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9. 16:07ㆍ동네에서 만난 식물/아파트 화단
마침내 동백나무가 새 잎을 펼쳤습니다!
이 동백나무는 아파트 화단의 다른 동백나무들이 모두 새 잎을 꺼내고 꽃을 다 피우고 난 지금에 와서야 겨우 새 잎을 꺼냈습니다.
새로 돋아난 연두빛의 잎이 햇살 아래 반짝이는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다른 동백나무들과 달리 이 동백나무는 제가 우리 아파트 화단에 심은 동백나무라서 더 애착이 큽니다.
친구가 선운사에 갔다가 데려온 어린 홑동백나무인데,
친구가 키우던 것을 제가 아파트에서 키우다가 일조량이 부족해서 꽃을 피우지 않는 것 같아 아파트 화단에 심은 것입니다.
화단에 심은 지도 벌써 10년은 되었을 거예요.
친구가 키우기 시작한 것부터 계산한다면 거의 서른 살이 될 듯하네요.
제가 이 나무를 돌보고 지켜본 것만 해도 벌써 20년 가까이 됩니다.
지난 겨울의 추위가 너무 혹독해서 동백나무가 얼어죽었겠구나,하고 마음이 서늘했던 기억이 납니다.
잎이 거의 갈색빛으로 변해버렸었지요.
3월에 다른 동백나무들이 붉은 꽃을 피울 때에도 이 동백나무는 꼼짝하지 않았습니다.
죽었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4월 20일을 넘어가는 시간, 녹색빛의 잎눈을 발견했고 잎이 돋아나겠구나 싶었습니다.
눈은 아주 천천히 변화했습니다.
지켜보는 사람은 숨이 넘어갈 정도였지요.
5월로 들어서니까 확실히 눈에서 잎이 돋아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봄비가 내리고 동백나무의 잎도 제법 꼴을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겨울이 너무 혹독하게 추워서 쉽게 겨울잠을 떨칠 수 없었지만 자고 있었던 것이지 죽은 것은 아니었던 거지요.
생명력은 정말 경이롭기만 합니다.
이제 죽은 잎을 하나 둘 떨어뜨리네요.
새 잎의 시간이 왔으니까요.
살아서 기특한 동백나무입니다.
매년 꽃을 기다렸지만 이제는 동백나무가 죽지 않은 것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습니다.
꽃을 못 피우면 어때, 살아만 다오.
보충1>
보충2> 동백나무가 지난 해의 잎들을 거의 다 떨어뜨리고 새옷을 갈아입듯 새 잎이 반짝거려서 감동받았습니다.
완전 변신한 동백나무가 너무 예뻐서 한참을 서서 바라보았답니다.
7월초, 동백은 완전히 기운을 차렸고 잎도 푸릅니다.
보충3> 가을의 동백나무는 여전히 푸릅니다. 9월이나 10월이나 그 모습의 차이가 없네요.
보충4>지난 크리스마스날부터 3일간 계속된 한파에 동백잎이 일부 얼었을 것 같습니다.
한파가 좀 누그러진 날, 동백을 살펴보았지요.
오늘(12/30), 그리고 올해 마지막 날인 내일 다시 온 한파에 남은 잎들이 또 얼어붙을 것 같네요.
올해도 한파를 잘 견뎌내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