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들, 햇살 아래 묵묵부답 (하천오리 시리즈 143)

2019. 6. 19. 08:00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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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일요일(6/16)에는 친구 부부가 놀러온 김에 오리들을 구경시켜 주기 위해 하천가를 찾았습니다.

하천가에서 뒤처져 오는 일행을 기다리느라 잠시 기다리는 중에 휘파람 아주머니를 만났습니다. 

아주머니는 오리들에게 빵을 주고 오는 길이라 하시네요. 

그리고 아직 청둥오리 '귀염이' 가족이 우리 하천을 떠나지 않았다는 소식도 전해주시고 가셨습니다. 

이른 오후라서 오리들이 하천에 나와있지 않을까 조금 염려했는데...

햇살 아래 있는 동번과 서번을 금방 만날 수 있었습니다. 

먹을 것을 준비해 오지 않아서 주의를 끌지 않도록 조심했지요. 

큰다리2 아래서 농투를 만났습니다. 농원과 야일이 없이 혼자였습니다. 

농원과 야일은 어디 있는 걸까요?

그런데 농투 주변에 청둥오리 귀염이 가족이 있었습니다. 

정말 반갑네요. 오랜만이라서요. 

이 가족은 올여름 우리 하천에서 지내려는 것인지, 아니면 조금 늦게 떠나려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큰다리 아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여러분 계셨습니다. 

이 분들은 농투를 청둥오리 가족들(어미와 새끼 오리 세 마리)의 어미로 생각하셨어요.

집오리 농투의 몸집이 크고 청둥오리 귀염이는 현재 새끼 오리들과 몸집이 비슷할 정도로 가냘프고 마른 모습이라서 

집오리와 야생오리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착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리들을 조금 지켜보다가 농원과 야일을 만나러 계속 길을 갔습니다. 

농원과 야일은 오리섬1에 가만히 앉아 있었습니다.

제법 햇살이 따가울텐데 왜 이렇게 가만히 앉아 있는 건지...?

휘파람 아주머니가 빵을 너무 주셔서 배가 불러서 그냥 쉬고 있는 건지...?

친구가 아무리 오리들을 불러봐도 오리들은 꿈쩍도 않고 들은 척도 하지 않습니다.

마치 석상이 된 것처럼요. 

친구는 당황해서 계속 오리들을 불러보지만 오리들의 반응이 전혀 없습니다. 

도대체 오리들은 왜 우리를 외면하고 있는 걸까요?

마침 어린 왜가리 한 마리가 살금살금 지나갑니다. 

왜가리가 무언가를 주시하면서 오리섬1의 풀숲을 지나가는 동안에도 오리들은 조금도 움직이질 않네요. 

왜가리가 포기하고 되돌아오는 동안에도 오리들은 그 자세 그대로입니다. 

결국 우리는 오리들을 움직이게 하는 데 성공하지 못하고 오가는 왜가리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

아쉬웠지만 햇살이 따가워서 오리들이 움직이길 기다리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오리를 만나러 오가는 길에 잘 익은 오디를 따 먹었는데요, 

한 아저씨는 플라스틱 병을 가져와서 뽕나무 가지를 부러뜨려가면서 오디를 이렇게 많이 따셨네요. 

오디주를 담그신다구요. 

하천가에 뽕나무가 많긴 하지만, 오고가면서 조금씩 맛보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한꺼번에 많이 따 버리면 

너무 욕심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ㅜㅜ


이날 산책에서 돌아오는 길에 친구 남편은 "우리 동네 오리들이 너무 대접을 못받고 있네." 합니다. 

친구네 동네 사람들과 달리 

우리 동네사람들이 오리에서 너무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에 놀라워했습니다. 


친구 부부에게 오리들을 보여줄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어쩌다 보니 집을 방문하는 친구들에게 매번 하천 오리들을 소개하고 있네요. 

다들 오리들과의 만남을 즐거워하니 저도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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