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오리, 풀 속에 숨어 더위 식히다(하천오리 시리즈 162)

2019. 7. 25. 05:30하천오리 시리즈

집오리 한 마리가 보이지 않던 날 마음불편한 밤을 보내고 그 다음날 해가 뜨자 행방불명된 집오리를 다시 한 번 더 찾아보고 포기하자, 싶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토요일(7/19), 오전 9시경, 하천가로 출발했습니다. 

불편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현실인식을 제대로 하고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받아들이는 편이 나으니까요. 

게다가 태풍 다나스가 우리나라로 이동하고 있어  늦은 오후즈음이면 우리동네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서 그냥 있을 수가 없었지요. 

그러면 저녁무렵에는 세찬 비바람으로 오리들의 밥을 주기가 안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우선 동번과 서번에게 밥을 주기로 하고 큰다리1 아래서 오리들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오리들은 보이지 않고 백로만 왔다갔다 하더군요. 

큰다리를 벗어나자마자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마침 오리들이 금방 헤엄쳐왔습니다. 

그런데 밥돌이 없어져서 잡곡주기가 마땅찮은 상황입니다. 

새로운 밥돌을 삼을 바윗돌을 찾아봐도 적당한 것이 없네요. 

지난 번에 물과 흙이 만나는 지점은 물이 차서 잡곡을 줄 수도 없구요...

그래서 선택한 것이 사진 속 바윗돌인데... 모양이 밥돌하기에는 좀...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오전 시간에 나오니 달맞이꽃을 보네요. 

해가 지고 난 다음 꽃을 피우는 달맞이꽃이라서 요즘은 해 지기 직전에 하천을 찾다보니 달맞이꽃을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나마 이른 오전에 나오면 달맞이꽃을 볼 수도 있는데... 오전에는 하천에 나올 짬을 찾기 어려우니...

아무튼 예상못한 만남이 반갑기만 합니다. 

근처 풀 속에서 금계국 노란꽃도 보입니다. 

행방불명된 오리를 찾아야 한다는 마음이 바빠서 얼른 동번과 서번 곁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돌다리3 근처에서 청둥오리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한 마리가 아니라 세 마리네요. 수컷 청둥오리도 있습니다. 

가만히 보니 이 청둥오리들 가운데 수컷 오리와 오른편의 암컷 청둥오리는 커플로 보이는 오리들로 가끔씩 큰다리1 아래 등장하는 바로 그 오리들이군요. 

특히 오른편의 암컷 청둥오리는 너무 살이 쪄서 금방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름을 줘야 할 것 같아요. '홍이'라고 부르까봐요. 불어로 Rond은 '포동포동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거든요. 

물론 여성형은 Ronde는 발음이 '홍드'이긴 하지만... 그냥 남성형 '홍'이라는 발음에 어미 '이'를 붙입니다.

아직 숫컷 오리는 잘 알아보지 못해서 이름붙이기 보다 '홍이짝'이라고 부르기로 합니다.

홍이 커플과 또 다른 암컷 청둥오리. 또 다른 암컷 청둥오리는 다둥이 곁에서 머물 때도 있습니다. 

이 오리는 그 모습이 마치 아프리카 미인을 떠올리는 외모를 가졌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벨'이라 이름을 붙여봅니다.

앞으로 이 청둥 오리들을 좀 유심히 지켜볼 생각입니다. 

어쩌면 다둥이 형제 자매일지도 모르겠고, 다둥이 부모일지도 모르겠구요... 아무튼 다둥이들과 닮아보이는데...두고 보지요.

조금 더 내려가서 돌다리4에 도달했을 때 네 마리의 청둥오리들을 발견했습니다. 

다둥이의 일부가 분명합니다. 

열심히 깃털을 다듬고 있군요. 

습지에서 하천을 바라보니까 오리 한 마리가 멀리 보입니다. 

사진 속에서는  거의 분간하기 어려워요...ㅜㅜ 

맨눈으로 봐도 청둥오리인지, 터오리인지? 아니면 삼둥이인지, 다둥이인지...

오리섬2에서 기다리고 있는 오리들은 어제처럼 농원이와 야일.

일단 친구가 이 오리들에게 잡곡을 나눠주었습니다. 

농투는 정말 사라진 걸까요?

청둥오리 한 마리가 보입니다. 농투는 아니고, 삼둥이 중 한 마리인 부긴이네요. 

'꽥'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습니다. 농투의 울음소리인 것 같은데...환청일까요?

그래서 농투를 다시 찾아나서기로 했습니다. 

우선 소리가 나는 쪽, 돌다리5 근처부터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친구는 혹시나 무더위로 죽었다면 풀숲에서 죽었지 않았을까?하고 풀숲을 기웃거립니다. 

그런데 친구가 "농투다!"라고 외칩니다. 

풀속을 자세히 보니 농투가 있긴 하네요. 

친구는 "오리야~"라고 큰 소리로 불러봅니다. 

농투는 풀 속에서 꼼짝하기 싫은 모양입니다. 

하지만 친구가 계속해서 오리를 부릅니다. 

나가기는 싫지만 그래도 누군가 자기를 부른다고 생각했는지 몸을 일으켜봅니다. 

하지만 곧 다시 풀 속으로 숨으려 합니다. 

친구는 포기하지 않고 애타게 오리를 부릅니다. 

농투가 나갈까 말까 고심을 하다가...

마침내 농투가 풀에서 나옵니다. 그리고는 우리쪽으로 오질 않고 평소 잡곡을 놓아두는 오리섬2를 향해 헤엄쳐갑니다.

농투가 제일 먼저 오네요. 

농투가 먼저 잡곡을 먹기 시작했고 농원과 야일이 뒤이어 옵니다. 

하지만 농원과 야일은 먼저 잡곡을 먹은 상태였지요. 

그래도 좀더 먹어볼까?하는 태도로 농원과 야일도 잡곡을 다시 먹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야일은 잡곡을 충분히 먹었는지 금방 물 속 먹이찾기에 집중하고, 

배고픈 농투와 끝까지 먹고 본다는 농원만이 잡곡을 함께 먹습니다.

다시 완전한 오리 세 식구의 식사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부긴이 오리섬1까지 와 있네요. 

부긴은 오리들이 남길 잡곡을 기다리는 중인 듯합니다. 

부긴이 슬쩍 오리섬2의 물가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농원이 가만 있지 않겠지요. 농원이 부긴을 쫓습니다. 

이제 농원도 먹을 만큼 잡곡을 충분히 먹은 것으로 보입니다. 

농투 홀로 잡곡식사를 합니다. 전날 저녁에도 잡곡을 먹지 못했던 농투이니, 얼마나 배가 고플까요?

친구가 농투를 잘 담아달라는 부탁까지합니다. 

전날 농투가 보이지 않아서 무척 걱정했던 마음의 표현이라고 봅니다. 

농투가 잡곡을 잘 먹는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되고 좋네요. 

그런데 농원이 다시 와서 잡곡을 먹습니다. 농원은 정말로 먹보오리입니다. 

오전인데도 사진이 너무 어둡네요. 태풍이 올라오고 있어 흐려서 그런가 봅니다. 

어느덧 식사를 끝낸 야일은 오리섬1로 가고 농원도 헤엄쳐 떠납니다. 농투만 혼자 식사를 계속합니다.

농원은 헤엄치다 말고 물 속에서 잠시 머무릅니다. 물도 마시면서요. 

오리섬1에 있던 야일도 농원을  뒤따라갑니다.

농투까지 식사를 완전히 끝내지 않고 농원과 농투를 향해 헤엄쳐가네요.

야일, 농원, 농투가 모두 모여 깃털을 다듬습니다. 

야일은 먼저 오리섬5로 이동하고 농원과 농투가 남아 더위를 식히려는 듯 격렬한 머리담그기를 하네요.

머리를 물 속에 담그는 동작을 다른 계절에는 거의 잘 하지 않는데... 여름이 더워서 열기를 식히기 위한 방법으로 보입니다. 

농투가 덥긴 했나 봅니다. 농원보다 훨씬 머리담그기를 계속해서 쉴새없이 합니다. 

잡곡을 먹고 기운을 내서 머리를 물에 담글 힘이 생긴 건 아닐까? 추정해봅니다. 

그전에는 기운이 없어 풀 속에서 머무는 정도에서 열기를 견딜 수밖에 없었겠지요. 

이제 다들 오리섬5 물가에 나란히 서서 깃털을 다듬고 있습니다. 

오리 세 식구가 깃털을 다듬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데 어제 저녁부터 오늘 오전까지지만 우리를 사로잡았던 불안이 모두 날아가네요. 

오리들의 편안한 휴식시간이 되겠지요.

비둘기 한 마리가 우리 앞에 내려앉았습니다. 그리고는 제법 한참동안 그대로 가만히 있네요. 아직 어린 비둘기로 보입니다.

그런데 농원이 오리섬5에서 다시 헤엄쳐 오네요. 

저녁시간이 아니라 오전이니까 오리섬5에서 굳이 계속해서 머물 필요를 못느끼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리섬1에서 홀로 깃털을 열심히 단장합니다. 정말 몸놀림이 유연하군요.

깃털 단장을 끝낸 농원이 오리섬1의 자갈밭에 가만히 앉아 있습니다. 

배도 부르고 얼굴에 물도 축여 열기도 좀 가시고 깃털다듬기도 끝낸 후니까, 이제 정말로 휴식할 시간인가 봅니다. 

오리섬1의 풀들이 거센 바람에 휘날립니다. 

태풍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집니다. 

아마 농원도 바람을 느끼고 있겠지요. 편안하고 시원할 것 같네요. 꼬리를 까닥까닥거리는 모습이 무척 편안해 보입니다.

농투와 야일은 무얼 하나?하고 보니까, 둘다 다시 이쪽으로 헤엄쳐옵니다.

농투가 선두가 되어 헤엄쳐 옵니다.

농투는 오리섬1로 가지 않고 오리섬2로 오네요.

아마 잡곡을 충분히 먹지 못해서 좀더 먹을 생각이었나 봅니다. 

하지만 배부른 야일은 잡곡 생각이 없습니다. 

야일은 농원이 있는 오리섬1로 갑니다. 

농투 혼자서 다시 잡곡식사. 

비록 바람이 깃털을 날리더라도 개의치 않고 농투는 잡곡 식사를 계속합니다. 

참새 한 마리가 잡곡을 기웃거립니다. 

농투는 물도 먹고 기지개도 켜보면서 잡곡을 열심히 먹습니다. 전날 먹지 못한 것을 보충하려는 듯이요.

농투가 잡곡을 먹는 모습을 바라보는 데 죽지 않고 살아 있어 좋습니다.

농투도 식사를 끝내고 오리섬1로 가서 다른 오리들과 합류합니다. 

농투와 야일은 농원 곁에서 열심히 깃털을 단장합니다.

농투가 남기고 간 잡곡을 친구가 한삼덩굴잎을 따서 덮어둡니다.

오리 세 식구가 나중에 배고플 때 다시 와서 먹을 수 있도록 말이죠.

이제 오리들을 쉬도록 두고 집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산책길에 들어서서 다시 한 번 더 오리섬1쪽으로 시선이 가네요. 

셋이서 모여 있는 모습에 안심하면서 갈길을 재촉했습니다. 

전날 저녁부터 시작된 불안이 완전히 걷혀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무궁화꽃이 활짝 핀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벌써 절정을 넘어가는 이 무궁화꽃을 그동안 보질 못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