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7. 28. 18:36ㆍ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종일 비가 왔다 그쳤다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장마끝자락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습기찬 나날이군요.
지난 화요일(7/23)에는 낮 최고기온이 33도에 이르러 태풍이 지나가고 난 다음 흐렸지만 무더운 날이었지요.
큰다리1에 도착했을 때 동번과 서번은 보이질 않았습니다.
그런데 다리 아래 돌 모양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하트모양이네요.
이날 이렇게 돌을 모아 형상을 만드는 사람이 아이가 아니라 어른, 어떤 아저씨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도착할 때마다 어떤 아저씨가 물가에 계셨었는데 바로 그 분이 하천 아래 여러 문양을 만드는 사람이었던거죠.
그런데 멀리 오리 세 마리가 보였습니다. 거리가 있고 어두워서 자세히 살펴볼 수는 없었지만 삼둥이가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돌다리4 근처에 왔을 때 또 청둥오리 3마리가 보였어요.
친구는 삼둥이 아닐까 했지만 다둥이의 일부로 보입니다.
특히 이 오리는 이미 '아벨'이라는 이름을 주었던 청둥오리지요.
그 자태가 아름다워서 그런 이름을 보여주었습니다.
아벨은 돌다리 사이에서 먹이를 구하며 하류쪽으로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이날은 작은 돌섬 위에 왜가리가 보이질 않네요.
아벨이 물가의 풀을 뜯어먹습니다.
자세히 보니 한삼덩굴잎을 먹고 있네요.
오리섬2에 도착했을 때 오리 세 식구가 우리를 알아보고 바로 달려옵니다.
무더위에도 잘 있어 기쁘네요.
오리들은 신기하게도 단거리일지라도 절대 뭍으로 이동해오지 않습니다.
물로 둘러서 오지요.
그리고 우리를 발견하고 올 때마다 '꽥꽥꽥'하는 요란한 울음소리를 내는데, 그 까닭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우리가 반가워서 환영하는 인사일까?했지만 그건 아닌 것 같고
'우리 배고파!'라는 소리일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밥이 도착해서 기쁘다'라는 뜻이 아닐까 싶네요.
울음을 그치고 오리들이 잡곡을 먹기 시작합니다.
그동안 비가 와서 그런지 풀이 좀더 자랐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사진 속 오리들의 식사는 평화롭게 보입니다.
하지만 좀더 야일은 자신의 식사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농투와 농원을 부리로 찔러댔지요.
그래서 농원과 농투가 마주 붙어 먹고 야일이 조금 떨어져 잡곡을 먹게 되어 평화로운 식사 풍경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농원이 조금이라도 야일쪽으로 가까이 이동하면...
야일은 바로 부리로 농원을 찔러대지요.
'비켜! 비켜!'하듯이요.
이번에는 농투가 야일의 시야를 가리며 가까이 다가오니까
이번에는 농투를 부리로 쫓습니다.
야일이 항상 그렇듯, 먼저 잡곡식사를 끝내고 자리를 떠납니다.
그런데 물가 식사를 하지 않고 머리를 마구 물 속에 담그네요. 덥긴 더웠던 모양입니다.
야일의 물 속 머리담그기는 쉬이 끝나지 않습니다.
이번엔 머리를 담궈가면서 깃털도 다듬네요. 물도 마셔가면서요.
야일은 홀로 오리섬1로 건너가버렸습니다.
농원과 농투는 계속해서 잡곡을 먹고 야일은 오리섬1에서 깃털단장을 계속합니다.
농원이 이제 잡곡을 충분히 먹었는지 깃털을 다듬습니다.
농원이 깃털을 고르더니 다시 잡곡을 먹기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끅끅'하고 낮은 소리를 울며 하천으로 헤엄쳐갑니다.
'끅끅'은 아무래도 '가자'라는 뜻으로 느껴집니다.
농원이 오리섬5방향으로 헤엄쳐가니까 야일이 재빨리 농원 뒤를 따릅니다.
그리고 농투도 잡곡을 먹다 말고 뒤따라갑니다.
농원은 깃털을 다듬고 야일과 농투는 슬슬 움직이며 물 위에 떠 있습니다.
오리들이 평화로와 보입니다. 친구는 아쉬워하며 오리들을 부르며 손짓을 해보지만 오리들이 오질 않네요.
충분히 먹었나 봅니다.
오리들을 두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다시 돌다리4부근 좀전에 보았던 청둥오리들이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아벨을 만났습니다. 반갑네요.
다시 큰다리1 아래도 갔더니 오리들이 무척 많습니다.
터오리도 있고 청둥오리도 있구요.
동번과 서번에게 밥을 주었습니다.
동번과 서번이 잡곡을 먹는 동안 청둥오리 한 마리가 기웃거리다 쫓겨납니다.
청둥오리는 포기하질 못하고 계속 집오리들 주변을 배회합니다.
다리 아래 사진찍기에는 너무 어둡습니다.
7시를 조금 넘었을 뿐인데... 날씨가 흐려서인지 어둡네요.
야생오리들이 식사를 하도록 두고 저는 부지런히 집으로 향했습니다.
이날 저녁식사도 늦어져서 배가 고파 힘들었지만
동번과 서번까지 잡곡을 주고 나니 마음은 편안한 저녁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