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들의 마중과 배웅(하천오리 시리즈 92)

2019. 3. 5. 18:29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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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까지 야일이 식사를 잘 하는지 계속 지켜보기 위해 매일매일 하천가를 찾았지요. 

유기오리커플은 벌써 휴식에 들어간 걸까요? 

섬 위에서 깃털을 고르고 있네요.

쉬는 오리들은 일단 내버려두기로 하고 길을 계속 갔습니다. 

청둥오리 커플이 보입니다. 

유기오리커플과 거의 같은 영역에서 지내는 오리들인데 아직 우리 하천을 떠나지 않았네요. 

흰뺨검둥오리가 헤엄치고 있습니다. 

앗! 마른 풀 위에 쓰러져 죽어 있는 고양이를 발견했습니다. 

(마음이 아파서 고양이 사체는 사진 찍지 않기로 합니다.)

이 근처를 오가던 갈색 무늬 고양이인데, 어미와 새끼 등 비슷한 고양이들이 몇 마리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참 추웠을 때 비슷한 고양이가 깡 마른 채 죽어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이날 본 고양이는 아주 마르지는 않았는데 죽었네요. ㅠㅠ

아파서 죽은 걸까요?

고양이의 죽음에 마음 속으로 애도를 표하고 다시 걸음을 옮기다가 젊은 멧비둘기 두 마리를 만났습니다. 

아름다운 비둘기들이군요. 목의 띠가 독특합니다.

역시 아름다운 흰뺨검둥오리 두 마리가 풀 위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아주 젋은 오리들로 보입니다. 

오리 세 식구의 영역에 들어오니 쇠오리 커플이 보입니다. 

오리섬 1을 오가면서 먹이를 구하는 모습입니다. 

몸집이 작아서 새끼 오리들로 착각했던 적이 몇 번 있는데, 

쇠오리는 몸길이가 35센티미터 정도 되는 작은 오리들이라서 멀리서는 관찰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겨울 쇠오리들의 움직임을 포착해 봅니다. 

쇠오리를 보다가 농원과 농투가 있는 곳에 도착해 보니, 

오리들은 벌써 친구를 기다리면서 풀 위에 올라와 있었습니다. 

오리들은 친구를 마중나온 걸까요? 

친구가 먹이를 주려고 움직이니까 다시 물 속으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야일은 어디 있는 걸까요?

야일이 보이질 않으니 가슴이 철렁합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오리섬 1근처 물 속에서 홀로 뭔가 먹고 있습니다. 

몸이 나아졌나 봅니다. 

그러고 보니 쇠오리들 근방에 있네요. 

농원과 농투는 야일이 있건 없건 식사에 집중합니다. 

친구가 야일을 큰소리로 부릅니다. 

유기오리들은 식사를 하고

친구의 목소리를 알아챈 야일이 멀리서부터 뒤뚱뒤뚱 걸어옵니다.

야일이 평소라면 물을 지치면 날아왔을텐데, 기운이 없는지 그냥 걷다가 헤엄치다가 하면서 옵니다.

그래도 많이 좋아보여서 안심이 됩니다. 

야일이 농원과 농투에 끼여서 먹기 힘들까봐

내가 농원과 농투를 누룽지가 든 기장으로 유인하고 

친구가 야일을 향해 기장을 물 속에 뿌려주었습니다. 


그때 어떤 할아버지가 다가와서 오리들을 구경하면서 우리들에게 말을 거네요.

할아버지의 수다에 응해주느라 더는 사진을 찍지 못했습니다. 


할아버지는 

오리들은 아무 곡식이나 잘 먹는다, 오리는 주로 물고기를 먹는다...등 오리 이야기를 시작으로

아파트에서 개를 키우는 사람에 대한 분노까지

끝 없는 이야기를 이어나갔습니다. 

아무래도 수다를 떨 상대가 필요했던 모양이네요. 


오리들의 식사가 끝이 나고 자리를 뜰려고 하니, 

다시 농원과 농투가 뭍으로 올라와서 친구 뒤를 따라옵니다.

마치 배웅하듯이 말이지요. 

며칠동안 매일매일 먹이를 줬던 때문인지 더 친하게 느끼나 봅니다. 

오리들의 마중과 배웅을 받은 일요일 오후였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보니 까치떼들이 풀 사이에서 뭔가를 찾아먹는 중입니다.

스스로 식사를 해결하는 까치들이 기특합니다.  

유기오리 커플에게도 남은 누룽지와 기장을 주었습니다.

이 오리들은 영역이 넓기도 하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네요. 

그래서인지 물을 지치고 나는 능력이 농원이나 농투보다 뛰어납니다.

이제 누룽지만이 아니라 기장도 잘 먹는 오리들이 예쁘네요. 

처음 기장을 주었을 때는 멍-한 반응을 보이며 먹지도 않았지요.

올겨울 같은 영역에서 지낸 청둥오리 커플이 유기오리 커플 주변을 맴돕니다. 

이들은 아직 길을 떠나지 않고 있네요.  

이 청둥오리 암수 가운데 암컷 오리가 특히 귀엽습니다. 

수컷보다 더 도전적이예요. 

암컷 청둥오리가 계속 유기오리들 주변을 맴돕니다. 

결국 청둥오리들은 기장맛을 보진 못했습니다. 

기회가 왔는데도 정말로 먹을 시도는 하지 않았어요. 

역시 낯선 먹이에 대한 부담이 있긴 한가 봅니다. 

어쨌거나 이 청둥오리 커플이 떠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데... 글쎄요. 

조금 늦게 떠날지도 모르지요.

작년에 제가 귀여워해서 이름까지 지어줬던 수컷 청둥오리 라피도가 그랬듯이요.


야일이가 나아져서 어제는 하천가에 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미세먼지 최악의 상황이라 그냥 집에 머물러 있는 통에 하천가에 가지 못했습니다. 

내일은 오리들이 잘 지내는지 살펴보러 가야겠습니다. 

미세먼지가 좀 덜해지기를 바래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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