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오리들, 봄날 하천을 배회하는 왜가리가 두렵다

2020. 4. 25. 17:21동네하천에서 만난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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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 청둥오리 9마리를 만났던 날, 청둥오리 커플도 만났습니다. 

우리 동네 가까운 하천의 청둥오리 커플이 아닌, 좀더 하류 쪽에서 자리잡은 청둥오리 커플입니다. 

아기 청둥오리들을 만난 후 산책을 이어가다가 수컷 청둥오리 한 마리를 하천의 '미니폭포(제가 붙인 이름입니다^^)'근처에서 만났지요. 

돌 위에서 쉬면서 졸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오후 3시 반 정도 되는 시간이었기에 청둥오리에게는 좀 더운 시간이었을 수 있겠습니다. 

수컷 청둥오리로부터 조금 떨어진 돌 위에 암컷 청둥오리가 있었습니다. 

이 청둥오리 커플을 관찰하기 위해 좀더 하천 가까이 다가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암컷 청둥오리가 입을 벌리면서 소리를 지르는 듯한 모습인데, 꽥꽥 소리가 들리지 않네요... 무슨 일일까요?

이 암컷 청둥오리는 에밀리 가계의 오리로 보입니다. 

집오리 동번과 서번이 지냈던 다리 근처에서 만났던 아홉 새끼오리의 어미인 청둥오리 암컷이 에밀리로 보였는데...

어쩌면 이 암컷 청둥오리는 에밀리의 딸일 수 있다고 추측해봅니다. 

작년에 태어난 에밀리의 딸들은 집오리 농원, 농투, 야일이 지내던 곳에서 지냈기 때문에 

그 근방에서 자신의 영역을 마련하고 알을 낳을 가능성이 높겠지요. 

작년 에밀리 딸들은 태어난 지 얼마되지 않아 몸집이 가늘었는데, 

그 생각을 하면 이 청둥오리 암컷은 통통하고 단단한 느낌을 줍니다. 

어쩌면 한 해가 지나서 이제는 생식을 할 수 있는 암오리로 자랐을테니까 충분히 더 성숙해지고 튼튼해졌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다시 암컷 새끼 오리 세 마리 가운데 가장 힘이 세고 영리했던 벨이 아닐까 싶어요. 

자매였던 부긴과 스윅은 벨보다 부리가 더 긴 느낌을 주는 청둥오리였거든요.  

제가 하천에 다가가서 계속 오리들을 관찰하니까 경계심 때문에 청둥오리 커플들이 숨어버렸습니다. 

다시 나올까 한참을 기다렸지만 다시 만날 수는 없었습니다. 

어쩌면 이 커플도 올봄에 새끼 오리들을 세상에 내놓지 않았을까?하고 두리번거렸지만... 아기 오리들을 만날 수는 없었습니다. 

다시 산책을 이어가니 잠자고 있는 흰뺨검둥오리 한 마리가 보입니다. 

쌍개울에서 왜가리를 만났습니다. 마음이 좀 불편하네요. 새끼 오리들을 생각하니까요.

이날은 바람이 너무 세찬 날이었지요. 풀이 마구 날립니다. 

줌으로 좀더 확대해서 왜가리를 찍어보았습니다. 

사진을 찍고 나니 왜가리 바로 멀리 날아가버립니다. 제가 신경쓰였나 봅니다. 

좀더 하류쪽으로 걸어가 보니 흰뺨검둥오리 커플이 보입니다. 

흰뺨검둥오리들이 헤엄치는 위로 쇠백로가 무리를 지어 날아갑니다. 

이날은 많은 새들을 만날 수 있어 행복했던 날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청둥오리 커플이 머물던 곳 주변에서 수컷 청둥오리를 만났습니다. 

근처에 왜가리 한 마리가 보이네요.

천천히 물 속을 걸어다닙니다.

왜가리는 멋지게 생긴 새이지만 새끼 오리들에게는 무서운 적입니다. 

다 자란 오리들과 왜가리는 어울려서 지내기도 합니다. 

왜가리가 오리들 주변을 왔다갔다 하는 것은 새끼 오리들을 잡아먹을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하기 위함이겠지요. 

봄날 오리들이 모이는 곳에 왜가리 한 마리가 꼭 끼여 있는 모습을 쉽게 포착할 수 있습니다. 

수컷 청둥오리가 물살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빠른 물살을 잘도 거슬러 올라가는군요.

청둥오리는 헤엄쳐 가다가 풀숲을 향합니다. 

물 속 풀숲쪽으로 이동하는 청둥오리. 

그런데 다음 순간 이 풀숲에 숨어 있던 청둥오리 커플이 놀라서 날아오릅니다. 

그 기세에 놀라 이 청둥오리도 함께 날아올라 더 하류쪽으로 달아납니다. 

이 광경은 너무 순식간에 벌어져서 영상에 담지 못했습니다. 

저는 계속해서 오리들이 날아간 쪽을 바라보았지만 오리들은 더는 가까이 다가와주질 않았습니다. 

어쩌면 청둥오리 커플이 사진 속 풀 속에서 알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렇다면 에밀리에서 벨로, 다시 벨의 자녀들로 이어지는 청둥오리 가계가 생겨나겠지요. 


아무튼 야생오리들이 알을 품고 어린 오리들을 잉태하는 봄날, 우리 하천에 왜가리들이 부쩍 늘어났습니다. 

과연 올 봄 하천에서 새끼 오리들은 몇 마리나 태어날까요? 

그리고 왜가리의 먹이가 되지 않고 또 길고양이의 먹이가 되지 않고... 새끼 오리들이 과연 몇 마리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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