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6. 7. 07:00ㆍ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화요일(6/4), 해가 서쪽에서 하루의 남은 햇살을 비추던 시간, 하천가 오솔길로 들어섰습니다.
저녁식사를 하고 온 참이라 뽕나무의 오디를 디저트 삼아 따먹어가며 늑장을 피우기도 했지요.
가는 길에 동번과 서번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청둥오리 가족도 만나지 못했지요.
동번과 서번, 그리고 청둥오리 가족의 영역이 일치할 뿐만 아니라, 이 영역은 제법 넓어서 만나기가 쉽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오리 세 식구는 좁은 영역에서 지내기 때문에 만나기가 훨씬 쉽지요.
우리가 오리섬2로 내려서니 기다렸다는 듯이 농투, 농원, 야일이 헤엄치다 달려 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야일은 잡곡을 주고 난 후에도 조금 있다가 식사에 합류합니다.
경계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농원과 농투는 우리에 대한 경계심이 야일보다는 적습니다.
농원이 두 발로 서 있는 모습이 보기에 좋습니다.
이제 오리 세 식구의 잡곡 식사 시간이 시작됩니다.
전날 던져준 한삼덩굴잎이 시들어 뒹굽니다.
야일은 이 날도 어김없이 농원과 농투를 부리로 공격하면서 자신의 식사를 방해하지 말라는 듯 거칠게 나옵니다.
농원은 두 발로 서 있는 시간이 많지만, 그래도 잠시잠시 다친 오른 발을 들었다 놓았다 합니다.
아직 완전히 아물지 않은 것이지요.
하지만 많이 나아진 것만은 분명해보입니다.
빠른 속도로 잡곡을 먹어치웁니다.
너무 열심히 식사를 하는 오리들을 보면서, 함께 하천에 나온 동생이 "아주머니가 빵을 안 주셨나?" 합니다.
마침 그때 빵주시는 아주머니가 지나가시다가 우리를 발견하시고는 길에 서서 우리를 내려다 보며 말을 겁니다.
새로운 오리가족을 발견했다는 소식을 전하네요.
흰뺨검둥오리네가 새끼 오리 다섯 마리를 데리고 있더라고 흥분해서 말씀하십니다. "5둥이가 있더라구요!!"
근처에 있다고 하네요.
한쳬 잡곡식사를 끝낸 농원과 야일이 물가로 다른 식사를 이어갑니다.
다시 돌아와서 남은 잡곡을 먹군요.
친구가 식사가 거의 끝난 후에 한삼덩굴잎을 던져주었더니 오리들이 먹질 않고 다들 자리를 떠납니다.
오리들이 한삼덩굴잎을 먹지 않아 조금 아쉽지만...
그런데 한 아저씨가 우리 곁에 서서 오리들이 식사하는 것을 구경하면서 '자신도 오리에게 밥을 준다'면서 오리 이야기를 풀어놓았습니다.
이 아저씨는 겨울에 오리밥을 주는 데 곁에 나타나서 말을 걸었던 아저씨인데,
그때 친구와 내가 들려주었던 오리 이야기를 반복해서 이날 우리에게 풀어놓습니다.
어이가 없어 "누가 물어 보았나요?"하고 대꾸하고 싶었지만...
그냥 아저씨의 이야기를 묵묵히 듣고 있었습니다.
아저씨는 자신이 전해 들은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었나 보네요.
아저씨의 마지막 질문은 "오리알을 본 적 있느냐?"였습니다.
오리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렸는데,
아마도 언젠가 또 우리에게 그 이야기를 그대로 반복해서 들려줄지 모르겠네요.
이 아저씨는 이제부터 '리핏(repeat)아저씨'로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 우리 하천가에는 오리들에게 밥을 주시는 분들도, 오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사람도 적지 않다 싶습니다.
이런 분들이 오리들의 생존을 이어가는 데 도움을 주시는 분이겠지요.
그런데 어디선가 휘파람 소리가 들리니까, 오리들이 다시 돌아오면서 주위를 두리번거립니다.
빵아주머니께서 휘파람을 불며 오리들을 부른다고 하셨는데,
오리들이 휘파람소리에 조건반사 행동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빵을 주시는 아주머니는 앞으로 '휘파람 아주머니'로 불러야 할까봐요.^^
(리핏 아저씨와 휘파람 아주머니는 앞선 포스팅들 속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우리는 흰뺨검둥오리 오둥이 가족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돌다리 3 주변에서 지난 번에 만났던 수컷 청둥오리 두 마리를 만났습니다.
어쩌면 청둥오리 가족은 수컷 두 마리에 암컷 한 마리가 가족을 꾸리고 있는 건가?하는 질문이 생겼습니다.
이 중 한 마리는 분명 청둥오리 어미 귀염이의 파트너로 생각되는데...
수컷 청둥오리들 근처에서 바로 청둥오리 암컷 귀염이와 그녀의 새끼 오리들을 발견했습니다.
흰뺨 검둥오리 가족은 어디 있는 걸까요?
이어지는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