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 발 다치다(하천오리 시리즈 126-2)

2019. 5. 27. 17:21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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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5/23), 서번의 존재를 확인하고 다시 오리 세 식구를 만나러 갔습니다.

오리를 부르니까, 농투가 제일 먼저 달려오고, 야일은 뒤늦게 달려왔지만

이상하게도 농원이 오리섬1에서 움직이질 않네요. 

잡곡을 주고 농투와 야일이 식사를 시작하고 난 후 농원이 천천히 다가옵니다. 

농원의 태도다 평소와 같지 않아 이상하긴 했지요.

그런데... 농원이 오른쪽 발을 들고 잡곡을 먹습니다. 

외발오리처럼 발을 들고 식사는 모습이 영 이상하기만 했지요. 

농투와 야일은 농원이 한 발로 서서 식사를 하건 말건 식사에 열중합니다. 

앗! 그런데 농원의 가운데 발가락이 찢어져 있습니다!!

농원의 발이 많이 아파보이는데, 야일이 떠난 후에도 농원이 농투와 계속해서 식사를 해서 다행이다 싶었지요. 

평소대로 농원과 농투가 물가 풀 근처로 이동합니다. 

농원의 발에서는 계속 피가 흘러내렸습니다. 

정말 아파보여 걱정이 됐지요.

오리들은 친구 오리가 발이 아파도 도와줄 수 없는 건지, 도와주지 않는건지.. 

관심이 없는 건지...

아무튼 농투는 태연히 물 속에 부리를 박고 있네요. 

야일도 물 속에 부리를 박고 식사를 계속하고 있구요. 

그나마 다행이라면 농원이 평소와 같이 식사를 계속하고 있다는 점이지요.

풀을 먹으러 간 농원, 두 발로 걸어봅니다. 

약간 절룩거리며 걷는데... 다친 발가락에서 붉은 피가 나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데, 얼마나 아플까? 싶었어요. 

그래도 엄살을 피우지는 않습니다. 

그냥 살아갈 뿐이지요. 

발에 후시딘을 발라주고 반창고를 붙여주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오리들은 그냥 상처를 견디면서 야생에서 살아남는 수밖에 없다 싶습니다. 

식사를 끝낸 오리들이 건너편 물가로 갑니다. 

셋이서 평화롭게 헤엄치는 모습을 보면 농원이 발을 다친 줄도 알기 어렵네요. 


농원이 아픈 발로 잘 잠들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음 날 또 오리들에게 식사를 가져와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나마 충분히 잘 먹으면 상처가 금방 아물지 않을까 싶어서요. 


잘 쉬어~ 농원아~


지난 화요일에는 서번이 안 보여서 맘을 졸이다가

목요일에는 농원이 발을 다쳐서 신경이 쓰이고...

정말 돌보는 오리들이 여러 마리가 되니 걱정거리도 많아지군요.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말이 떠오르는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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