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 더위 때문에 날개깃을 잃은 걸까?(하천오리 시리즈148-1)

2019. 7. 3. 22:14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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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7/2) 이른 저녁 볼 일을 보고 혹시나 해서 오리밥을 챙겨 오리들을 만나러 갔습니다. 

이른 시간이라 만나지 못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무엇보다 문제는 가져간 카메라를 모두 사용할 수가 없었지요. ㅠㅠ 하나는 메모리가 바닥이 났고, 또 하나는 밧데리가 바닥이 나고...

할 수 없이 친구의 스마트폰을 빌려서 촬영했습니다. 

동번과 서번은 만나지 못했고, 제일 먼저 만난 오리들은 삼둥이 가족. 

귀염이와 어린 암컷 청둥오리 세마리가 큰다리2 아래 있었습니다. 

그 중 한 마리는 가까이까지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다리 아래는 다른 곳에 비해 서늘하니 이렇게 햇살이 강한 초저녁에도 오리들이 먹이를 구하러 왔다갔다 하네요.

삼둥이 가족 중 어미와 새끼 한 마리는 물가 풀 가까이 이동했고 다른 오리 두 마리는 떨어져 헤엄칩니다. 

어미 오리와 새끼 오리가 잘 보이질 않지만 동그라미 속에 머물러 있습니다. 

큰다리2 상류쪽의 풍경입니다. 

오른편은 습지공사장이고, 공사장 바로 아래 물가 바위 위에 어미오리와 새끼 오리가 있습니다.

햇살이 강렬한 데도 오리들이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새끼 오리 한 마리는 깃털을 다듬고, 또  한 마리는 어미 오리가 있는 쪽으로 이동합니다.

조금 더 지켜보니 물가에 있던 오리들도 하천 복판으로 헤엄쳐 나오네요.

삼둥이 가족이 햇살 아래 한가롭게 헤엄칩니다.

햇살이 너무 뜨거워서 청둥오리 삼둥이 가족 구경을 그만하고 다시  오리 세 식구가 있는 방향으로 떠났습니다. 

친구가 오리섬2에서 "오리야~"하고 부르니까 농투가 선두로 뒤이어 농원이 재빨리 헤엄쳐 옵니다. 

햇살이 강해서 오리들을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오리들이 금방 달려와서 기뻤습니다. 

그런데 야일은 어디 있는 걸까요?

농원과 농투가 허겁지겁 잡곡을 먹습니다. 

그런데... 농원의 깃털이 이상하네요. 

농원의 날개깃이 보이질 않습니다. 

깃털이 엉망진창이고, 날개가 무척 짧아졌어요. 

불현듯 작년 여름 직후 농투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때 농투의 날개깃이 빠지고 깃털이 다시 자랐던 기억이요. 

그때만 해도 농투가 어떤 동물의 공격 때문에 깃털이 빠지지 않았을까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작년 여름 더위가 너무 심해서 농투가 더위를 못견뎌 스트레스를 받아 깃털이 빠졌고,

농삼이 죽은 것도 더위 때문이라는 나름의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농원이 올여름 직전에 발을 다쳐서 몸이 힘들었는데, 

바로 더위가 닥쳐 견디기가 힘들어서 깃털이 빠진 것(또는 뽑은 것)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야일이 꽥꽥 울면서 오리섬3에서 나타났습니다. 

오리섬5(풀 속에 왜가리가 앉아 있습니다) 근처에서 방황하는 모습입니다.

친구가 야일을 부르니까 그제서야 다시 방향을 제대로 잡고 헤엄쳐 옵니다. 

야일이 다가오니 농투가 잡곡을 그만 먹고 야일을 마중갑니다. 

뒤이어 농원도 농투를 따라 나섭니다. 

세 마리의 오리가 다 함께 헤엄치는 모습이 다정하고 보기가 좋습니다. 

그런데 잡곡을 먹으러 오질 않고 다들 풀 주위에 멈춰서 다른 것을 먹네요. 

농원의 안색이 나쁩니다. 

눈 아래 얼굴이 너무 붉어졌어요. 

농원이 무척 피로해보입니다. 

날개 모습도 형편 없구요. 

농투는 풀 뒤에서 부지런히 뭔가를 먹고 있습니다. 

물가의 돌을 뒤적이며 그 아래서 먹이를 찾아먹습니다. 

정말 농투가 야생에서 먹이구하는 법을 제대로 익힌 것 같습니다. 

무더위에도 농투의 컨디션은 나빠보이지 않습니다.

야일은 잡곡을 먹지도 못했는데, 다들 오리섬2의 하류쪽 물가에서 먹이를 구하네요. 

오리들이 오리섬2를 떠나 오리섬1쪽으로 향합니다. 

오리섬1의 바위 주변에 형성된 작은 섬 주위에서 먹이를 찾아먹습니다. 

아무래도 그 쪽이 햇살이 덜한 것 같네요.

나란히 물 속 먹이를 먹으며 이동합니다. 

까치가 햇살 아래 서 있네요. 오리들은 여기저기 이동하면서 식사에 집중합니다. 

오리들이 잡곡을 모두 먹지 않고 가버렸는데 다시 오지 않으려는지... 

야일은 잡곡을 먹지도 않았는데 말이지요. 

그런데 확실히 잡곡을 준 곳이 강렬한 햇살에 노출되어 있어 오리들이 긴 시간 식사를 이어가기에는 힘이 들 것 같긴 합니다. 

더워서 다시 먹으러 오질 않는 건지...?

농원이 물가에 서서 솜털을 뽑고 있습니다. 

깃털을 다듬다가 뽑힌 건지... 아니면 더워서 일부러 뽑는 건지... 

아니면 스트레스로 손톱을 물어뜯는 인간처럼 솜털을 뽑고 있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평소보다 더 많은 솜털이 뽑혀서 물 위로 떠내려가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 날 농원의 깃털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깃털이 엉망이 된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여름의 무더위로 힘들어하고 있는 것은 확실했습니다. 

농원이 이 여름을 제대로 나지 못하고 죽을까봐 걱정이 되네요. 


이날 이어지는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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