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오리의 부상, 걱정이 태산(하천오리시리즈188)

2019. 9. 16. 17:05하천오리 시리즈

지난 목요일, 추석 전날, 저녁에 집오리들이 잘 있나 살펴보러 나갔습니다. 

빗방울이 떨어져서 우산을 쓰고 길을 나섰지요.


큰다리1 근처에서 집오리를 만나지 못하고 큰다리를 지나 돌다리에 이르렀을 때 집오리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친구가 우산을 쓰고 잡곡을 돌다리 위에 놓아주니까 오리가 다가오질 않습니다. 

큰 우산을 두려워하는 것 같았습니다. 

확실히 오리 한 마리가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남은 오리가 더 겁이 많아진 듯했습니다.

친구가 우산을 접고 뒤로 한참 물러섰을 때야 비로소 오리가 잡곡을 먹기 시작합니다. 

남은 오리가 동번인지, 아니면 서번인지... 

동번이라면 너무 겁이 많아지긴 했습니다. 혼자라서 더 겁이 많아졌을테지요.

집오리 한 마리는 아무래도 죽었나 봅니다. 

야일이에 이어 두 번째 희생오리입니다.

친구와 서둘러 농원과 농투를 보러 갔습니다. 

농원과 농투는 무사하네요. 

우리를 향해 헤엄쳐 옵니다.

그런데 농원이 좀 이상합니다.

친구가 다친 것 같다고 합니다. 

농원이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눈도 얼굴도 부었네요.

비가 다시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비가 오고 날씨가 너무 흐리니까 플래시가 계속 터집니다. 

아무래도 농원의 상태가 심상치 않습니다. 

세찬 비가 쏟아져도 흰뺨검둥오리는 개의치 않습니다. 

아주 태연하네요. 

비가 점차 더 거세집니다. 

농투는 혼자 잡곡을 먹습니다.

농원은 물가에 그대로 서서도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 

잡곡을 먹을 수 없는 상태로 보입니다. 

비가 거세지니까 농원이 더 힘들어 보이네요. 입이 점점 더 벌어집니다. 

농투는 왔다갔다 하면서 잡곡도 먹고 물도 마시고 물 속의 먹이도 찾아먹는 것 같습니다. 

농원은 한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습니다. 

농투가 물을 먹으니 따라서 물은 좀 마십니다. 

그 와중에 흰뺨검둥오리는 계속 왔다갔다 하며 눈치를 봅니다. 


비는 점점 더 거세집니다.

농원은 잡곡도 먹지 않으면서 왜 물 속에 서 있는 걸까요?

처음에는 농투가 저녁을 먹을 수 있도록 기다리고 있나 보다 생각했습니다. 

다음 순간, 배려심이라는 해석은 의인화된 해석이라서 배제해야 할 설명으로 느껴졌습니다.

오히려 농투가 배가 고파서 식사를 해야해서 이동하니까, 

홀로 있기가 두려워진 농원이 농투 곁에서 농투의 식사가 끝나도록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생각해보았습니다.

불안과 두려움으로 설명하는 것이 맞다 싶습니다. 

농투는 농원의 아픈 처지, 불편한 처지에 대해서는 그리 생각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빗속에 있는 농원이 너무 힘들 것 같아 식사가 길어지는 농투를 탓하게 됩니다. 

얼른 먹고 빨리 쉬러 가라고 보채고 싶을 지경입니다.

농원이 불편하건 말건 농투의 식사는 계속됩니다. 

자신의 생존이 가장 중요한 과제인 거죠. 상대의 고통은 그 다음이구요.

이제 농원이 농투와의 관계에서 약자가 된 상황입니다.

비가 거세질수록 하천물의 유속도 점점 더 빨라집니다.

농투가 식사를 끝내고 나니, 그제서야 농원이 뒤따라갑니다. '

역시 혼자 있고 싶지 않아 잡곡을 먹을 수 없으면서도 물가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었네요.

농원이 물가에 머물러 있던 시간은 총 27분 정도 되었습니다. 정말 힘들었겠습니다.

농투가 물가에서 머리를 물 속에 담그면서 몸단장을 합니다. 

농원도 따라서 머리를 물 속에 몇 번 담궈봅니다. 힘들어보이긴 하네요.

그사이 눈치를 보던 흰뺨검둥오리가 나타나서 농투가 남겨놓고 간 잡곡을 먹습니다. 

참 오래 기다렸지요. 

힘든 농원이 먼저 오리섬1로 올라갔습니다 .

고개를 돌리니까, 농원의 왼쪽 뺨 아래 부분에 큰 상처가 있습니다. 

목 주위에도 상처가 있구요. 

누군가가 할퀸 것 같네요. 고양이일까요? 너구리일까요?

근처에 사는 고양이가 주범이 아닐까 싶군요. 

상처가 커서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비가 너무 많이 오는 데다 어둡고 흐려서 게다가 거리도 멀고...

사진이 제대로 찍히지 않았습니다. ㅠㅠ 

 그래도 농원의 상처가 어느 정도 보입니다. 

심한 상처가 났는데, 과연 잘 견뎌낼 수 있을까요?

이미 집오리 두 마리가 죽고, 농원까지 죽는다면 너무 마음이 아플 것 같습니다. 

9월의 태풍과 가을장마가 야속하기만 합니다.