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6. 4. 13:20ㆍ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그사이 비가 오면서 하천의 물이 많이 불었습니다. 물살도 세어지구요.
그래서 오리들을 한동안 만나기가 어려웠지요.
지난 금요일부터 저녁식사 후에 산책을 나가고 있는데,
친구 오리들의 근황이 무척 궁금했습니다.
금요일은 늦게 산책을 나가서 농123가 머무는 곳에 다가갔을 때는 해가 진 다음이라 주변을 분간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어둠 속을 뒤지면서 오리를 찾는데, 오리 한 마리가 어렴풋이 보이더군요.
그래서 그 오리를 향해서 사진을 찍어보았습니다.
잘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찍는 사진이라 제대로 찍기도 어렵더라구요.
(6월1일 금요일 밤)
사진은 오늘에서야 확인을 했는데요,
오리가 한 마리가 아니라 세 마리가 분명하네요.
오리들의 눈이 플래시 때문에 하얗게 나왔습니다.
(6월1일 금요일 밤)
이 사진을 진작 확인해봤다면 그리 안절부절하지 않아도 됐었는데요...
저는 오리가 한 마리라고 생각하고 어쩌면 그 오리는 흰뺨 검둥오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인 토요일 저녁, 30분 일찍 하천가 산책을 나갔습니다.
같은 장소에는 아직 해가 완전히 지지 않아서 주변이 잘 보였습니다.
하지만 농123는 보이질 않더군요.
포기하고 조금 지나쳐 간 곳 건너편에 오리들이 보였습니다.
사람들이 오리가 걸어나온다면 놀라워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는 그 쪽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농123였습니다.
역시나 오리들이 떠나질 않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거였구나, 확인한 순간이었지요.
달려서 건너편 오리가 있는 쪽으로 갔지만 제가 도착했을 때는 오리들이 모두 떠나고 없었습니다.
아쉬웠지만 사진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리들의 존재를 확인한 것만으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일요일 저녁 산책을 30분 더 당겼습니다.
농123는 바로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하천 속 섬같은 땅 위에 농1과 농3가, 물 속에 농2가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동생이 찍은 사진)
농123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몸단장, 물놀이를 즐기고 있더군요.
그리 어둡지 않은 데도 플래시가 터져서 농2의 눈이 좀 무서워졌습니다.
플래시를 끄고 농3을 사진에 담아보았습니다.
선명도가 좀 떨어지네요.
역시 플래시를 끄고 농1을 찍었습니다.
농1은 제가 그곳을 떠날 때까지 섬같은 땅 위에서 몸단장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동생이 찍은 사진)
제가 손짓으로 부르니까 농2와 농3가 다가왔습니다.
(동생이 찍은 사진)
저는 사진 속 오리들의 오른편에 있습니다.
오리들이 저를 바라봅니다.
그리고는 농3가 제 손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제 손에 입을 대보더니 손을 덥썩 무네요.
오리 입을 이렇게 접촉해보긴 처음입니다.
아프진 않았어요.
마치 고양이가 깨물듯 살짝 물어주고는 사라졌습니다.
당혹스러운 경험이더군요.
제가 먹이를 주려고 했다고 생각했던 걸까요?
오리들은 다시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놉니다.
저는 한동안 오리들을 바라보다가 그 자리를 떴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농123를 긴 시간 지켜볼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