 빠진 지금도 크기가 회복되지 않고 있습니다.
확실히 좁아졌어요.
미처 부르기도 전에 오리들이 뛰듯이 달려왔습니다.
농3이와 농2가 다가와서 기장을 열심히 먹습니다.
하지만 농1은 멀리서 물끄러미 지켜볼 뿐입니다.
도대체 왜 농1은 먼저 먹질 않는걸까요?
농2,농3, 너네들 농1은 안 챙기니?
농1이 먹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농1이 있는 쪽에도 기장을 던져주었더니 농1이 그제서야 먹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농2,농3이 농1이 기장을 준 곳으로 이동하네요. 너네들, 욕심쟁이!!
그런데 농1이 평소보다 좀더 일찍 먹이먹기에 합류합니다.
배가 고팠던 탓일까요?
날이 좀더 어두워져서 플래시가 터져서 사진이 마음에 그리 들진 않지만 농3, 농2, 농1의 독사진을 찍어보았습니다.^^
(농3)
막내로 보이는 오리인데, 2월에 처음 보았을 때 비하면 너무 어른이 되었습니다.
아기 티를 벗고 몸매가 날렵해졌어요.
쾌활하고 겁이 없습니다. 그런데 너무 먹보!
(농2)
가장 신중하고 그렇다고 겁이 많은 것도 아니구요,
부르면 제일 먼저 출발하는 것도 농2랍니다.
균형잡힌 성격을 가진 것 같아요.
(농1)
처음부터 몸집이 제일 크고 몸단장에 제일 신경을 씁니다.
겁이 많은 것 같습니다. 경계심이 무척 많은 것 같아요.
먹이를 줘도 바로 먹지 않고 한참 뜸을 들이고 난 뒤 먹습니다.
항상 미적거리며 제일 뒤에 나타납니다.
앞에서부터 농3,농2, 농1.
그사이 깃털이 몰라볼 정도로 아름다워진 것 같습니다. 색깔이 더 짙어진 것 같기도 하구요.
농1이 먹거나 말거나 농2와 농3은 열심히 식사에 집중합니다.
농2와 농3가 열심히 기장을 먹는 동안 조금 먹는 듯 하더니, 물만 들이킵니다.
농1은 농2와 농3이 충분히 먹은 다음 비로소 기장을 먹기 시작합니다.
그 전까지는 조금 먹는 둥 마는 둥, 아니면 물을 들이키거나 멍하니 물 속에 머물러 있거나 주변을 배회합니다.
왜 그럴까요?
정말로 서열 때문일까요?
아니면 둘에게 양보하는 걸까요?
아니면 겁이 많아서 한참 지켜보다가 안전하다 싶을 때 먹기 시작하는 것일까요?
아무튼 이 날은 오랜만에 하천에 들른 날인데,
오리들이 너무 허겁지걱 먹어서 무척 배가 고팠던 모양이다 싶었습니다.
먹이를 먹으면서 간간이 꽥꽥 소리를 내는 것도 처음 보는 모습이었지요.
마치 '맛있다!맛있다!'하며 먹는 듯했습니다.
농1까지 평소와 달리 적극적으로 먹이를 먹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무더위가 오리들에게도 무척 힘겨울 것이 분명합니다.
다음 날도 오기로 약속하고 오리 곁을 떠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