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오리들의 외침(하천오리 시리즈 86)

2019. 2. 26. 08:00하천오리 시리즈

지난 월요일, 유리오리 커플, 날쌘돌이와 얌전이를 만나고 난 후, 우리는 오리 세 식구, 농원(1), 농투(2), 야일(1)을 만나러 갔습니다. 

앗! 오리섬1 주변에서 야일(왼쪽)과 농원(오른쪽)의 모습이 보입니다. 

농투가 어디 있는지 그때는 잘 몰랐었는데, 영상을 보니 농원 주변에 있었군요. 

농원이 선두에, 뒤이어 농투, 그리고 야일.

야일은 건너편에 있어 조금 뒤처졌습니다. 

뒤처짐을 만회하기 위해 야일은 가볍게 물을 지치면서 낮게 날아서 훌쩍 농투를 제끼고 농원의 바로 뒤에 자리를 잡습니다. 

앞서 날쌘돌이가 물을 지치며 낮게 나는 장면을 영상에 담지 못해 아쉬웠는데 

그나마 야일의 물지치며 나는 모습을 담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오리들은 평소와 같이 기장먹기에 집중합니다. 

야일이 농원의 눈치를 보며 자리옮기면서 기장먹기도 여전합니다.

이번에는 영상을 좀 길게 잡아보았습니다. 

농원의 눈치를 보며 자리를 옮기는 야일, 농투를 쿡쿡 찔면서 농투에게 덤벼보는 야일.

농원이 움직이면 야일도 움직이고, 야일이 농투를 찌르면 농투가 움직이고...

식사 시간은 조용하지만 분주하게 자리옮기기가 계속되는 시간입니다. 

순식간에 기장을 먹어 치운 오리들.

농원이 뭍으로 올라옵니다. 

야일은 헤어쳐 다른 곳으로 이동합니다. 

농투도 잠시 뭍으로 올라왔다가 헤엄쳐 갑니다. 

푸른 풀이 있을 때는 기장을 먹고 난 다음 농원이 뭍으로 올라와서 풀을 뜯어 먹곤 했는데, 

한겨울이라서 풀들이 다 말라버려서 먹을 것이 마땅치 않은 것 같네요.

오리들에게 이번에는 누룽지를 나눠주었습니다. 

평소라면 야일은 누룽지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끼어먹지도 않는데, 이날따라 야일도 열심히 누룽지 먹기 대열에 동참했습니다.

정말 다들 배고픈 시기인가 봅니다.

다시 야일이 농원의 눈치를 보고 이동하면서도 농투를 부리로 쪼듯 공격하고 

야일의 그런 태도가 귀찮은 농투는 슬그머니 자리이동을 하며 누룽지 먹기를 계속합니다. 

결국 농투를 성가시게 하는 야일에 대한 복수는 농원이 해주네요. 

하지만 농원과 농투는 절대 서로를 불편해하지 않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어릴 때부터 함께 하천생활을 헤쳐나온 형제애때문일까요?

오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나려고 하는 참에 곁에 보니 흰뺨 검둥오리 한 마리가 머물러 있었습니다. 

이 오리가 지난 번 오리 세 식구의 식사에 끼어 먹으려 했던 그 오리일까요?

아무튼 이 오리가 꽥꽥 울기 시작했습니다. 

오리는 물 속으로 들어가서 헤엄치면서도 간격을 두고 울었습니다. 

그 울음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요?

그런데 다음 순간 신기한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농원이 헤엄쳐 가면서 꽥꽥 울기 시작하는 겁니다. 

함께 있던 농투가 나눠져서 농원과 반대쪽 하천가에서 이동하면서 농원의 울음을 받아울듯이 교대로 꽥꽥하면서 울기 시작했습니다. 

제법 반복적으로 진행된 이 울음소리와 행위를 보고 있다보니

어쩌면 농원과 농투는 이 하천가의 주인임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겨울이 되니 청둥오리들도 흰뺨검둥오리들도 오리 세 식구가 사는 곳에서 함께 어울려 지냅니다. 

물론 야생오리들은 밤이면 이곳을 떠나서 휴식처로 날아가지만요.

하지만 오리 세 식구는 밤낮으로 그것도 최근 일 년동안 이곳에서 지내왔습니다. 

그런 곳을 야생오리들에게 내어줄 수는 없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흰뺨검둥오리가 울기 시작하자 뒤이어 이곳은 우리 영역임을 알리기 위한 울음을 운 것이 아닌가 추측해보았습니다. 

그동안 일년 동안 지켜보았지만 이토록 오랫동안 농원과 농투가 교대로 우는 소리를 들어본 것이 처음이었습니다.  


농원과 농투가 세를 과시하는 기세가 대단했습니다. 

오리들도 고양이처럼 영역 싸움을 하는구나,하는 것을 알게 된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