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9. 16. 08:00ㆍ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수요일날 이른 저녁, 오리들에게 밥을 주러 길을 나섰습니다.
아직도 햇살은 여름을 품고 있는 듯합니다.
낮의 기온이 25도 아래도 떨어지지 않으니 낮은 초여름처럼 느껴집니다.
오리섬1에 다다랐을 때 오리들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오리섬 3에 있으려나?하고 걸음을 옮기는데...
오리섬3에 다다르기도 전에 농1과 농2의 모습이 보입니다.
오리들은 우리가 밥을 주는 곳에 도달하기도 전에 벌써 우리를 알아봅니다.
오리들이 기장을 향해서 헤엄쳐 올지라도 이렇게 알아보고 서둘러 다가오는 모습은 언제 봐도 마음이 흐뭇합니다.
오리들이 새로이 자리잡은 작은 섬, 오리섬5로 불러야겠네요.
오리섬 5는 오리섬1과 오리섬3 사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오리섬2는 태풍과 장대비가 이어지면서 사라졌습니다.
오리섬 4도 거의 사라졌고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어요.
오리들이 기장을 먹는 모습을 멀찌감치 떨어져서 살펴보았습니다.
전날 농2가 배고픔으로 너무 거칠어진 것 같아 기장의 양을 좀더 많이 챙겨왔습니다.
농2가 확실히 성격이 거칠어지긴 했습니다.
지금껏 농2가 부리로 다른 오리를 위협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는데,
농2가 농1을 부리로 위협하네요.
식사를 하다 말고 잠시 농2가 고개를 들고 주위를 살펴봅니다.
저도 주변을 살펴보니, 길가다가 멈춰서서 오리들을 구경하고 있는 아저씨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 사람을 경계한 듯합니다.
농2이 더 예민해진 것 같네요.
웬일로 농2가 깃털단장을 합니다.
농1은 처음부터 식사를 어느 정도 끝내면 깃털을 다듬었는데, 농2는 거의 깃털을 다듬질 않았지요.
드디어 깃털을 돌봐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걸까요?
아니면 오리들이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야지 깃털을 단장하게 되는 걸까요?
친구가 곁에서 농2가 농1보다 털도 푸석하고 안 돼 보인다고 합니다.
저는 농1과 농2를 가만히 지켜보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농2의 날개깃이 이상합니다.
아무래도 날개깃이 찢어진 것 같아요.
누가 농2의 날개짓을 저렇게 만든 걸까요?
사람이? 아니면 들쥐? 다른 짐승들이?
농3이 행방불명된 이래 이번에는 농2가 공격을 받았으니...
농2의 성격이 거칠어지고 예민해진 것도 배고픔 탓이라기 보다 공격을 받은 탓이 아닐까 싶군요.
아무래도 하천오리들의 운명은 알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 이 오리들을 볼 수 있다고 해도 내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약을 할 수 있겠다 싶습니다.
농2가 식사를 어느 정도 했는지 똥을 눕니다.
새들의 배설물은 좀 비슷하다 싶군요.
예전에 비둘기 똥을 맞은 적이 여러번 있었는데요,
그 똥이 참으로 찐득한 액체였거든요.
오리의 배설물도 다르지 않네요.
농2의 찢어진 날개깃이 자꾸 제 시선을 붙잡습니다. 불쌍해서요.
그런데 식사를 어느 정도 마친 농2가 작은 돌을 삼킵니다.
야생 거위는 위벽이 단단해서 풀, 곡식과 같이 질기도 단단한 먹을거리를 소화시키기 위해 돌을 삼키는 것이라고 콘라트 로렌트가 쓴 것이 떠오릅니다.
오리과에 속하는 새들은 아마도 다들 비슷하겠지요?
오리들이 어느 정도 충분히 먹었는지 여유롭게 하천을 헤엄칩니다.
식사 후에 헤엄치는 오리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농1이 헤엄치는 모습을 보는데, 물살을 가르는 농1의 오리발이 귀여워서 동영상으로 촬영해보았습니다.
예전에 농3도 헤엄치고 있을 때 오리발이 무척 귀여웠었지요.
식사 후의 오리들이 한가롭고 여유있어 보여서 오리들을 두고 우리는 산책길에 올랐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오리들을 살펴보려고 같은 길로 되돌아오는데 왜가리가 보입니다.
바로 그 곁에 오리 섬5가 있군요. 그 위에서 하천오리들이 쉬고 있습니다.
아직 해가 지지 않아서 잠들기에는 이릅니다.
그래서인지 오리들이 멀뚱멀뚱 합니다. 쉬고 있는 오리들의 모습이 편안해 보입니다.
이날 밤은 편히 잘들 잤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