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들아, 와줘서 반갑고 고마워~"(하천오리 시리즈182)

2019. 8. 23. 15:54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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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8/22) 오전, 하천 나팔꽃을 보고 싶다는 마음에 일찌감치 하천에 나가보기로 했습니다. 

나가는 김에 집오리 동번과 서번에게 밥도 주자 싶었지요. 

앗! 자라돌에 어미 자라와 새끼 자라가 햇볕에 몸을 말리고 있네요. 

자동 카메라인 탓에 마음대로 촛점을 앞 풀들에 맞추서 자라가 잘 보이질 않지만 분명 두 마리가 맞습니다. 

그런데 동영상을 촬영하려고 거리조절을 하는데 그 소리를 용케 알아듣고 물 속으로 풍덩! 자라들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돌 위의 똥은 자라 똥일까요?


큰다리1 아래 도착했을 때 친구는 "오리야~"하며 큰소리로 불렀습니다. 

멀리서 오리들의 "꽥꽥"하는 대답이 들렸습니다. 

조금 기다리니까 오리들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평소와 같이 우리를 향해 걸어왔지만 서두르는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천천히 온다고 할까요? 아니, 딴전을 피우면서 온다고 해야 할까요?

오리가 딴전을 피울 때마다 친구가 "오리야~"를 반복해서 부르니까 오리들이 오긴 옵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오다가 멈추고는 더는 다가오지 않네요. 

아니, 오히려 뒤돌아갑니다.

친구가 애타게 계속 오리들을 불러보지만 오리들은 고개를 돌리고 되돌아가네요. 

제 생각에 오리들이 이미 식사를 충분히 한 모양입니다 .

배가 불룩한 것을 보니 알 수 있습니다. 

배부른 오리들이 왜 대답하면서 다가온 걸까요?

조건반사? 그건 아닌 것 같아요. 

그동안 살펴본 바에 의하면 오리들은 배가 부르면 대꾸도 하지 않고 쳐다보지도 않으니까요.

그렇다면 익숙한 "오리야"라는 소리에 반가워서 대답하고 다가온 걸까요?

하지만 배가 부르니까 더는 가까이 가기는 싫고... 

결국 오리들은 친구의 계속되는 부름에도 뒤돌아가버립니다. 

밥주기는 실패.

하지만 오리들의 대답도 듣고 잘 있는 모습도 보았으니 만족해야겠지요?

동번과 서번이 친구의 목소리를 알아채고 일단 인사하러 온 것이 아닐까?하고 주관적으로 해석해 봅니다. ^^


동번과 서번은 잘 지내고 있으니까 두고 오리 세 식구를 만나러가기로 했습니다. 

전날 친구는 한낮 외출에서 돌아오는 길에 멀리서 오리 세 식구를 지켜보고 왔고 잘 있더라는 이야기를 전해주었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었지요.

오리섬1에는 오리 세 식구의 모습이 보이질 않아서 오리섬3으로 이동했습니다. 

친구가 오리들을 부르니까 오리들이 헤엄쳐 옵니다. 반갑네요. 

그런데 근처에 있던 흰뺨검둥오리들도 같이 다가옵니다. 

그런데 오리들이 아주 가까이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평소 밥주는 곳도 밥주는 시간도 아니어서 그런 걸까요?

다시 친구의 "오리야~" 부르기가 시작됩니다. 

오리들이 다시 다가옵니다. 

친구가 오리들에게 잡곡을 줍니다. 

원래 오리 세 식구가 너무 비만해져서 밥을 주지 않기로 했는데, 

동번과 서번이 밥을 먹지 않은 데다 오리 세 식구를 만나니 반가운 마음에 그만 결심을 포기하고 잡곡을 건넸습니다. 

오리들이 잠시 거리를 두기 위해 멀어집니다.

주위에 있던 흰뺨검둥오리들은 배회하다가 가버립니다. 

오리 세 식구도 잡곡을 조금 먹더니 가버립니다.

주위에 커다란 잉어들이 많이 눈에 띱니다.  

오리들이 역시 배가 부른 모양입니다. 잡곡을 남겼습니다. 

아마 비둘기나 다른 새들이 와서 먹겠지요. 

역시 결심한 대로 오리 세 식구에게는 밥을 줘서는 안 되는 것이 맞다는 것을 재확인합니다. 

오리 세 식구는 헤엄쳐 이동했습니다. 

오리섬3의 모습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섬이었던 부분이 뭍과 연결되고 주위에 새로운 작은 섬이 생겼습니다. 

오리들은 그 작은 섬의 풀 속에서 머물면서 더위를 피하나 봅니다. 

그런데 야일이 정말 더 뚱뚱해졌습니다. ㅠㅠ 공모양입니다.

야일이 깃털을 다듬는 모습을 보다가, 계속 뚱뚱해지면 목이 두꺼워져서 깃털도 제대로 고르지 못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농원도 정말 뚱뚱해졌어요. 농원은 천천히 풀 속으로 이동합니다. 쉬려나 봅니다. 

야일, 정말 동그란 새가 되었네요. 

농원은 풀 속에 앉아 있습니다. 

개사료 할머니께서 오리들에게 정말 많은 먹이를 제공하나 봅니다.

그런데 농투는 어디 있는 걸까요?

여름 막바지, 풀들이 너무 무성해져서 헤쳐나가기도 힘들 지경입니다. 

여뀌꽃이 눈길을 끕니다.  

앗! 농투가 바로 곁에 있었군요. 물 속에서 깃털을 다듬는 농투가 보입니다. 

농투가 계속 깃털을 다듬는 동안, 야일은 깃털단장을 끝내고 풀 속으로 들어갑니다. 

날씨가 점차 더워지고 있어 오리들도 햇살 아래 오랜 시간 머물기가 힘들겠지요. 

친구는 무얼 지켜보는 건지? 남은 잡곡을 잉어떼가 먹는지 살펴보는 걸까요?

멀리서 농투를 지켜보다가 주변을 살펴보았습니다. 

하천물이 다시 맑아졌네요. 

풀이 맹렬하게 자라 하천을 가득 채울 기세입니다. 

멀리 큰다리2도 보이네요. 

농투의 모습을 제대로 잘 보질 못해서 아쉬운 마음에 쉽게 떠나지 못했습니다. 

풀 사이로 엉덩이만 내고 있는 야일. 귀엽네요.

이제 농투도 쉬려는지 헤엄쳐 이동합니다. 

농원과 야일에 비해 농투는 덜 살이 졌습니다만...

불현듯 오리 세 식구가 공처럼 팽창해서 풍선 터지듯 어느날 펑!하고 터져 버리면 어쩌나?하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오리 세 식구도 충분히 식사를 한 모습인데, 왜 잡곡을 먹으러 왔던 걸까요?

원래 농원은 배가 터지기 직전까지 먹는 오리라서 조금이라도 먹을 수 있으면 일단 먹으러 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농원이 이동하면 배가 불러도 농투와 야일도 함께 이동하니까 따라온 거겠지요. 

하지만 그다지 배가 고프지 않으니 거의 먹질 않습니다. 


아니면, 오랜만에 친구의 목소리를 들어서, 또는 잡곡이 그리워서 일단 모습을 보인 것인지...?

어쨌거나 다가와줘서 반갑고 좋았습니다. 


우리는 우리식으로 해석하기로 합니다. 

어제는 오리 세 식구와 집오리 커플에게 인사를  받았다구요.^^

그런데 사실 오리들이 친구의 목소리를 정말 기억하고 있을까요? 

목소리를 기억하고 인사하러 온 걸까요? 

궁금합니다. 


동물행동학자들은 인간과 진화론적으로 거리가 있는 동물의 의인화를 경계하는 이야기를 합니다. 

단순한 조건반사는 아닌 듯하고... 

오리들이 다들 충분히 배가 부른 상태인데...배가 부르면 모른 척하기도 하는데...

오리들이 배가 부른 데도 도대체 왜 다가온 것인지? 설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오리들의 반가움의 표시라고 주관적으로 해석해 버리고 싶은 욕구를 누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실 오리들이 우리를 반가워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큰 거겠지요.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어제 오전 오리들과의 만남이 우리를 충분히 행복하게 해 주었다는 것만은 분명 진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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