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들, 영역을 벗어나다!(하천오리 시리즈95)

2019. 3. 15. 08:00하천오리 시리즈

지난 주 토요일(3/9), 오리들에게 줄 특별식을 챙겨서 하천가를 갔을 때였습니다. 

역시나 야일만이 꽥꽥 울며 홀로 있었습니다. 

야일은 우리를 울면서 상류를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오리섬 1 주위를 배회하면서 계속해서 쉬지 않고 울었습니다. 

마치 농원과 농투에게 우리가 왔음을 알리는 소리 같았습니다. 

며칠 전 농원과 농투가 안 보여서 걱정했던 일이 떠오른 친구는  오리들을 찾아나섰습니다. 

놀랍게도 농원과 농투가 평소 지내는 영역을 벗어나 상류로 더 이동해 있었습니다. 

돌다리를 오른편은 평소 농원과 농투가 가지 않는 곳입니다. 

아마도 그동안 가지 못했던 것은 물살이 너무 세게 흘러서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날지 못하는 오리들이라서 그 물살을 헤치고 상류로 이동할 엄두가 나질 않았겠지요. 

하천물이 많이 줄어서 물이 얕아졌고 그러다 보니 돌다리 사이에 물살이 세지 않은 곳을 발견하고 이동한 모양입니다. 

오리는 한참을 돌다리 주변에서 머뭇거렸습니다. 

자신들이 건너온 곳으로 다시 지나가야 하는데, 돌다리를 건너는 아저씨가 있었기에 조금 경계한 것이지요. 

아저씨가 멀리 떠나가자 오리들이 그때부턴 돌다리 사이로 빠져나와 우리를 향해 헤엄쳐 옵니다. 

야일이 혼자 울고 있을 때부터 반려견과 산책하시던 이 아주머니께서 오리를 보면서 먹이를 주섬주섬 꺼내셨습니다. 

그러다가 농원과 농투가 헤엄쳐오는 것을 보고 다가가서 먹이를 주시네요. 

뭘 주시는 걸까요?

아주머니가 먹이를 조금 던져주신 다음, 친구가 오리들에게 기장을 뿌려주었습니다. 

아주머니도 우리도 오리들의 식사를 지켜보았습니다. 

요즘 부쩍 야일이 농투를 부리로 찌르며 귀찮게 해서인지 농투는 일찌감치 자리를 떠서 물 위를 떠다니는 기장을 먹곤 합니다. 

그래서 난 농투쪽으로 이동해서 냉면조각을 주기로 했습니다. 

말라서 삶아도 물러지지 않은 냉면 조각들을 챙겨 갔습니다. 혹시나 먹을까 해서요. 

작은 조각으로 던져주니까 농투가 무척 잘 먹습니다. 

야일과 농원이 기장을 먹는 동안 농투는 냉면조각을 먹고 있었지요. 


그때 제 곁으로 한 여자꼬마가 다가왔습니다. 

꼬마는 아버지와 함께 산책을 나온 모양인데, 조금 전에 아버지가 꼬마에게 "우리 오리도 하천에 풀어줄 걸..."하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꼬마는 오리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계속 오리 가까이 가보려고 했습니다. 

내가 "가까이 가면 달아나"라고 말하니까, 꼬마는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는다면서 자신이 오리를 키운 적이 있다고 말합니다. 

꼬마도 집에서 오리를 키웠던 모양인데, 키우다가 그 오리를 시골에 보냈다고 합니다. 

(정말 아이들이 오리를 병아리 키우듯 집에서 키우나 봅니다.)


친구가 다시 물가에 누룽지와 기장을 더 주니까, 오리들이 모입니다. 

꼬마는 살금살금 오리들에게 다가갑니다. 

오리들은 경계하면서 식사를 이어갑니다. 

결국 꼬마도 떠나가고... 오리들의 평화로운 식사는 계속됩니다. 

해가 기웁니다. 

친구들이 구경꾼이 모두 떠날 때까지 기다리다가 이날의 특별식을 주었습니다. 

바로 떡의 콩고물입니다. 

달고 짜고 고소한 맛의 떡고물을 농원과 농투는 무척 좋아합니다. 

야일이 등장하기 전 콩고물을 준 적이 있습니다. 

너무 좋아했던 기억이 나서 모아두었다가 이번에 주었더니, 역시나 다들 좋아하네요. 

오리나 사람이나 다소 불량한 음식을 좋아하나 봅니다. 


너무 맛있는 것을 줘서인지 이날 농투는 돌아가는 우리 뒤를 쫓아 한참을 뒤따라왔습니다. 

결국 친구가 물가로 내쫓는 시늉을 하니 놀라 달아났습니다. 

아직도 뒤뚱거리면서 달려오던 농투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웃음이 나네요. 

마치 "당신들 집으로 따라가서 살고 싶다!"하는 듯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돌다리 근처에 있던 유기오리 커플을 만났습니다. 

요즘 이들 주변에서 지내는 어린 백로와 함께 있더군요. 

갑지기 이 유리오리커플도 뭍으로 달려나옵니다. 

그리고 우리 뒤를 따라 달려오네요. 

이날은 오리들이 다들 우리 뒤를 따라오는 신기한 날이었습니다. 

오리들이 돌아가고 좀더 걸어가니 왜가리가 멋진 모습으로 물 속에 서 있습니다. 

물이 얼마나 빠졌는지 왜가리의 다리가 그대로 보입니다. 

왜가리와 까치라... 

물이 얕아지니, 까치들이 종종 물 속에 드러난 땅에 발을 딛고 물을 마시곤 합니다. 

이렇게 왜가리와 까치가 가까이 머물고 있는 광경을 구경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입니다. 

하천물이 얕아져서 벌어진 일이지요. 

도대체 비는 언제 오는 걸까요?

유기오리 커플에게 기장을 주기가 힘듭니다. 

밥돌 주변에 고인 물이 너무 더러워져서 유기오리커플이 그곳으로 가지 않는 것 같네요. 

그러다 보니 자꾸 돌다리 주변을 맴돌며 사람들에게 먹이를 구걸합니다.

얼른 비가 내려 하천물이 정화되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