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는 왜 물 밖으로 따라 나왔을까?(하천오리 시리즈 85)

2019. 2. 25. 11:43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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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은 오리들에게 누룽지를 나눠주기 위해서 압력솥 밥을 끝까지 먹지 못하고 누룽지를 남깁니다. 

전기밥솥도 전기압력밥솥도 없다 보니, 압력솥을 이용해서 밥을 하는데, 겨울이면 남은 밥을 다시 가스불에 올려 데우게 되지요. 

그러다 보면 밑에 누룽지가 생기고 그 누룽지를 끓여서 아침식사로 자주 먹곤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아침에 끓인 누룽지를 먹을 일이 없어졌어요. 

남은 누룽지를 말려서 오리들에게 줘야해서. 말린 누룽지를 긁는 일도 내 겨울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오리들은 누룽지를 긁는 어려움을 알려나..."하면서요.


지난 월요일(2/18)도 누룽지를 챙겨서 하천으로 나갔지요. 

유기오리 커플이 사는 곳 근처에 갔을 때 친구가 외쳤습니다. "오리들이 날아!"

오리들이 낮게 날듯이 물을 지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 유기오리들의 영역은 오리 세 식구의 영역보다 훨씬 넓습니다. 

그래서 빨리 헤엄쳐오기 힘들 곳에서 우리를 발견하면 약간 날듯이 물을 지치는 것이 빨리 오는 데 유리하겠지요. 

아마도 겨울철에 몰려온 오리들에게 배운 듯합니다. 

오리도 분명 학습할 정도의 두뇌가 있으니까요. 

친구가 바위 위에 먹이를 놓아둡니다. 

그동안 오리들은 조금 거리를 두고 기다립니다. 

이날은 누룽지 속에 기장을 섞었습니다. 

누룽지는 가공된 것이니 순수곡물을 같이 먹는 것이 건강한 식단이 될 것 같아서요. 

평소 누룽지나 과자 등을 먹어온 오리들이라 기장을 그냥 주면 먹질 않았어요. 

일단 누룽지부터 먹어치웁니다. 

그런데 먹는 속도가 대단하네요. 그만큼 배가 고팠다는 뜻이겠지요. 

이어서 기장도 먹습니다. 

예상했던 대로입니다. 

누룽지와 섞어서 주니까 누룽지를 먹다가 기장도 맛보게 되고 결국 먹을 만하다고 생각하니 계속 먹는 거지요. 

깨끗하게 식사를 하는 오리들이 기특합니다. 

배가 고팠던 모양입니다. 

오리들을 가만히 지켜보다 보니까, 

두 마리 오리들이 똑같이 생겨서 구분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구별이 되네요. 

깃털 생각이 더 짙고 옅은 것이 구별이 됩니다. 

옅은 색 오리가 좀더 말랐습니다. 

오리들이 식사를 끝내고 다시 물 속으로 돌아갔고

우리도 오리 세 식구를 만나러 길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물 속에서 갑자기 짙은 색 오리가 뭍으로 나와서 우리들에게 다가옵니다. 

우리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으니까 다시 물 속으로 돌아가네요. 

아마도 배가 고파서 좀더 먹을 것을 달라는 표현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기장을 섞어 먹었으니 평소보다 좀 덜 배고프지 않을까요?


이제 이 유기오리 커플에게도 각각 이름을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예전에 잠시 이름을 주기도 했지만, 좀더 친해졌으니 새로 이름을 붙여주고 싶습니다. 

짙은 색 오리는 '날쌘돌이'(친구가 이 오리가 다른 오리의 밥까지 날쌔게 가로채서 먹는다고 붙여준 별명입니다),

옅은 색 오리는 '얌전이'로 이름을 붙이려고 합니다. 


역시 날쌘돌이는 얌전이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빠르고 힘도 좋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 이날 만난 오리 세 식구의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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