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5. 7. 13:01ㆍ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다음 날 여행을 다녀올 생각이라서 가기 전 날 꼭 오리들에게 밥을 주고 떠날 생각이었지요.
5월 첫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동번이와 서번이가 보이질 않네요.
오리들을 찾아서 하천을 따라 내려가다보니 다리 아래 왜가리와 백로가 서성이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쇠백로군요.
왜가리가 두 마리가 가까이 있는 모습은 흔치 않은데...
다리를 지나 밥돌 주변에서 오리들을 찾아보지만...
흰뺨검둥오리만 보입니다.
하천표면에는 버드나무류 꽃가루가 뒤덮었습니다.
꽃가루에 콧물을 흘리며 비염알레르기에 시달리면서도 하천가를 찾았지만 오리들이 보이질 않으니 서운합니다.
오리 세 식구는 만날 수 있으려나 두리번거리다보니 오리섬1 근처 돌다리에 이르렀습니다.
날로 초록색이 완연해지는 모습입니다.
다행히 오리 세 식구는 만날 수 있었습니다.
농원이 먼저 뭍으로 올라왔습니다.
오리들은 밥 달라고 조르면서 뭍으로 올라오지만
잡곡을 주려고 다가가면 얼른 물로 피신합니다.
확실히 밥주는 사람조차 경계하는 치밀함이지요. 생존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태도로 생각됩니다.
우리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줄 때까지 잡곡을 먹지는 않습니다.
특히 야일은 좀더 거리를 두고 기다립니다.
야일은 왜 농원과 농투 사이에 비집고 들어와서 식사를 하려는 걸까요?
한숨이 나오네요.
요즘 야일이 식사동안 농원과 농투 모두 물고 부리로 찌르는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서요.
결국 야일이 농원을 찌르고 물어뜯습니다.
하지만 농원은 농투와 달리 견디면서 식사를 이어갑니다.
농원은 뭍으로 올라가서 식사를 이어가고
야일과 농투도 편안히 식사를 계속합니다.
오리들이 오고가며 식사를 하는 동안 주변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즐거움입니다.
하루하루 변해가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봄날의 변화는 빠릅니다.
식사중인 농원. 체격이 좋습니다.
식사중인 농투. 농원에 비해 말랐지만 그래도 아주 마른 편은 아닙니다.
오리들의 식사하는 모습을 좀더 클로즈업해서 잡아보았습니다.
열심히 식사하는 오리들의 모습이 예쁩니다.
잡곡을 어느 정도 먹으면 농투는 풀을 먹습니다.
풀을 조금 먹고는 다시 잡곡 식사를 이어가지요.
이번에는 누룽지를 주었습니다.
농투가 누룽지를 제일 좋아하지요. 농원은 무조건 주는 것은 먹습니다.
하지만 야일은 먹지 않아요. 좋아하지 않습니다.
누룽지를 주니 뭍으로 올라오긴 했지만 그냥 멀뚱거립니다.
야일은 먹는 시늉만하지 적극적으로 누룽지를 먹을 의사는 없어보입니다.
결국 끝까지 누룽지를 챙겨먹으려고 애쓰는 오리는 농투.
누룽지를 먹고 난 농투는 물에서 헤엄칩니다.
농원과 농투는 남은 잡곡을 먹기 위해 애씁니다.
농투와 농원은 다시 풀을 먹으러 뭍으로 올라왔습니다.
야일은 풀은 먹지 않고 잡곡만 계속해서 먹습니다.
야일은 땅의 풀보다 물풀을 더 좋아하나 봅니다.
친구가 누룽지부스러기를 좀더 뿌려줍니다.
농투, 농원이 모두 다시 달려옵니다. 야일은 시큰둥.
농투는 누룽지 조각을 찾아, 야일은 잡곡을 찾아,
농원은 둘다,
식사는 계속됩니다.
충분히 먹었는지 야일은 헤엄쳐가버립니다.
농투와 농원의 식사는 계속됩니다.
야일이 홀로 물 속에서 먹을 거리를 찾아 먹습니다.
앗! 야일이 뭍으로 올라와서 풀을 먹기 시작합니다.
야일도 풀을 먹긴 하네요.
조금 떨어져서 농원도 풀을 먹네요.
세 마리 오리가 거리를 두고 풀을 먹습니다.
오리들은 본능적으로 균형잡힌 식사를 할 줄 아는 것 같습니다.
곡식,풀,물고기를 고루 먹네요.
육고기를 과도하게 먹는 어리석은 잡식 인간보다 잡식 오리들이 더 제대로 식사할 줄 안다 싶습니다.
풀 먹는 오리들을 두고 떠나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보니 아직 떠나지 않은 청둥오리 수컷을 만났습니다.
5월이 되었는데도 있는 걸 보니 철새이길 포기한 걸까요?
이날, 동번과 서번은 끝내 만나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