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비로 오리들의 섬이 잠긴 날(하천오리 시리즈167)

2019. 7. 29. 21:00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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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장마가 끝이 나려나 봅니다. 

지난 금요일(26)에는 전날부터 내린 장마비 때문에 오리들이 무척 걱정이 되었습니다. 

저녁 나절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데도 오리들에게 밥을 주러 하천가를 나가기로 했습니다 .

비가 계속 오니까 오리들이 하천에서 먹이를 구할 수 없을 것이 뻔하니까요. 

비가 오니 산책하는 사람들도 없어 먹이를 주는 사람들도 없겠지요. 


저녁나절이 되니 빗방울이 약해져서 외출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하천가 산책길로 걷기에는 힘들 것 같아 높은 지대의 벚나무길을 이용해서 걸었습니다. 

걷다가 오리들이 지내는 하천가에 가장 가까운 계단으로 내려가서 집오리들 근처로 접근해 보기로 했습니다. 

동번과 서번이 사는 큰다리1 아래에 도착하니 집오리들이 다리 밑 물 속에 발을 담근 채 우두커니 서 있었습니다 

다리 아래라서 비는 맞지 않았겠다, 생각했습니다. 

오리들은 우리를 발견하고는 바로 걷다가 물살에 밀려 헤엄치다 하면서 다가옵니다.

친구가 오라는 곳까지는 아무래도 물살이 거세서 오기 힘든가 봅니다.

전체적으로 구름이 뒤덮힌 하늘이라서 다리 밑은 더 빛이 부족해 밥 먹는 오리들에게 미안하게도 플래시가 터졌습니다. 

비가 와서인지 야생오리들 보기는 힘드네요. 다들 날아서 안전한 곳에서 피해 있겠지요.

오리들이 다리 아래 있어 깃털이 젖지 않았겠다 생각했지만 아니네요. 

다리 가쪽이라서 거센 비바람에 비를 다 맞았나 봅니다. 깃털이 젖어 있네요. 

다리 아래를 흘러가는 물살의 소리가 대단히 크게 들립니다.

주변을 좀 살펴보니 평소 오리들이 지내던 맨홀이 물 아래로 잠겼습니다. 

다시 벚나무길로 올라가면서 아래를 내려보니 섬이 상당히 잠겼습니다. 

하천가 산책길은 진흙탕길이 되었네요. 하천물도 흙탕물이 되었구요. 

풀들은 다 쓰러졌고... 멀리 왜가리만이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어느덧 오리 세 식구가 있는 돌다리5 근처에 도착했습니다. 

돌다리가 완전히 잠기지는 않았지만 물살이 세서 지나가기에는 위험해보입니다. 

하천가로 내려가지 말라는 노란 테이프를 옆으로 피해 계단으로 내려가보았습니다. 

거리가 있고 날씨가 흐려서 사진이 흐릿합니다. 

오리섬1에  왜가리와 농투의 모습이 보입니다.

오리섬1이 거의 잠겼네요. 

오리섬1의 바닥은 잠기고 풀만이 물 위로 고개를 내밀고 있군요. 

농원의 모습이 보입니다. 

오리들이 우리를 발견하고 다들 서서는 어떻게 건너가지?하는 듯합니다. 

오리섬1과 오리섬2쪽 물가 사이에는 물살이 너무 거셉니다.

게다가 오리섬2는 사라져버렸어요.

오리들이 섬에서 내려와서 조금 헤엄쳐 오다가 머뭇거립니다.

친구는 오리들이 헤엄쳐 오다 오히려 물살에 휩쓸려갈 수 있다면서 건너편에서 잡곡을 주기로 결정합니다.

돌다리 건너기가 위험해서 큰다리2로 건너 건너편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큰다리 위에서 내려다 보니 하천이 온통 흙탕물이고 녹색이 얼마 보이질 않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자전거도로가 잠기지는 않았습니다. 

줌을 당겨보았습니다. 

돌다리가 거의 잠겨 있고 오리섬 1도 풀이 좀 드러났을 뿐, 많이 잠겼습니다. 

오리섬5와 오리섬3도 풀숲은 보입니다. 

건너편에 도착해서 오리들에게 접근하기 좋은 길을 찾아봅니다.

비가 좀더 많이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친구가 풀숲을 헤치고 들어갑니다. 

친구가 오리들을 불러보지만 거의 잠긴 풀에 서 있던 오리들이 다가올 엄두를 못냅니다. 

결국 농투가 제일 먼저 용기를 내면서 헤엄쳐 오려고 합니다.

하지만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닌가 봅니다. 

농투는 헤엄치려하다 머뭇거리다를 반복하다가 결국 헤엄칩니다.

물살에 떠밀리다가 겨우 우리쪽으로 다가옵니다.

농투가 다가오니 농원과 야일도 금방 우리쪽으로 다가옵니다.

친구는 잡곡을 쓰러진 풀 위에 놓아주었습니다. 

오리들이 잘 먹네요. 배가 고팠겠지요.

그런데 야일이 '내가 먼저 먹어야 해. 방해하지마.'하는 듯 농투와 농원에게 마구 부리로 찔러댑니다. 

역시 동물들은 생존이 힘든 상황이 되면 될수록 양보보다는 제 것을 더 챙기는 쪽으로 행동하나 봅니다. 

이날 따라 야일의 태도가 더 못마땅하군요. 

빗줄기가 거세져서 오리들에게 좀더 먹을 것을 더 나눠주고 서둘러 자리를 떴습니다. 

돌아가는 길은 건너편 길을 선택했습니다. 

돌다리가 완전히 잠겼습니다. 

하천으로 내려가는 계단길마다 이렇게 노란 테이프로 진입하지 않도록 경고합니다. 

자전거길도 부분적으로 좀 잠겼네요. 

큰다리1 근처에 왔을 때 건너편에서 평소 오리들에게 밥을 줘왔던 밥돌주변을 살펴보니 완전히 물에 잠겼습니다. 

세찬 물줄기가 지나갑니다. 

맨홀주변의 수위가 더 높아졌습니다. 

큰다리1 아래 있던 동번과 서번의 모습도 보이질 않습니다. 잘 있기를 바라면서 지나갔습니다. 

야생오리들은 단 한 마리도 보이질 않네요. 

비가 많이 오는 날 야생오리들은 어디에 숨어 있는 걸까요?

집오리들은 하천이 완전히 잠기기 전까지는 평소 지내던 곳에서 경계하면서 서서 있는 모양입니다. 

비가 더 많이 와서 완전히 섬의 풀조차 잠겨버리면 집오리들은 어디로 피신할까요?


아무튼 빗 속에서 집오리들에게 겨우 밥을 주고 집으로 돌아왔던 이날, 정말 힘든 저녁나절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리들이 다들 무사하니 마음만은 편안하더군요. 

다음 날 오리들이 밤을 잘 보냈는지 살펴보러 오전에 나가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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