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오리, 청둥오리 자매 때문에 열받다!(하천오리 시리즈174)

2019. 8. 8. 21:08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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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 가을은 올 조짐도 보이질 않고 덥네요. 낮 최고 33도라네요. 

하루종일 소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아직 소식이 없네요. 


월요일(8/5), 한낮의 기온이 35도에 이른 무더웠던 날, 오리들에게 줄 식사량을 좀 늘여서 준비해갔습니다. 

날씨가 너무 무더워서 오리들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지난 일요일 조카랑 하천가를 찾았을 때 무엇보다 동번과 서번의 꼴이 불쌍해서 잡곡량을 좀더 늘여야겠다고 결심했지요.

하천가의 수크령이 예뻐서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8월 초에 꽃이 만발하는군요.

오리가 깃털에 고개를 파묻고 서서 쉬고 있습니다. 저녁7시경이었지만 기온은 30도를 여전히 훌쩍 넘고 있었습니다. 


1. 큰다리 아래 집오리들 이야기 

큰다리1 근처에는 왜가리가 우두커니 서 있었고 동번과 서번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지요. 

이날은 시험삼아 제가 오리들을 불러보았습니다. 하지만 오리들이 대답하질 않았어요.

그런데 친구가 부르니까 오리들이 바로 대답하고 달려옵니다.

두 번의 실험을 통해 친구의 부름에만 대답한다는 결론을 잠정적으로 내려봅니다. 

동번과 서번이 잘 먹는 모습을 보니 기특합니다.

오리들이 밥을 먹는 것을 한참동안 지켜보았습니다. 

그동안 동번과 서번은 거의 지켜보지 않고 밥과 함께 남겨두고 곧바로 오리 세 식구를 만나러 갔었는데, 

이날은 끝까지 지켜보기로 한 거죠.

그리고 "안녕"하고 뒤를 돌아서는데 오리들이 일어서는 바로 울면서 우리가 가는 방향으로 걷다가 헤엄치다가 하면서 이동합니다. 

우리는 하천가 산책길로 걷고 있었고 오리들은 물길을 따라 이동했는데, 

계속해서 큰 소리로 "꽥꽥"하면서 울며 제법 우리 뒤를 쫓았습니다.

오리들이 우는 소리는 습지에 도착했을 때야 비로소 더는 들리지가 않았지요. 

예전에 농투가 밥을 먹고는 우리 뒤를 울면서 산책길로 뒤따라오던 기억이 납니다. 

마치 '엄마 날 버리지마. 나도 같이 갈래.'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너무 과장된 감정이입이었는지...

맛있는 것을 먹거나 배불리 먹어서 만족스러울 때 오히려 유기 집오리들이 어린시절의 배부르고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그때 그 집으로 돌아가려는 몸짓이 아닐까? 하고 혼자 생각해 보았습니다.  


2. 돌다리 곁 오리 세 식구 이야기

오리 세 식구가 오리섬1에서 우리의 인기척을 느끼고 헤엄쳐 오려는데 청둥오리 자매가 먼저 헤엄칩니다. 

하지만 청둥오리 자매는 잡곡을 향해 먼저 오지는 않습니다. 

늦게 출발한 오리 세 식구가 먼저 잡곡을 향해 다가오고 식사를 시작합니다. 

이날은 잡곡이 두 군데로 나눠졌습니다. 

오리들이 왔다갔다 하면서 잡곡을 먹습니다. 

주변을 청둥오리가 배회하네요.

야일과 농원이 같은 곳에서 식사를 하고 농투까 떨어져서 식사를 하는데 청둥오리 자매가 농투가 있는 곳으로 몰립니다. 

농투가 꽥꽥하며 경고음을 냅니다. 

청둥오리들은 농투의 경고음에 자리를 피하지만 곧 주변으로 몰려듭니다. 

농투가 청둥오리들을 신경쓰느라 잡곡식사에 집중을 못하는군요. 

농투가 멍 때리는 동안 청둥오리 자매가 잡곡을 잽싸게 먹습니다. 

다시 농투가 알아채고 경고하는 소리를 내고 오리들을 쫓으며 잡곡식사를 합니다. 

하지만 청둥오리는 계속 주변을 오갑니다. 

농투가 야일과 농원의 잡곡쪽으로 이동하면 주변에 있던 청둥오리들이 바로 달려와서 잡곡을 먹습니다. 

청둥오리는 농투를 아주 두려워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농투 앞을 태연하게 헤엄쳐지나가면서 잡곡을 먹습니다. 

농투가 다시 경고하며 청둥오리를 쫓습니다. 하지만 청둥오리는 잽싸게 피할 뿐 멀리 달아나지는 않습니다.

청둥오리 두 마리가 풀 뒤에 숨었다가 기회를 엿보면서 농투의 시선이 닫지 않는 틈을 타서 잡곡을 먹습니다. 

청둥오리 두 마리는 서로 나타났다 도망갔다 숨었다 하면서 농투를 성가시게 합니다. 

마치 술래인 농투 주위에서 빙빙 도는 청둥오리 자매를 잡으려는 술래잡기 같은 느낌을 주네요. 

농원과 야일은 청둥오리들을 신경도 쓰지 않고 잡곡식사에 열중하고 있지만 농투 홀로 청둥오리 자매를 버겁게 상대합니다.

야일은 어느 정도 잡곡식사를 끝냈다 봅니다. 

농원이 농투 곁으로 이동해서 먹습니다. 

잡곡을 놓고 경쟁하는 농투와 청둥오리 자매를 지켜보는데 웃음이 나왔습니다. 

청둥오리 자매는 농투 근처에서 잡곡을 노려보지만... 

스윅은 포기하고 자리를 떠나도 벨은 농투 근처의 '잡곡을 먹고야 말리라' 다짐이나 한 듯 계속 근처를 떠나지 않습니다. 

농투가 경고하고 눈치를 주고 쫓는 시늉을 해도 벨은 농투를 정말 그다지 무서워하지 않는 것이 분명합니다. 

사실 벨은 더 어릴 때도 농투가 혼자 있으면 가차없이 공격해서 잡곡을 먹곤 했던 적이 있는 용기와 배짱이 넘치는 오리인데, 

지금은 농원과 야일까지 있어 조금 조심하는 모습입니다. 

이번에는 농원이 청둥오리 쫓기를 거들어주네요. 

농투는 청둥오리들이 신경쓰여서 식사를 잘 못합니다. 

혼자 나직이 "꽥꽥"울어볼 뿐입니다. 청둥오리들이 농투의 경고를 들은 척을 하질 않으니 속상하겠지요.

농투가 식사를 중단하고 물을 마시다 울다가 합니다. 

스트레스 받고 있는 농투가 불쌍해보입니다. 

친구가 농투를 격려할 겸 잡곡을 좀더 놓아주었습니다 .

그제서야 다시 농투가 식사를 합니다. 

그런데 야일까지 와서 잡곡을 다시 먹기 시작하네요. 


이날 오리 세 식구와 청둥오리 자매들 간의 잡곡 경쟁의 끝이 어땠는지 알지 못합니다. 

오리들을 두고 자리를 떠났거든요. 

오리 세 식구가 조금 남겨주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날씨가 무척 더웠던 월요일 저녁, 7시가 넘은 시간에도 30도를 웃도는 기온이었던 그날, 

오리 세 식구, 아니 농투와 청둥오리자매 간의 잡곡 경쟁으로 농투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더웠는지 모르겠습니다. 

농투는 확실히 영리한 오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에 비해 청둥오리 벨은 정말 영리하고 용기 있고 집요한 오리인 것 같아요. 

앞으로 농투가 청둥오리 자매 때문에 속이 많이 상할 것 같은데... 걱정이네요. 

아무래도 청둥오리 자매가 오리섬1 주변을 떠날 것 같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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