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들, 밤에는 밥보다는 안전!(하천오리 시리즈164)

2019. 7. 26. 15:10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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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는 거센 비가 내리고 이른 아침에는 천둥, 번개가 치더니 비가 좀 약해졌다가 지금은 그쳤습니다. 

하지만 정말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새벽에 잠을 깨서는 오리섬들이 모두 물에 잠기진 않았을까?하는 불안감에 시달렸어요. 

하지만 거센 비와 천둥 번개를 뚫고 하천가에 가볼 엄두는 나지 않았습니다. 

이제 비가 그쳤으니 조금 있다가 하천가에 나가 볼 생각입니다. 

지난 월요일(7/22)에는 낮기온이 30도 정도였고 비도 오질 않아서 전날 오리들을 만나러 갈 생각이 없었지요.

조금 일찍 저녁을 먹고 난 후 산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혹시 오리들을 만나면 밥을 주자, 생각하면서 오리밥도 챙겼습니다.

요즘은 8시 직전이 일몰시간이라서 우리가 이미 7시 반이 넘어 하천가에 나갔을 때는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려는 참이었지요. 

큰다리1 아래를 지나가려는데 벌써 오리들이 알아채고 꽥꽥 울려면 달려오는 것이 아니겠어요!

정말 동번이와 서번이가 울면서 달려올 때면 낯이 뜨거워지는 느낌입니다. 너무 시끄러워서요.

다리 밑으로 소리가 공명되서 더 큰 소리로 울리는 모양이예요.

동번이와 서번이가 우리를 알아차리지 못하면 조용히 지나가려고 했거든요. 

역시 이 오리들은 자기 밥을 절대 놓치지 않는 생존에 강한 오리들이라 생각됩니다.

사진 속에서도 이미 해가 기울고 있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어두운데, 

오리들은 어두우면 잘 보지 못한다는 것이 그동안 관찰한 바라서 기왕이면 오리 세 식구에게도 밥을 주려면 서두르자 싶었습니다. 

시계는 8시에 임박했습니다.  곧 해가 지겠네요.

친구가 오리 세 식구를 부르는 모습을 찍어보았더니 플래시가 터집니다. 

오리들이 플래시에 놀라니까 될수록이면 플래시를 터뜨리지 않으려고  애쓰는 편이라서 오리 사진 찍기는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제 카메라가 자동카메라라서 이 정도 어두우면 플래시 없이 제대로 장면을 찍을 수가 없거든요. 

하지만 동영상은 어느 정도 촬영이 가능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이후는 동영상으로만 촬영을 했습니다. 

오리들은 이미 포기하고 오리섬5에서 휴식을 취하며 잠잘 준비를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부르니까 배가 고픈 김에 서둘러 헤엄쳐 온 거지요.

오리들은 확실히 배가 고팠던 것 같습니다. 

하천에는 지는 해의 노란빛 그림자가 드리워집니다. 

이미 일몰시간은 넘었기에 곧 깜깜해지겠지요. 

야일이 농원과 농투를 향해 부리찌르기를 계속 하는 탓에 

농원과 농투가 집중해서 식사를 하지 못하고 계속 옮겨다닙니다. 

지금쯤 오리들이 잡곡이 잘 보이지는 않을 것 같네요. 짐작으로 먹지 않을까 싶습니다.

친구는 농원과 농투가 야일의 귀찮아하는 몸짓 때문에 충분히 잡곡을 먹지 못했다고 생각하고는

우리의 간식인 튀밥을 오리들에게 더 나눠주었습니다. 

농원과 농투는 정말 잘 먹습니다. 아마 잡곡보다는 좀더 크기가 크고 좀더 잘 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야일은 원래 가공된 곡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시큰둥합니다. 

조금 맛을 보긴 하네요. 

무엇보다 농투가 아주 적극적으로 튀밥을 먹기 시작합니다. 농투는 가공곡류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누룽지, 빵, 튀밥, 과자 등 농투가 무지 좋아하는 먹을거리지요.

정말 많이 어두어졌습니다. 

농투가 식사를 하다 말고 선두로 떠납니다. 

뒤이어 야일도 떠납니다. 

열심히 좋아하는 튀밥을 먹던 농투도 마지못해 농원을 따라갑니다. 


아마 너무 어두워져서 빨리 잘 곳인 오리섬5로 떠나야 한다는 판단이 선 것 같습니다. 

낮의 동물인 오리에게 밤은 너무나 위험한 시간인거죠.

맛좋은 밥을 포기하더라도 안전한 잠자리를 서둘러 찾아가는 것이 더 낫다는 농원의 판단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아니 판단이 아니라 본능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구요.

농원이 오리 세 식구의 대장이니까 다른 오리들은 농원의 결정에 따르는 것이구요. 

홀로 떨어져 밥을 먹고 있다 보면 어떤 위험에 봉착하게 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니까요.

하천은 고양이, 너구리, 라쿤(확인한 바 없지만 어떤 분의 이야기에 의하면 우리 하천에서 살고 있다고 함), 뱀 등 오리들에게 위험한 동물들이 너무 많지요. 

특히 밤눈이 밝고 밤에 사냥하는 동물들 앞에서 오리들은 밤에 홀로 있다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도 있지요. 


우리는 이 날 오리들의 행동을 보고 앞으로 어두울 때는 밥을 주지 않기로 합니다. 

좀더 이른 시간에 나와서 주던가 늦은 밤에는 오리들에게 밥을 주는 것이 적절한 태도가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지요. 


오리들이 떠난 후, 우리는 오랜만에 느긋하게 밤산책을 즐기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밤에 나오지 못해서 하천의 밤풍경을 즐길 기회가 없었거든요. 

여름밤 하천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임을 잠시 잊고 있었다 싶네요. 

사람들은 다들 시원한 밤 시간을 하천가에서 즐기고 있었습니다. 산책도 하고, 운동도 하고, 수다도 떨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멀리서 오리들이 잘 자나 살펴보려했지만 너무 어두워서 보이질 않았어요. 

아마도 잘 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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