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둥오리들, 제 차례를 기다리다(하천오리 시리즈 172)

2019. 8. 6. 23:29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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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8/2), 36도에 이르는 오늘 날씨에 비하면 낮최고 기온이 33도라서 덜 더운 날이었지만 오리들에게는 충분히 더운 날씨였지요. 

그래서 저녁 나절 하천가로 나가서 밥을 주기로 했습니다. 

초저녁 날씨도 더웠지만 야생오리들이 하천에서 먹이도 구하고 깃털을 고르고 있어 안심이 되었습니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한 시간이라서 사진은 실제보다 더 어둡게 나왔네요. 

큰다리1 아래서 동번과 서번을 불렀습니다. 

오리들이 꼭 화답을 해서 반가운 마음이 더 큽니다. 

물이 얕아서 헤엄치지 못하고 뒤뚱거리면서 달려옵니다. '꽥꽥'하는 소리도 잊지 않구요. 

오리들은 울면서 우리와의 안전거리를 유지한 채 잡곡을 놓아줄 때까지 '꽥꽥' 웁니다. 

우리가 잡곡을 주고 떨어지면 그제서야 동번과 서번은 잡곡을 먹기 시작합니다. 

동번과 서번도 날개깃이 빠지기 시작했군요. 꼴이 형편없습니다. 

큰다리를 떠나서 산책길을 걷는데 앞에 유모차 할머니가 계십니다. 

지난 번에는 유모차를 타고 있는 작은 개 두 마리가 이날은 걷고 있었습니다. 

뒤에 떨어져서 걷고 있던 개는 잘 걷질 못했습니다. 

할머니께 가까이 가서 나이를 물어보니 '18살'이라고 합니다. 헉!

뒤처져서 잘 걷질 못하던 개는 갑자기 반대방향으로 가기 시작합니다. 

할머니가 치매라서 그렇다면서 노견를 부릅니다. 

오리섬1에 서 있는 왜가리가 멀리서부터 보였습니다. 

그런데 오리 세 식구도 오리섬1에서 서로 모여 앉아 있네요. 

우리가 부르지도 않았지만 알아채고 셋 다 벌떡 일어섭니다. 

그리고는 헤엄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청둥오리 자매인 벨과 스윅까지도 덩달아 헤엄쳐옵니다. 

이제 이곳에서 눌러 앉아 살기로 한 걸까요?

오리 세 식구가 잡곡을 먹기 시작하고, 청둥오리 자매는 물살이 세차게 흘러가는 저편에서 잠시 한 템포 늦추었다가 물살을 타고 이곳으로 다가옵니다. 

오리 세 식구의 식사시간

새끼 청둥오리 두 마리는 살금살금 물가 풀 뒤에 숨었습니다. 

청둥오리들이 잡곡에 관심이 없는 척 조금씩 잡곡쪽으로 이동합니다.

야일과 점점 가까워집니다.  

청둥오리 자매에게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농투는 아직 청둥오리자매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농투는 혼자 있을 때 벨에게 아주 무시당한 적도 있었는데, 농원과 야일이 곁에 있을 때는 벨과 스윅에게 경고도 보내고 쫓기도 합니다. 

야일이 평소처럼 먼저 잡곡식사를 끝내고

농원과 농투는 계속해서 잡곡을 먹습니다. 

야일은 혼자 물가에서 풀을 뜯어 먹습니다. 

농투도 어느 정도 식사를 끝낸 듯합니다. 

물가 풀 옆에서 청둥오리는 인내심을 가지고 물을 마시며 기다립니다. 

야일이 풀을 열심히 뜯어 먹습니다.

야일은 오리 세 식구 중 가장 균형잡힌 식사를 하는 오리입니다. 

기다리는 청둥오리들을 보니 오리 세 식구가 빨리 식사를 끝내고 잡곡을 조금 남겨주길 바라는 마음이 생깁니다. 

하지만 농원의 식사를 끝이 나질 않습니다. 

야일이 물가의 식사도 끝내고 이제 정말 충분히 먹었는지 농원과 농투 곁에서 "끅끅"하며 낮은 소리로 웁니다.

마치 '이제 그만 먹고 가자'고 조르는 듯한 모습입니다. 

결국 기다리다 지친 야일이 먼저 오리섬1로 건너가버립니다. 

잡곡을 먹던 농원과 농투가 뒤늦게 야일을 따라 떠납니다. 

마침내 오리 세 식구가 떠났지만 아직 청둥오리들은 알아채지 못한 것 같습니다. 

한 마리는 오리섬2 물가에 있고, 또 한 마리는 세찬 물살이 흐르는 건너편에서 자맥질을 합니다. 

오리섬1 근처에서는 오리 세 식구가 깃털을 고릅니다. 

오리 세 식구는 배불리 먹어 느긋하게 깃털을 고르는 시간이 행복할 것 같네요.

청둥오리들에게도 잡곡을 먹을 기회가 생겼지만, 

오리 세 식구가 잡곡을 거의 남김 없이 먹어버려 청둥오리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래서 잡곡을 조금 뿌려주었습니다. 

청둥오리들이 잡곡을 발견하고 먹기 시작합니다. 

잡곡을 먹는 청둥오리들이 귀엽네요. 

청둥오리들이 뒤늦게 잡곡을 먹는 동안 

오리들의 깃털 고르기도 끝이 나고 농원은 먼저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오리 세 식구는 먼저 편안한 휴식시간에 들어갔고, 청둥오리들도 곧 잠잘 준비를 하겠지요. 

무더운 여름날이 또 하루 이렇게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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