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청둥오리, '집오리 밥 좀 뺏어보자!'(하천오리 시리즈150-2)

2019. 7. 7. 20:00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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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원과 야일이 식사를 하는 동안 농투는 나타나질 않고 어린 청둥오리 한 마리가 다가왔었다고 말씀드렸지요. 

이 어린 암컷 청둥오리는 누구인지? 스윅인지? 벨인지?

어린 암컷 청둥오리 삼둥이 중 한 마리는 맞습니다. 

돌들이 즐비한 진흙탕 속에서 열심히 먹이를 구합니다.

바로 곁에 제가 서 있는 데도 무서워하질 않네요.

그런데 조금씩 이동해갑니다. 아무래도...

역시나 농원과 야일쪽으로 다가가다가 농원에게 내쫓깁니다. 

아이 목소리가 근처에서 들려서인지 오리들이 식사를 하다 말고 바로 떠납니다. 잡곡이 아주 많이 남았는데...

다시 오겠거니 하면서 헤엄쳐가는 오리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야일과 농원도, 청둥오리들도 모두 풀 근처로 이동합니다. 풀근처에서 먹이를 더 구하기 위해서겠지요?

오리들이 떠난 참에 친구는 한삼덩굴잎을 땁니다. 

그리고 잡곡 위에 덮어두었습니다. 농원이 다시 오면 먹을 수 있게요. 

농원과 야일의 풀 주변 식사가 계속 되네요. 

좀전의 새끼 청둥오리는 오리섬2 자락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다시 오리섬2를 떠나 오리섬1쪽으로 헤엄쳐갑니다. 

마침내 돌다리5근처에서 식사를 하던 농투가 헤엄쳐 내려옵니다. 

헤엄쳐 오던 농투가 오리섬1로 헤엄쳐간 어린 청둥오리를 지나쳐 빠른 물살을 타고 오리섬2로 내려옵니다. 

농투는 한삼덩굴잎을 헤치며 잡곡을 골라 먹습니다. 

한삼덩굴잎도 좀 먹으면 좋을텐데... 농투는 다른 오리들에 비해 식습관이 좀 나쁜 것 같아요. 

바로 그때였습니다. 

오리섬1에서 호시탐탐 잡곡을 노려보던 어린 청둥오리가 식사를 하는 농투를 공격합니다. 

농투가 놀라서 달아납니다. 

농투의 식사를 방해한 청둥오리를 할 수 없이 친구가 내쫓았습니다. 

오리섬1로 내쫓겼습니다. 

도망갔던 농투가 다시 잡곡을 먹으러 돌아옵니다. 

그런데 새끼 청둥오리 눈치를 보느라 가까이 오질 못하네요. 

(친구의 스마트폰 촬영)

할 수 없이 제가 새끼 청둥오리의 접근을 막기 위해 오리섬2 상류쪽 끝에 돌부처처럼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농투는 저를 경계하지 않고 잡곡을 잘 먹고 새끼 오리는 저 때문에 쉽게 다가오질 못하네요.

농투가 놀래서 식사를 중단할까봐 저는 숨도 제대로 쉬질 못하고 굳어 있었지요. 

덕분에 풀숲의 모기(?)에 발목을 물어뜯겼습니다. 

다시 살그머니 새끼 오리가 오리섬1을 떠나 오리섬2를 향해 다가옵니다. 

포기를 모르는군요. 

그리고 제 뒤쪽으로 가만히 이동해서는 물가 풀 근처에 머뭅니다.

(친구의 스마트폰 촬영)

농투는 신경이 쓰이는지 식사를 제대로 못하네요.

결국 농투는 새끼 오리를 피해 헤엄쳐 가버립니다. 

이후 농투가 잡곡을 먹으러 두 번 더 왔지만 매번 새끼 청둥오리 때문에 조금 먹고는 달아나고를 반복했습니다. 

농투는 1년 반 가까이 된 오리인데 이제 태어난지 1달 반 정도 된 새끼 오리를 무서워하며 피하다니! 정말 겁쟁이 오리입니다.

농원이 있었다면 새끼 오리를 쫓아줬을텐데요... 

앗! 삼둥이 가족 출동입니다. 

오리섬5에 머물러 있는 농원과 야일을 친구가 열심히 불러봅니다. 

농원이 다시 오면 농투도 충분히 식사를 할 수 있을테니까요. 

농투는 어느새 오리섬5까지 달아났습니다. 

삼둥이 식구들이 헤엄쳐 옵니다. 

삼둥이 가족들을 지금껏 귀여워했는데 이렇게 오리 세 식구의 식사를 뺏어먹는 성가신 오리들이 될 줄 몰랐습니다. 

우리가 잡곡 주변에 서 있으니까 삼둥이 가족들이 일단 오리섬1로 후퇴했습니다. 

때만 기다리는 모습이군요. 

해가 많이 기울었습니다. 저녁8시가 다 된 시간이니 일몰때라서 어둑어둑합니다. 

우리도 포기할 때가 된 것 같네요. 잡곡에서 떨어져 서 있었습니다.

새끼 오리 한 마리가 잡곡으로 다가와서 잡곡을 먹기 시작합니다. 

자기밥도 지키지 못하는 농투를 한탄하면서 새끼 오리가 식사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삼둥이가 모두 다 함께 잡곡을 먹습니다. 

어미 오리는 멀리서 지켜보고 있네요. 

어느 정도 삼둥이가 잡곡을 먹었을 때 어미 오리가 살며시 물가로 내려옵니다. 

그리고 조금 풀을 먹는 듯하더니 잡곡을 먹고 있던 벨에게 부리찌르기를 합니다.

벨이 달아나고 어미 오리가 잡곡을 먹기 시작합니다. 

"마치 너희들 이제 충분히 먹었어."하듯이요.  

어미 오리 에밀리는 지금껏 새끼 오리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자신은 먹지 않고 주위를 지켜보면서 기다리고 있었지요.

그런데 이제 새끼 오리들이 많이 자라서인지 새끼들을 먼저 먹도록 양보하긴 하지만 

어느 정도 먹고 난 후에는 부리찌르기를 하며 자기 식사를 챙기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처음 보는 모습이었지요. 

어미오리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충분히 이해할 만합니다. 

새끼가 성장할 때까지는 철저히 모든 것을 희생하고 양보하지만 자란 후에는 자신의 것을 챙기는 자세, 

어쩌면 인간도 배워야 할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오리들을 지켜본 바에 의하면, 

식사 후 부리찌르기는 공격 자세는 아니고 상대방이 내 식사를 방해하지 말라는 의사표현으로 봐야 한다고 여겨집니다. 

몸의 언어라고나 할까요. 

오리들은 소리로 의사표현을 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는 몸짓으로 의사표현을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어쨌거나 이날 우리는 완전히 지쳐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농투의 잡곡을 지켜주려고 새끼 오리들을 내쫓는 일까지 벌어지구요. 

아파트에 이르렀을 때 이웃 주민인 한 아저씨가 어떤 고양이를 쫓고 있더군요. 

다른 곳의 고양이인데 이곳 고양이의 밥을 뺏어먹는다면서요. 

좀전의 우리들의 행동이 떠올라 웃었습니다. 

돌보는 동물들의 식사를 지키려고 다른 동물을 내쫓느라 애쓰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있네요. 


야생오리들에게는 밥을 주지 않는 원칙이 본의아니게 깨져서... 

그래도 유기오리들의 남은 식사를 먹도록 허락하는 일은 어쩔 수 없다 싶네요. 

다만 오리들을 매일 찾을 때는 잡곡의 양을 조금 줄이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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