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둥오리 새끼들의 잡곡에 대한 집념(하천오리 시리즈152)

2019. 7. 9. 08:00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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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7/6)은 정말 더웠지요. 낮 기온이 34도를 넘었던 날이었습니다. 

저녁 나절이 되어도 기온이 30도에 이르러 저녁 6시에도 외출할 엄두가 나질 않는 날이었지요. 

날씨가 더우니까, 오리들이 잘 살아 있을지 걱정이 더 많이 되었습니다. 

아무리 더워도 하천가에 나가서 오리들의 안녕을 살펴보고 와야겠다 싶었습니다.

돌다리 1을 조금 지나서 청둥오리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무더위에도 오리는 물에서 천천히 헤엄치고 있었습니다. 

전날 같은 장소에서 만났던 바로 그 청둥오리가 아닌가 싶어요. 

아무튼 이 오리를 보니 우리 오리들도 무사할 것 같아 좀 안심이 되었습니다. 

큰다리1 아래로 내려가서 보니 일몰의 햇살 속에서 먹이를 구하는 동번과 서번이 보였습니다. 

다리 아래로 내려가니 오리들이 달려옵니다. 

햇살을 좀 피해 평소와는 다른 곳에 오리들에게 잡곡을 주었습니다. 

저녁 햇살이 아름답게 비치지만 오리들에게는 반갑잖은 것이겠지요. 

아무튼 오리들이 무더위에도 안녕하니 기쁩니다. 

이번에는 오리 세 식구의 안녕을 살피기 위해 오리섬1을 살펴보았습니다. 

오리 세 식구는 없고 청둥오리 한 마리가 보입니다. 혹시 삼둥이 중 한 마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면 오리 세 식구는 어디 있을까요?

다들 오리섬5 주변에 있었군요. 

농원과 농투가 헤엄쳐 옵니다. 

야일은 왜 오지 않는 걸까요?

농원이 선두로 도착!

오리들이 파블로프의 개처럼 우리를 보면 자연스레 오리섬2 상류쪽으로 이동해서 

이번에는 오리들의 주의를 끌면서 오리섬2의 중간지점 물가에 잡곡을 놓아주었습니다. 

평소 잡곡을 주는 곳에는 햇살이 아직 남아 있어서 식사를 하기에 오리들이 더울 것 같아서요. 

농원과 농투는 야일이 도착하지 않았는데도 부르지도 않고 식사에 바로 집중합니다. 

의리 없는 오리들!!

잡곡을 잘 먹긴 한데, 무더운 날 농원은 끙끙 소리를 내면서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오늘 하루가 무더위로 힘들어서일까요?

그때였습니다. 오리섬1에 있던 삼둥이가 재빨리 물살을 타고 다가옵니다.

삼둥이는 식사 중인 농원과 농투 곁으로 천천히 다가옵니다. 

그런데 뒤늦게 야일이 농원과 농투의 식사에 합류하고 삼둥이는 좀 뒤로 빠집니다.

야일이 식사를 시작하자 삼둥이들이 다시 가까이 다가옵니다. 

삼둥이들 정말 끈질기네요. 잡곡을 먹기 위해 오리 세 식구의 눈치를 보는 중입니다.

삼둥이에게 공격당한 적이 있는 농투는 다가오는 삼둥이 때문에 식사를 계속하는 것이 불편한지, 아니면 충분히 먹어서인지...

아무튼 잡곡식사에서 이탈하고 진흙 속을 뒤집니다. 

농원의 공격으로 삼둥이들이 모두 오리섬1쪽으로 달아납니다. 

그중 한 마리는 날아서 상류쪽 물가로 가버리고 나머지 두 마리는 오리섬 1에 도착합니다.

삼둥이 중 두 마리 오리는 오리섬1 물가에서 먹이를 구해봅니다.

눈치를 보던 삼둥이가 다시 오리 세 식구쪽으로 다가옵니다. 

다가온 새끼 청둥오리가 불편한 농투는 헤엄쳐서 오리섬를 떠나버리고

농원은 다가오는 새끼 오리에게 공격의 시늉을 하면서 떠납니다. 

농원과 농투가 오리섬5를 향해 헤엄쳐가고 삼둥이는 오리섬2 주변에서 헤엄치며 배회합니다. 

삼둥이의 어미는 도대체 어딜 간 걸까요? 이제 삼둥이를 독립시킨 것인지?

오리섬5에 도달한 오리 세 식구. 

농원은 섬에 올라가지 않고 물에서 깃털을 고릅니다. 머리를 수없이 물 속에 넣었다 뺐다 하네요. 무더위를 떨치려는 듯.

농투는 오리섬5 물가에서 계속해서 식사를 이어갑니다. 

그러다가 농투가 다시 오리섬2를 향해 헤엄쳐 오네요.

아직 잡곡 식사에 미련이 있나 봅니다. 

그런데 오리섬1에 있는 삼둥이 눈치를 보며 배회하다가 다시 돌아갑니다. 겁장이 농투!

마침내 삼둥이들에게도 잡곡을 먹을 기회가 생겼습니다. 

삼둥이 중 한 마리가 잡곡을 향해 다가옵니다. 

우리는 남은 잡곡을 삼둥이가 먹을 수 있도록 자리를 피해줍니다. 

오리 세 식구가 남긴 것이니 삼둥이라도 먹이자 싶어서요. 

이어서 두 마리가 잡곡을 먹습니다. 

마침내 삼둥이 모두 잡곡 식사를 하려고 오리섬2에 모였습니다. 

정말 삼둥이들의 잡곡에 대한 집념이 대단합니다. 

그런데 삼둥이 어미는 정말 어디 있을까요?

이제 더는 어미가 필요하지 않을 것도 같습니다. 

충분히 스스로 살아갈 방법을 나름 가지고 있는 것 같으니까요. 

삼둥이 중 가장 작은 스윅과 가장 길쭉한 부긴이 식사를 하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본의 아니게 청둥오리 삼둥이까지 먹이는 결과를 가져왔네요. 

야생오리들에게 먹이를 주지 않으려고 하는데 말이지요. 


오리 세 식구가 남긴 것을 삼둥이가 먹지 않으면 비둘기, 참새와 같은 다른 새들이 와서 먹을테니까, 

그냥 삼둥이에게 먹도록 하는 것이 나을 것도 같네요. 


  어쨌거나 몸집이 삼둥이보다 훨씬 큰 농투가 이 새끼 오리가 무서워서 제 밥도 잘 챙기지 못하는 것이 속상하긴 합니다. 

하지만 할 수 없지요. 어쩌겠어요. 


아무튼 올 여름 들어 최고 더웠던 토요일 저녁, 다섯 오리들, 그리고 새끼 청둥오리들까지 식사를 무사히 끝냈습니다. 

무더위에 혹시나 죽었을까봐 무척 걱정했는데 다들 무사하니 마음이 편안한 저녁을 맞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 무더운 여름날에는 '오늘도 무사히' 오리들이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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