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들의 빗속의 저녁식사 (하천오리 시리즈 37)

2018. 9. 19. 08:00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반응형

지난 주 일요일은 하루 종일 비가 오락가락 했습니다. 

저녁무렵 비가 좀 잦아드는 틈을 타서 하천오리들에게 기장을 주러 길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오리섬에 다가가니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합니다. 

비내리는 저녁, 오리들은 무얼 하고 있을까요?

농1은 고개를 들고, 농2는 고개를 깃털속에 파묻은 채 쭈그리고 앉아 있네요. 

우리가 다가오는 소리를 들은 농2가 고개를 들고 우리를 바라봅니다.

친구가 우산을 들고 기장을 주니까, 오리들이 선뜻 기장을 먹으러 다가오지 못하고 물 속에서 멈췄습니다.

우산을 쓴 우리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겠지요.  

친구는 오리의 마음을 이해하고 기장을 뿌려둔 후에 얼른 자리를 피했습니다. 

그제서야 오리들이 기장을 먹기 시작합니다.

비를 맞으며 식사를 하는 오리들이 안 됐지만 별 수가 없네요. 

우산을 씌워줄 수도 없으니까요.

우산이 낯선 오리들은 우산을 펼쳐주면 바로 자리를 피할테지요.

오리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주변을 바라보았습니다. 

오리섬 3이 멀리 보입니다. 

비 때문인지 안개낀 듯 대기가 뿌옇습니다. 

오리섬4도 보이고, 멀리 오리섬 1이 보입니다.

그곳에는 백로가 머물고 있네요.

사진 속에서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건너편 물가에서 흰뺨검둥오리가 유유히 헤엄치며 지나갑니다. 

어느덧 백로가 오리섬3 근처에 나타났습니다. 

이날도 오리들은 기장을 조금 남긴 채 식사를 마쳤습니다. 

요즘 농2의 건강이 나빠보여서 기장을 평소보다 많이 줬더니 오리들은 과식은 하지 않나 봅니다. 

인간보다 현명한 동물입니다. 

농2가 여뀌 근처로 헤엄쳐가더니 여뀌꽃을 먹기 시작합니다.

여뀌꽃을 톡톡 따서 먹는 모습이 귀엽네요. 

스스로 먹이를 하나씩 찾아가는 오리들이 정말로 기특합니다!

오리가 식사를 끝낸 모습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어제 남긴 기장을 다 먹었는지 살펴보러 오리섬1로 향했습니다. 

오리섬 1에 도착하자마다 오리들이 우리를 향해 헤엄쳐 옵니다. 

그리고는 멀뚱이 우리를 바라보네요. 

그냥 오리섬 1에서 우리를 발견해서 반가워서 온 걸까요?

우리를 바라보다 머쓱했는지 근처에서 헤엄칩니다. 

그래서 제가 바위 근처에서 자라는 여뀌의 꽃을 따서 오리들에게 던졌습니다. 

오리들이 여뀌꽃을 던져주니 맛있게 먹습니다. 

특히 농2가 맛있게 먹어주네요. 

여뀌꽃 따서 물 위로 던져주면 오리들이 잽싸게 먹어주는 것이 마치 놀이같습니다. 

그렇게 잠시 여뀌꽃을 먹고 나서는 휑하니 다시 오리섬4쪽으로 헤엄쳐갑니다. 

마치 우리랑 잠시 놀려고 왔다는듯이.


우리는 오리들에게 "잘 있어~ 내일 봐~"하고 인사를 건네며 돌아서 가려는데 

오리들이 "꽥꽥!"하며 인사를 받아줍니다. 


돌아오는 길에 친구는 농2의 건강을 걱정하며 뭔가 몸에 좋은 것들을 챙겨줘야겠다고 합니다. 

뽕잎, 쥐손이풀...등등.

정말 농2가 얼른 상처를 회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