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 7. 00:43ㆍ동네밖 식물/추억의 식물
2018년 11월24일, 생말로(St. Malo)에 갔을 때 운좋게도 그랑베 섬에 갈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 서해안의 조수간만차이 때문에 밀물 때는 이 섬에 들어갈 수 없지만 썰물 때는 걸어서 이 섬에 갈 수 있지요.
프랑스 작가이자 정치가인 샤토브리앙(François-René de Chateaubriant, 1768-1848)의 묘지가 있는 곳이지요.
섬에는 흰빛이 감도는 잎 때문에 인상적인 풀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 식물은 백묘국이랍니다. 국화과의 여러해살이 식물인데 지중해가 원산지라는군요.
이 식물은 주로 해안가에서 자라는데, 모래땅, 암석 등 건조하고 소금끼 있는 땅에서 자랍니다.
국화과의 꽃 답게 관상화와 설상화로 이루어진 노란꽃을 피웁니다.
꽃은 주로 여름에 피기 때문에 방문한 때가 11월이라서 이미 꽃이 거의 다 진 때였지요.
하지만 조금 남은 꽃과 꽃자루를 보면 취산꽃차례임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줄기와 잎에 흰털이 나서 프랑스 이름은 Sénéçon cinéraire입니다. Sénéçon은 '개쑥갓', cinéraire는 '유골의 재를 가진'을 뜻합니다.
줄기와 잎의 흰빛을 두고 시체를 태운 재의 잿빛으로 표현한 거지요. 좀 으스스한 느낌이 듭니다.
늦가을이라 꽃이 지고 줄기와 잎만 남아 앙상해서 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주네요.
흰털이 난 줄기와 잎이 독특해서 원예를 하는 사람은 꽃이 아니라 이 줄기와 잎을 이용한다고 합니다.
그랑베 섬에서 내려다 보면 건너편에 생말로의 성벽도시가 보입니다.
썰물 때라서 그랑베 섬과 생말로 성곽도시를 연결하는 길이 생겨났습니다.
생말로는 샤토브리앙의 고향이지요.
이날 이후, 생말로, 그랑베 섬, 샤토브리앙과 더불어 백묘국을 같이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지금쯤 그랑베 섬에는 백묘국의 노란 꽃이 만발하기 시작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