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2. 29. 21:26ㆍ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지난 9월 중순 농원이 홀로 남았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하천오리 시리즈'를 접었었지요.
이후 농원의 소식을 전하려고 했지만 농원이 9월 30일날 행방불명되고 나서 한동안 우울했던 탓에 더는 집오리 관련 글을 올리기가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올해가 가기 전에 마무리 소식을 전해야 할 것 같아서 씁니다.
지난 9월 16일날 하천가를 찾았을 때 농투의 죽음 소식을 접했고
그리고 9월 20일에 농원 곁에 있는 새로운 집오리를 발견했습니다.
집오리 주인 아저씨가 시장에 가서 집오리 한 마리를 사서 농원곁에 두었다는 소식을 개사료 할머니께 전해들었습니다.
그 오리에게 '시오'라는 이름을 주었었지요.
9월 24일 하천가를 찾았을 때 농원의 목에서 피가 줄줄 흐르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겁이 많아진 농원은 더는 사람 가까이 오지 않았고 접근이 어려운 섬 위에서 주로 지냈습니다.
새로 온 오리 시오도 농원 곁에서 머물렀습니다.
상처난 농원은 목이 퉁퉁 부어 올랐습니다.
농원은 9월30일날 행방불명될 때까지 힘든 나날을 보냈을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픕니다.
10월 1일에 다시 하천가를 찾았을 때는 농원은 보이질 않고 시오 홀로 울며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도 시오는 홀로 있었습니다.
우리는 농원의 근황을 알 수 없어 불안했지요.
10월 3일 개사료 할머니를 만나서 농원이 9월 30일날 행방불명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서야 비로소 농원이 죽었겠구나,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시오는 야생오리들과 어울리며 지내고 있었지요.
그런데 이틀 후 10월 5일에 시오조차 보이질 않았습니다.
하천에서 집오리 모두가 사라진 거지요.
개사료 할머니를 만나지 못해 시오는 죽은 것인지 아니면 주인 아저씨가 데리고 간 것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
1년 반 동안 차례로 우리 하천에 나타나서 함께 했던 집오리들.
무려 다섯 마리의 집오리가 9월 한 달 동안 모두 죽었다는 것이 지금도 믿기지 않습니다.
지금 하천에는 집오리는 없고 야생오리들, 철새인 청둥오리들과 텃새인 터오리들이 헤엄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 하천 집오리들에 대해 함께 관심을 가져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