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8. 13. 11:24ㆍ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지난 주 월요일에는 느즈막히 하천가를 향했습니다.
오리가 사는 곳 근처에 도달할 즈음에는 해가 져 있을테니, 오리도 휴식을 취하면서 잠을 청하고 있을테니,
오리를 방해하지 않도록 먹이는 주지 말자고 생각했지요.
그래도 혹시나 해서 기장은 배낭에 넣었습니다.
그런데 제 생각과 달리 오리는 해가 진 다음에도 잠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오리가 어떻게 지내나 조금 보려고 했더니 벌써 오리들이 꽥꽥 거리며 달려나옵니다.
어둠 속에서 오리들에게 먹이를 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무척 배가 고팠나 봅니다.
더위를 나려니까 열량이 많이 필요하기도 하겠지요.
어둠 속에서 쉬지 않고 기장을 먹는 오리들이 신기합니다.
어찌 기장을 알아보고 먹는 걸까요?
대충 먹는 것인지...
어둠 속에서 오리를 지켜보다 산책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하늘에서는 마른 번개가 계속해서 번쩍거렸습니다.
야속하게도 비는 오지 않구요.
그리고 여러 날이 흘러 토요일.
다시 하천가를 찾았습니다.
저녁을 먹지 않고 일찌감치 길을 나섰지요.
해가 조금씩 짧아지니 저녁을 먹고 하천가 산책을 하는 것보다 산책을 하고 저녁을 먹자 싶었습니다.
오리집 근처에 오니까 오리들이 돌다리 바로 근처에서 분주히 식사중입니다.
반갑더군요.
오리들이 갑자기 고개를 듭니다.
우리가 온 것을 알아차린 걸까요?
오리가 우리가 있나 살펴보는 듯하는 그 순간,
지나가던 한 아주머니가 갑자기 저 오리들이 알을 까낳았다는 이야길 꺼냅니다.
알?
그사이 농3이 풀숲에 알을 품는 것이 아닐까 계속해서 의심했었는데,
확인할 길이 없기도 하고,
어쩌면 더워서 풀속에 숨어 있었을지도 몰라,하는 가설에 더 기울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알이라구요?
나는 얼른 아주머니곁에 가서 아주머니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을 기웃거렸습니다.
정말 농123 곁에 알이 있는 사진이었습니다.
알을 낳기는 했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이었지요.
하지만 알은 풀숲이 아니라 모래사장에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습니다.
저 알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주변 섬들 위를 기웃거렸지만 알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시 돌다리를 건너려고 내려오니까, 오리들이 평소 제가 먹이를 주는 곳을 기웃거리는 모습을 보입니다.
어쩌면 기장을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왔다는 것을 알고 기장을 줄 때가 되었는데... 하구요.
우리가 먹이를 주는 곳에 도달하기도 전에 오리들은 벌써 우리 소리를 듣고 돌 근처에 모여 있었습니다.
꽥꽥 거리면서요.
평소 뒷짐지고 있던 농1까지 가세해서 세 마리 오리들이 한꺼번에 모여드는 모습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러고 보니 농123가 좀 말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열량이 많이 필요한 걸까요?
아니면 평소 먹이를 주는 사람들이 없었던 걸까요?
먹을 것이 부족한 걸까요?
열심히 쉬지 않고 먹이를 먹는 모습에 안타까움이 느껴졌습니다.
내일도 올께~하고 자리를 떠는 우리들을 아쉽다는 듯이 보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산책에서 돌아오는 길에 잠시 농123이 어떻게 하고 있나 살펴보려고 목을 쭉 빼서 살펴보았습니다.
농3은 아직도 물 속에 머물러 뭔가를 먹고 있네요.
농1과 농2는 섬에 머물며 식사를 끝내고 휴식에 들어가는 중이었습니다.
속으로 내일 기장 줄께, 하면서 집으로 향했습니다.
지난 밤 꿈에 하천가에 오리들이 죽어 있는 것을 보았는데,
물론 그 오리들 가운데 농123는 없었지만요...
농123를 찾다가 꿈에서 깼어났습니다.
제가 농123에 대해 너무 염려하는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