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오리, 배고프지 않은 오리(하천오리 시리즈78)

2019. 1. 25. 11:08하천오리 시리즈

지난 목요일날에는 평소보다 조금 이른 오후에 하천가를 찾았습니다. 

일단 오리 세식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유기오리커플에게 먼저 누룽지를 주었어요.

유기오리커플은 우리가 하천 가까이 가기 전에 이미 우리를 발견한 모양입니다. 

벌써 평소 먹이를 주는 곳 앞으로 다가와 있습니다. 

오리들이 먹이를 던져주길 기다리며 하천가에서 헤엄을 칩니다. 

그런데 가져간 누룽지가 너무 잘게 조작이 나서 물에 던져줄 수가 없어서 근처 넙적돌 위에 누룽지를 놓아주었습니다. 

평소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이 돌 위에 먹이를 두고 가곤 하는 것을 보았기에 지난 번에도 이렇게 줘 보니 잘 먹더군요.

이 오리들은 무척 배가 고팠던 모양입니다. 허겁지겁 먹는 모습이 안 돼 보였습니다.

놓아준 누룽지가 금방 바닥이 났네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비둘기가 먹이를 노려보고 있습니다. 

빈 틈이 보이면 얼른 다가가서 먹어야지, 하는 모습이라 조금 무서운 느낌 마저 듭니다.

비둘기의 생존력이 대단하다는 걸 새삼 느끼는 요즘입니다. 

오리들은 조금이라도 남은 것이 있으면 깨끗이 먹어야겠다는 각오인지 돌 위에 낼름 올라와 남은 조각을 적극적으로 먹어치웁니다. 

오리들과 비둘기들에게 눈길을 주다가 얼른 자리를 떠서 오리 세식구를 만나러 갔습니다. 

새벽에 잠깐 내린 눈의 흔적이 길 위에 남아 있습니다. 

이 다리를 건너 조금 가면 오리 세 식구가 사는 곳이 나옵니다. 

다리 위에서 잠시 걸음을 멈춰 아래를 내려다 보았습니다. 

다리 밑 살얼음 아래 빼곡히 모여 숨어 있는 물고기들이 얼음이 녹아버리자 모두 이곳을 떠나고 없습니다.

물고기가 없으니 주위를 오가던 흰뺨 검둥오리들도 백로도 왜가리도 없네요.  

오리섬 3 주변에서 오리 세 식구를 만났습니다. 

청둥오리 커플들이 햇살을 쬐고 있습니다. 

농1, 농2, 야1의 순서로 줄서서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오리들입니다. 

덕맘인 친구가 오리들에게 줄 기장을 뿌릴 준비를 합니다. 

얼마전까지 잠시 물이 빠져 드러났던 하천바닥이 다시 물에 잠겨서 원래 기장을 주던 곳에서 먹이를 주기로 합니다. 

기장을 조금 주고 누룽지를 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야1이 또 눈치를 보느라 조금 떨어져 있습니다. 

조금 눈치를 보더니 은근슬쩍 다가와서 기장 먹기에 동참합니다. 

그러다가 야1은 금새 자리를 떠나 물 속에서 다른 먹이를 스스로 구하는 모습입니다. 

농2과 농1은 기장을 먹다가 물을 먹다가 합니다.

앗! 기장을 조금밖에 주질 않았는데, 농1과 농2도 자리를 떠납니다. 

좀전에 풀 위에서 햇살을 쬐는 청둥오리 커플들이 주변에서 헤엄치며 하천오리들이 뭘 먹는지 궁금해하는 듯합니다.  

농1과 농2는 야1을 향해 헤엄쳐 갑니다.

농1과 농2가 헤엄치며 야1쪽으로 다가갔습니다. 

우리는 오리들이 다시 돌아오려니 하고 누룽지를 뿌려두고 계속 서서 지켜보았습니다. 

하지만 오리들은 물 위에서 헤엄치며 놀 뿐, 다가올 생각을 않습니다.

물 위를 이리갔다 저리갔다 하는 오리 세식구를 바라보며 우리는 어서 밥 먹으러 오길 간절히 바랬지만 오리들은 다시 누룽지를 먹으러 오질 않았습니다.

오리들이 배가 고프지 않은 모양입니다. 

주는 먹이를 다 먹지 않아 비둘기에게 빼앗길 수도 있다는 생각에 우리는 발을 동동 굴렸지만

오리들이 배가 고프지 않은 것은 다행으로 생각되었습니다.

사실 오리들은 배가 고프지 않았는데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살짝 기장을 먹어준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아니면, 배가 그리 고프지 않지만 일단 조금은 먹어두자,했던 걸까요?

오리들을 두고 우리는 다시 산책길에 올랐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멀리서 보니 청둥오리커플들은 다시 풀 위에서 햇살을 쬐고 있었고,

오리 세 식구는 물 위에서 유유히 헤엄을 치고 있었습니다. 

평화로와 보였습니다.

남은 누룽지를 들고 좀전에 배가 고파서 허둥거리던 유기오리커플을 찾아 다시 돌 위에 누룽지조각을 올려두었습니다. 

역시 순식간에 누룽지가 사라졌고

이 오리들은 여전히 배가 고파 보였습니다. 

요즘 이 오리들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이 없는 걸까요?

남은 누룽지를 이 오리들에게 모두 준 것은 잘 한 일로 생각되었습니다. 


이 커플은 농1과 농2와 달리 먹이경쟁이 서로간에도 너무 치열하다 싶습니다. 

농1과 농2는 서로 먹이 경쟁을 하지는 않는 데 말이지요. 

아마도 이 유기오리커플들은 그 만큼 먹을 것이 부족하다는 뜻이겠지요?


오리든, 사람이든 배고픈 것은 정말 안 된 일이다 싶네요.

사람도 동물도 최소한의 끼니는 해결되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