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들아, 차례차례 먹으렴 (하천오리 시리즈 75)

2019. 1. 3. 22:52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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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늦은 오후 하천가를 찾았습니다. 

유기오리 커플을 만나러 가기 전 왜가리가 홀로 우두커니 서 있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겨울은 왜가리에게 힘든 계절일텐데, 홀로 추위를 견디는 모습이 대단합니다. 

평소대로 유기오리커플부터 챙겼습니다. 

이 오리들에게는 누룽지를 나눠주었습니다. 

물이 깊으면 잘 먹지 못하니까 얕은 곳을 골라서 누룽지를 던져주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약한 오리가 잘 먹질 못해서 차례로 먹을 수 있도록 던져주려했지만 둘 중 한 마리는 정말 날쌘돌입니다. 얼마나 빠른지!!!

잽싸게 누룽지를 낚아채니 저로서도 어쩔 수가 없네요. 

세식구 오리들을 만나러 갔습니다. 

친구가 기장을 꺼내고 있으니 오리들이 물가에서 잠시 기다립니다. 

그런데 지난 번에 얼어붙었던 기장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오리들이 먹었을까요?

아니면 비둘기가 먹었을까요?

역시 기장을 주니 덕맘을 알아봅니다. 

오리들은 덕맘의 구분을 '기장을 주는 이'를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들은 계속해서 옷차림이 바뀌니 오리들이 구분하기 쉽지 않을테지요.

목소리도 참고로 하겠지만, 기장을 나눠주는 것으로 확신을 하는 것 같네요.

이전에는 비닐소리를 듣고 구분하나?생각했던 적도 있는데, 그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비닐소리를 들으면 누군가 먹이를 줄 거라고 생각하면서 다가오긴 하지만 

먹이를 주는 사람에 대한 확신을 하지 못해 아주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날은 친구가 기장을 물가의 물 속에 기장을 뿌려주었습니다. 

물밖으로 기장을 주면 금방 얼어붙어 오리들이 먹기 힘들테니까요. 

겨울철이라 야생오리들이 하천에 여럿 눈에 띱니다. 

세식구 오리 주변에는 청둥오리들이 많고 흰뺨검둥오리는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흰뺨검둥오리 한 마리와 청둥오리 커플이 세식구 오리 아주 가까이 접근해옵니다.

하지만 쉽게 접근하지는 못하고 주변을 오고가면서 맴도네요. 

농1과 농2가 물 속에 뿌려준 기장을 찾아 먹습니다. 

야1은 조금 어쩔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어느덧 야1도 물 속 기장을 발견한 모양입니다. 곁에서 기장 먹기에 동참합니다. 

그동안 주변에서 청둥오리커플과 흰뺨검둥오리 한 마리가 배회하는데, 

청둥오리 수컷 한 마리가 더 

오리섬1 주변에서 나타났습니다. 

오리 세 식구가 기장을 먹는 동안 주변의 야생오리들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물 위를 미끄러지듯 헤엄치는 청둥오리 커플이 아름답습니다. 

오리섬 4근처에서 청둥오리 암컷이 울고 있습니다. 

수컷을 부르는 모양입니다. 

청둥오리 수컷은 암컷이 부르는 소리에 답하지 않네요. 

청둥오리 암컷 한 마리가 떨어져 울고 있는 동안, 청둥오리 커플 한쌍과 청둥오리 수컷이 오리 세 식구 주위를 배회합니다. 

농1과 농2는 기장 먹기에 바쁘고, 야1은 여기저기 오가며 대충대충 먹는 모습입니다. 

야1은 농1의 눈치를 보면서 기장을 먹다가 하류방향으로 이동해서 떠내려가는 기장을 먹는 듯하더니 슬그머니 자리를 뜹니다. 

어느덧 야생오리들도 오리섬3쪽으로 이동해왔네요. 

한차례 기장 먹기를 끝낸 농1과 농2도 물가를 떠나 헤엄칩니다. 

청둥오리 수컷을 불렀던 청둥오리 암컷은 오리섬1과 오리섬4 근처에서 떠나지 못하고 계속 배회합니다.

혹시 그 주변에 새끼오리들이 있는 걸까요? 

기장을 먹고 헤엄치는 오리들이 편안해 보입니다. 

다시 누룽지를 던져주니 오리들이 누룽지를 먹기 위해 물가로 다가왔습니다. 

누룽지는 특히 농2가 좋아하는 먹이인데, 농2는 누룽지 먹기에 적극적입니다. 

농1과 농2가 한차례 누룽지를 먹고 난 다음 자리를 떠난 사이 야1이 물가에 머뭅니다. 

야1은 물 속에서 무얼 먹고 있는 걸까요?

농1과 농2도 물 속에서 뭔가를 먹고 있는데 물고기를 잡아먹는 것 같지는 않고 무얼 먹고 있을까요?

궁금합니다. 


다시 오리들에게 삶은 멸치를 던져주었습니다.

농1, 농2, 야1에게 차례로 한 마리씩 던져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오리들이 서로 뒤엉켜서 멸치경쟁을 하질 않고 가만히 머물러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입니다. 

유기오리커플과는 다른 모습이네요. 

마치 제가 차례로 나눠주니 차례로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이 말입니다. 

오리들이 차례로 멸치를 먹는 모습은 영상으로 담질 못했습니다. 

제가 멸치를 나눠주다 보니...


오리들에게 충분한 먹을거리를 주고 자리를 떠나니 마음이 편안하고 좋았습니다. 

친구와 저는 좀더 하천가를 걷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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