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들, 빗속에서도 먹을 건 먹는다(하천오리 시리즈185-2)

2019. 9. 4. 19:00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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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포스팅입니다~


지난 금요일, 우리가 야일을 마지막으로 본 날입니다.

그리고 화요일(9/2), 하천을 찾았을 때 야일은 보이질 않았습니다. 

농원과 농투 둘뿐이었습니다. 

농원과 농투에게 물어 볼 수도 없고... 답답한 심정입니다. 

작년 8월 농삼이 행방불명되었을 때가 떠오르네요. 

오리섬3에서도 야일은 보이질 않습니다. 

야일이 정말로 행방불명된 걸까요? 죽은 걸까요?


동번과 서번도 보이질 않고 야일도 보이질 않고... 

불안감이 커졌습니다. 


반대편으로 돌아가서 좀더 야일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야생오리들이 떼로 헤엄쳐 지나갑니다. 

멀리서 봐서 구분이 잘 안 되지만 흰뺨검둥오리들로 보입니다. 

우리 하천에 흰뺨검둥오리들이 많이 늘어난 것이 확실합니다. 

흰뺨검둥오리는 일명 '터오리'로 불리고 야생오리지만 텃새입니다. 

청둥오리들이 다시 돌아오기까지 한동안 터오리들이 하천을 점령하겠군요. 

요즘은 어린 백로들도 많이 보입니다. 

그동안 백로들이 새끼들을 부화시켰나 보네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동번과 서번을 다시 한 번더 찾아보았지만 큰다리1에 도달할 때까지도 동번과 서번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돌다리2 근처에서 동번과 서번을 발견했습니다. 

얼마나 반가운지! 

하늘이 많이 어두워져서 사진이 흐릿합니다. 

돌다리 위에는 에밀리도 보입니다. 

이날 친구는 에밀리에게도 밥을 주자고 합니다. 

일주일간 비가 온다는 소식에 에밀리가 스스로 먹이를 구하기 어렵겠다 생각한 모양입니다. 

하지만 에밀리는 제가 잡곡을 주기 위해 돌다리를 위를 걸어가니까 멀리 헤엄쳐 가버립니다. 

에밀리가 떠나고 나니 흰뺨검둥오리 한 마리가 다가옵니다. 

동번과 서번은 친구가 부르지만 돌다리 위를 지나가는 저를 따라오네요. 

친구가 동번과 서번을 불러보지만...

터오리를 쫓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돌다리 초입부에서 잡곡을 주려고 하는 친구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오리들...

다시 오리들이 가버립니다... 도대체 의사소통이 안 되는 날이네요.

할 수 없어 제가 돌다리 중간에 잡곡을 놓아주기로 했습니다.

비가 오기 시작합니다. 

5시 52분. 일기예보가 거의 정확하네요.

오리들이 놀랄까봐 우산을 펴질 못하고 비를 쫄딱 맞은 채 잡곡을 놓아주니 그제서야 오리들이 알아채고 잡곡을 먹기 시작합니다.

비가 순식간에 세차게 내립니다.

오리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식사를 계속합니다. 

터오리가 주위를 배회하네요. 

왜가리는 비가 세차게 내려도 부동의 자세 그대로입니다. 

동번이 돌다리 위로 올라와 식사를 하고 서번은 돌다리 아래서 식사를 합니다. 

흰뺨검둥오리는 떨어져서 지켜봅니다.  

식사하는 오리들을 두고 우리는 서둘러 돌다리를 건넜습니다. 

장도 봐야 하는 데 비까지 내려서 지체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돌다리를 건너가고 나니 그제서야 흰뺨검둥오리가 돌다리 위로 올라와서 먹을 것이 있나 찾아봅니다. 

야생오리는 집오리에 비해 경계심이 한결 강합니다. 

서번이는 계속 돌다리 아래 머물러 있네요. 

거리가 멀어서 동영상화면이 흔들립니다. 자동카메라의 한계네요.

비가 거세져서 카메라에 빗방울이 맺혔습니다.

이제 오리들도 떠나려나 봅니다. 

흰뺨검둥오리는 돌다리를 내려와서 헤엄쳐가고 

동번도 돌다리 아래도 내려왔습니다. 


우리도 서둘러 떠났습니다. 


비록 야일의 자취는 찾지 못했지만, 동번과 서번은 무사함을 확인해서 한결 마음이 편했습니다. 

그런데 야일은 도대체 어딜 간 걸까요? 사람 손에 잡힌 걸까요? 아니면 너구리의 공격이라도 받은 걸까요?

야일이 행방불명된다면 이번에도 농삼의 행방불명 때와 마찬가지로 그 이유를 알지 못한 채 궁금증과 슬픔만 남겠지요...


오늘 오전도 비가 내렸습니다. 

어제 개사료 할머니는 야일이 혹시라도 다쳐서 풀숲에 머물러 있다면 비에 쓸려 떠내려갈까봐 걱정하셨습니다.

만약 다쳐서 풀 숲에 있다면 비가 계속 온다 하니 걱정이 되긴 합니다. 

야생의 삶은 비정하고 처절한 것이라 생각되네요. 


야일이 우리 하천에서 살기 시작한 지 거의 1년이 다 되가는 시점에서 야일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니 울적합니다.

이 사진은 야일을 처음 발견한 날, 작년 9월29일날 찍은 것입니다. 

이날 야일은 우리가 기장을 뿌려주었는데, 농원과 농투가 달려와 먹는 데도 멀리 떨어져 다가오지 못했습니다. 


야생에서 집오리가 1년 살기가 만만치 않다 싶은 생각이 드는 날입니다. 

농원과 농투는 1년 6개월을 우여곡절을 겪으며 잘 넘겼다 생각하니, 정말 기특합니다. 


야일은 어디 있을까요? 살아 있긴 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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