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둥오리 자매를 향한 집오리의 경고(하천오리 시리즈171)

2019. 8. 5. 17:39동네하천에서 만난 새/집오리의 삶과 죽음 20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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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8/1), 장마가 끝났다고 했지만 새벽에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쏟아졌습니다. 

나중에 이 비는 장마가 아니라 무더위와 관련한 스콜이라더군요.

장마건 스콜이건 비가 쏟아지면 오리들이 무더위를 걷어낼 수 있어 좋겠지만 먹이를 스스로 구할 수 없어 배고픔으로 힘든 시기이기도 하지요. 

수요일날 오리들을 만나러 가지 않았기 때문에 목요일 오전에 비가 약해진 틈을 타서 우산을 받쳐들고 오리들에게 밥을 주러 갔습니다. 

큰다리1 아래에서 오리들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비 때문에 오리들이 머물 장소가 없어서 오리들이 큰다리1에서 좀더 아래쪽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곳은 이 오리들이 처음 버려졌던 곳(오리땅A)이기도 합니다.

오리들을 부르니 대답을 하면서 헤엄쳐옵니다. 

하천이 누런 흙탕물이 되서 오리들이 스스로 먹이를 구할 수도 없었을테니, 배가 고플 것 같습니다. 

게다가 천둥, 번개, 폭우 때문에 잠도 제대로 자질 못했겠지요. 

적당한 밥돌을 찾기도 어려워서 친구는 그나마 나은 바윗돌을 선택해서 잡곡을 주었습니다. 

쏟아져 내릴 것처럼 면이 비스듬한 돌이라서 불만스러웠지만 달리 선택할 돌도 없었습니다. 

동번은 일찌감치 바위 위에 올라가서 잡곡을 먹는데 서번은 옆에서 먹고 있네요. 

너무 몸 크기가 차이가 납니다. 

동번이 서번에 비해 좀 낫지만 오리들의 꼴이 불쌍해 보이네요. 

다시 오리섬(오리땅B)이 물에 평소 즐겨 지내는 맨홀도 물 속에 가라앉았습니다. 

그래서 오리들이 평소와 달리 이쪽 편에 있었던 모양입니다. 

비가 많이 오긴 했지만 지난 번처럼 사람들이 다니는 이곳 길이 잠기지는 않았습니다. 

동번과 서번이 밥을 먹는 동안 우리는 다시 하천가 산책길이 아니라 벚꽃길로 올라가서 오리 세 식구를 만나러 갔습니다. 

벚꽃길에서 습지를 내려다 보았습니다. 

하천물도 누렇지만, 온통 진흙탕이네요. 

오리 세 식구가 있는 곳에서 가까운 돌다리5가 보일 때 계단을 내려갔습니다. 

징검다리 위로 물이 찰랑찰랑 지나고 있어 사람들이 건너가기에는 위험해 보입니다.  

하천가 산책길이 물에 잠겨서 오리섬2로 가려면 풀위로 살짝살짝 걸어야 했습니다. 

오리섬1에 머물고 있는 오리 세 식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농투는 고개를 들고 서 있네요. 

우리가 오리섬2 근처에서 고개를 내미니까 오리 세 식구보다 삼둥이 자매가 먼저 헤엄쳐 건너옵니다. 

뒤늦게 오리 세 식구가 헤엄쳐 오네요. 

흙탕물이 제법 세차게 흘러가서 헤엄쳐 올 수 있을까?조금 걱정했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하천 수위가 올라가서 오리섬1도 제법 잠겼고 

오리섬2도 잠겨서 저는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친구가 조금 내려가다 물가에다 잡곡을 뿌려주었습니다. 

먼저 도착했던 청둥오리 자매는 오리 세 식구가 잡곡을 먹는 주변으로 헤엄칩니다. 

오리섬2는 잠기고 그곳 끝자락에서 자라던 풀무리가 쓰러져 일어서질 못하고 있습니다. 

청둥오리 자매 벨과 스윅이 오리 세 식구 가까이서 잡곡먹을 기회를 노리는 동안, 

야일은 여전히 농원과 농투에게 부리쪼기를 합니다. 

벨이 눈치를 보면서 오리 세 식구 주위를 헤엄치며 지나갑니다. 

이번에는 청둥오리 자매가 뭍의 풀 위를 왔다갔다 합니다. 

결국 농투가 참지 못하고 청둥오리를 내쫓습니다. 

하지만 벨이 그리 쉽게 포기하는 오리는 아닙니다. 

다시 뭍으로 올라와 봅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농투가 참지 못하는군요.

이번에는 농원이 청둥오리를 쫓습니다. 

오리들이 너무 배가 고픈 듯해서 친구는 오리들에게 잡곡을 더 줍니다. 

오리 세 식구는 잡곡먹기를 계속합니다. 

청둥오리들은 포기하지 않고 물가 풀 근처에 숨어서 다시 기회를 노립니다. 

청둥오리를 향해 농투가 '꽥'하는 경고 소리를 내놓습니다. 

농투는 농원에게도 '저리 비켜!'하며 부리를 찌릅니다. 

농투를 피해 물로 내려간 농원이 청둥오리를 쫓습니다. 

마치 도미노게임을 연상시킵니다. 

어느 사이 벨이 다시 뭍으로 올라와서 풀 사이에서 오리 세 식구를 지켜봅니다. 

그리고 스윅은 물로 헤엄쳐 내려가서 기회를 엿봅니다. 

청둥오리 자매는 서로 갈라져서 오리 세 식구의 잡곡을 노립니다. 

영리한 오리들입니다.

청둥오리들이 정말 배가 고픈 모양인데 오리 세 식구가 잡곡을 남겨줄 생각을 하질 않네요. 

청둥오리가 좀 불쌍하다 생각이 듭니다. 

이제 오리 세 식구도 식사를 끝내려는 걸까요? 야일과 농원이 고개를 듭니다. 

야일과 농원은 다른 먹이를 찾아나섭니다. 

하지만 농투는 잡곡 식사를 계속합니다. 

물살이 정말 빠르네요. 하지만 개의치않고 농원과 야일은 물 속에서 물가에서 먹이를 구합니다. 

이제 농투도 식사를 끝낸 걸까요?

하지만 농투는 잡곡 준 곳을 떠날 생각이 아직 없어보입니다. 

오히려 '꽥'하면서 경고성 소리를 냅니다. 

청둥오리 자매는 양쪽으로 갈라져서 뭍의 풀로 이동하면서 계속 기회를 찾습니다. 

가만히 풀 속에서 농투를 지켜보며 기다리는 벨의 눈이 슬퍼보인다 싶은 것은 제 마음 탓일까요?

농투는 정말 끈질기게 잡곡을 한 톨도 놓치지 않겠다는 자세로 식사에 임합니다. 

청둥오리 벨은 지치지 않고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립니다. 

그동안 스윅은 물가에서 먹이를 스스로 구해봅니다. 

이날은 농투가 너무 욕심쟁이 같더라구요. 조금만 청둥오리들에게도 양보하지,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그만큼 농투도 배가 고프고 피로하다는 뜻이겠지요. 

농투는 계속 '꽥꽥'하며 청둥오리들에게 '내 영역이야, 내 밥이야.'는 메시지를 보내네요. 

아무래도 농투가 끝까지 잡곡을 남김없이 먹을 것 같아서 배고픈 청둥오리자매를 위해서 잡곡을 좀 나눠주자 싶었습니다. 

그래서 농투가 물가에 있으니까 산책길에서 물가로 이어진 좁은 통로에 잡곡을 좀 뿌려두었습니다. 

벨이 농투의 방해를 받지 않고 잡곡을 먹을 수 있도록 말이지요.

그런데 농투가 알아챈 것인지 통로를 따라 위로 걸어옵니다. 

혹시 농투가 뿌려둔 잡곡을 모두 먹어치울까봐 조금 걱정했는데, 다행히 알아채지 못하고 다시 내려가네요. 

그런데 벨이 사람을 경계하니까 잡곡을 먹으려고 하질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멀리 떨어져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제서야 벨이 잡곡을 먹기 시작합니다. 

우리도 안심했지요. 

원래 청둥오리들에게 잡곡을 주지 않는 원칙을 좀 어겼습니다. 

오리 세 식구가 조금 잡곡을 남겨 주었더라면 청둥오리들에게 잡곡을 따로 주지 않았을텐데...

이날은 다들 너무 배가 고파 보여서 마음이 약해졌습니다. 

청둥오리들이 굶어죽길 원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어쩌면 삼둥이 중 부긴이 계속 보이지 않아 폭우로 인한 굶주림과 무더위로 인한 피로 때문에 죽었나 싶은 불안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목요일 오전은 잡곡에 집착하는 농투와 배고픈 청둥오리 자매 사이의 숨바꼭질이 벌어졌다는 소식 전하면서...그럼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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