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 뷰티], 삶이 속임수인지 묻는 영화

2017. 4. 24. 09:34영상/삶의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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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그레이트 뷰티(2014)]는 젭 감바르델라라는 작가의 65세 생일파티에서 시작됩니다.

화려한 춤과 음악으로 시선을 사로잡네요.

마치 뮤지컬 영화같은 느낌입니다.


또 영화는 로마를 배경으로 하는데, 로마의 아름다운 모습이 오래전 여행때 보았던 풍경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킵니다.


주인공은 20대에 로마에 상경한 후 상류사회 편입에 성공했고 부와 인기를 누리며 노년에 접어듭니다. 

주인공은 말합니다.

"예순여섯살에 깨달은 것은 원하지 않는 것에 낭비할 시간이 없다" 구요.


주인공이 말이 60대에 들어선 지인의 말씀을 떠올리게 하네요.

아무나 만날 시간이 없다구요.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며 살고 싶다구요.


나이가 든다는 것은 어쩌면 원하지 않는 일, 원하지 않는 사람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강렬한 깨달음과 관련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주인공은 40년전 소설을 쓴 이후 더는 소설을 쓰지 못하는데, 그 이유를 104세인 성녀로 불리는 마리아 수녀님께 이야기합니다.

마리아수녀: 왜 책을 쓰지 않나요?

주인공: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아다녔지만 찾지 못했지요.

마리아수녀: 내가 왜 뿌리식물만 먹는지 알아요? 뿌리가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주인공은 영화제목이 말하듯,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아왔는데 나이가 들도록 찾지 못했다고 고백합니다. 

그것이 바로 그가 더는 소설을 쓸 수 없는 이유라구요.

이 말을 듣는데, 플라톤의 향연에 나오는 '에로스'에 대한 대화가 떠오르더군요.

에로스는 바로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지요.

주인공은 첫사랑의 죽음의 소식으로부터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첫 사랑의 여인에 대한 추억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에게 진정한 아름다움은 그를 떠난 첫사랑의 여인과 무관해 보이지 않네요.

마리아 수녀가 말한 뿌리, 주인공의 아름다움의 뿌리는 바로 첫사랑과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영화의 마지막에서 주인공은 영화를 보는 관객을 향해 '모든 것은 속임수'라고 이야기합니다.

좀 어이없는 마무리입니다.

저는 주인공이 '속임수'라고 고백하는 대목에서 삶 속에서 진정한 아름다운 따위는 없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정한 아름다움으로 무의식 깊이 각인된 추억은 사실 속임수에 불과하다는 것이 아닐까요?

어쩌면 우리는 아름다운 과거를 진정한 아름다움으로 포장하고 삶을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 한편으로 물질적이고 성적인 쾌락, 부, 인기를 추구하는 허영심에 빠져 살아온 평생의 삶은 뿌리 없는 삶, 거짓된 삶일 뿐만 아니라,

진정으로 아름다운 삶을 산다고 여겨지는 성녀의 삶조차 속임수에 불과한 삶은 아닐런지...

우리의 삶이란 것이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아 발버둥을 치지만 결국 모두 속임수다, 라고 말하고 있는 것일까, 한 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인간은 진정한 아름다움에 도달할 수 없는 존재?


마음대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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